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기자] 헨리조지의 '진보와 빈곤'...강남 부자들 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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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02-0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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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지공개념=사회주의적 발상' 공식은 틀렸다

[진보와 빈곤, 알라딘 제공]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부 고위당국자의 입에서 ‘주택거래허가제’가 거론되자 부동산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청와대가 ‘개인의 생각’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해프닝의 그쳤지만 자금조달 계획을 한층 강화하는 방법으로 이미 그에 준하는 대책을 실행하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에 대한 온갖 규제와 과세의 논리적 근거를 '토지공개념'에서 찾는다. 극단적으로 토지는 국가가 소유한다는 논리다. 땅을 국유화 하지 못할 바엔 토지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모두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19세기 미국과 21세기 한국의 데자뷰...헨리조지의 '진보와 빈곤'

헨리조지는 1879년 이 같은 주장을 했다. '토지사유는 정의롭지 못하다'는 주장은 가난한 환경 탓에 정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개인사와 와 급격한 사회발전으로 생긴 부가 어떻게 소수에게 집중되는지를 목격한 역사적 순간이 만나 탄생했다. 그는 산업이 발전할 때마다 토지가치가 급등하고, 토지투기가 생겨나 생산이 중단되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그 해법을 지대 국유화에서 찾았다. 20세기 이후 성경보다 많이 읽혔다는 ‘진보와 빈곤’의 핵심이다.

헨리조지는 물질적 진보는 토지가치를 올리고, 토지소유자의 힘을 강하게 한다고 말했다. 생산력 증대를 넘는 지대 상승은 항상 임금을 낮게 유지하는 요인이 된다. 때문에 토지가치가 강화될수록 노동(임금)과 자본이익(이자)은 줄어든다. 140년도 더 된 해묵은 주장은 개발이익이 특정 지역·소수에게만 돌아가고, 부동산 투기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에 사회 전체가 우울해지며, 최저임금 인상효과가 임대료 폭등에 묻혀 실업으로 귀결되는 21세기 대한민국 현실과 오버랩된다.

◆임금과 이자는 100% 사유...오히려 "이상적 자본주의"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곳곳에는 헨리조지의 사상이 스며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종부세 인상, 고가주택 대출금지 등과 주택거래 허가제 수준으로 조인 고가주택구입 자금 출처 전수조사 등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콘트롤타워로 불린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대표적인 ‘조지스트’로 알려졌지만 넓게는 시민단체서 활동하며 ‘경제민주화’를 주도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발언 수위가 높아진 박원순 서울시장 등의 주장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일각에선 토지공개념을 북한식 사회주의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어떻게보면 헨리조지의 사상은 가장 이상적인 자본주의다. 토지단일세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의 노력에 대한 결과를 소유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노력과 무관한 것을 소유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헨리조지가 주장하는 토지단일세는 불로소득인 지대를 조세로 징수하고, 그 대신 노력과 기여의 대가인 임금과 이자(금융소득)의 완전한 사유를 보장한다. 

오늘날 강남 부동산 부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부도 있지만 대부분 고소득자 자영업자, 전문직 등 개인 성공을 위해 노력한 '끝판왕'들이다. 헨리조지의 사상을 대입하면 이들의 부동산 재산은 일시적으로 줄겠지만 다른 재산 가치는 향상된다. 사람들은 지금 내고 있는 세금을 안낼 뿐 아니라 평균임금과 이자율이 올라가는 새로운 균형을 경험할 수도 있다. 세금을 면제 받은 임금 근로자들의 소비 활성화, 기업의 투자증대, 사회의 건전성 증가 등은 부가적 요소다.

◆"토지공개념은 이상주의"...100일 남은 단죄의 시간 

헨리조지의 주장이 이상향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토지공개념은 제3이데올로기일 뿐이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토지에서 나오는 모든 소득을 세금으로 거두면 부동산 투자로 돈을 벌 기회가 사라지고, 부동산 시장 가치가 사라져 경제 발전이 더뎌진다. 경제 발전의 열매를 지주가 가져간다는 문제의식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경계해야 할 건 헨리조지의 토지공개념이 ‘주택거래허가제’ 등과 같은 사회주의식 부동산 해법으로 왜곡되는 현상이다. 헨리 조지는 주택과 토지를 '부동산'으로 동일시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금은 과세 대상의 품목을 제거할 목적으로만 부과한다. 개(dog)가 많아지면 개를 줄이기 위해 개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주택을 없애길 바란다면 세금을 부과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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