서천범 "편법 대중골프장…정부 나서서 관리·감독 해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동훈 기자
입력 2020-02-03 16:4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골프장 생태계 파괴 극심

  • 대중제의 탈을 쓴 회원제 골프장

골프장 생태계에 황소개구리가 나타났다.
 

(사)한국골프소비자원 서천범 원장 [사진=한국골프소비자원]


정부는 2000년 골프 대중화를 목표로 대중제 전환을 유도했다.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하면 입장객 1인당 4만원이라는 세금 혜택을 줬다. 큰 혜택에 너도나도 대중제로 전환했다. 국내 골프장 535개 중 대중제는 336개로 62.80%의 비율을 차지한다.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골프장은 약 90개.

대중골프장의 수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인기의 이유는 바로 무법지대(無法地帶) 상태이기 때문. 허가를 내주는 지자체의 담당 공무원은 회원제와 대중제를 구분하지 못한다. ‘눈 가리고 아웅’식 행정처리로 대중제로 전환한 골프장들의 편법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린피(입장료)가 오히려 비싸졌다. 회원을 모집하고, 입회금을 반환하지 않은 채 대중제의 탈을 썼다. 회원제가 9홀인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골프장도 나왔다. 골프장 생태계에 황소개구리가 나타났다. 풀어놓은 것은 결국 관리와 감독을 소홀히 하고 기준을 애매모호(曖昧模糊)하게 만든 정부였다.

서천범 사단법인 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은 지난 15년간 대중골프장 관리·감독 개선을 외쳤다. 그는 지난달 15일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000년 대중골프장을 대상으로 세금을 내려주면서 골프 대중화가 시작됐다”면서 “법은 좋았다. 정부의 관리와 감독이 없다 보니 20년 동안 문제가 생겼다. 허가는 내주고 책임은 지지 않는 탁상행정”이라고 설명했다.

서 원장이 이날 짚은 대중골프장의 3가지 문제는 비싼 입장료, 편법 회원 모집, 입회금 반환에 있었다. 정부는 골프 대중화를 위해 시작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 대중제 전환 골프장들의 입장료는 세금 차이인 4만 원 정도 인하해야 한다. 하지만, 2만 원 인하에 그치거나, 일부 골프장들은 오히려 인상하고 있다. 입장객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사주들의 배만 더 불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 원장은 자연스럽게 ‘회원 모집’ 문제로 이어갔다. 그는 “대중제의 회원 모집도 큰 문제다. 한 예로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S 골프장(27홀 퍼블릭) 같은 경우는 198실 콘도 회원을 모집했다. 콘도 회원권을 구매하는 사람에게는 골프장 입장료 면제, 가족 회원은 50%를 할인해 줬다”며 “(대중제로 전환한) 이 골프장은 그냥 세금 혜택을 받는 회원제다. 대놓고 회원을 모집하는 데 허가를 내준 고성군청은 답이 없다. 담당 공무원은 대중제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고성 내에서는 골프장과 지자체가 연결돼 있어서 규제가 힘들다. 정부의 규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 원장은 지난해 6월 국세청에 S 골프장을 탈세 혐의로 고발했다. 그는 “편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것을 알리려 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국세청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서 원장은 “입회금 반납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충청북도 충주에 위치한 C 골프장의 경우 18홀은 퍼블릭이고 9홀은 회원제로 운영한다. 전국 최초로 9홀 회원제다. 말도 안 된다. 담당 공무원에게 '입회금 반환은 했는지'를 물었지만, '골프장에 문의해야 한다'고 앵무새 같은 대답만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답답한 표정을 짓던 서 원장은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이제는 정부의 대중골프장 관리 감독이 절실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입장료 기준을 세워야 한다. 지역에 있는 회원제 골프장보다 금액이 낮아야 하고, 감면받는 금액만큼 입장객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대중제로 전환한 골프장의 입회금 반납 여부도 파악해야 하고, 암묵적으로 회원을 받는 행위를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원장은 인터뷰 끝까지 “공정한 승부"를 강조했다. 이대로라면 회원제와 모범적인 대중골프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치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었던 황소개구리처럼 말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