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중국경제, '말이 물 마시게' 하는데 필요한 것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1-14 01: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中경기 살리기...돈풀기만론 기업 투자의욕 살리기 부족

  • 경제 활력 불어넣을 과감한 구조개혁 뒷받침돼야

"말을 물가로 데려갈 순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옛말이 있다. 그렇다면 말은 왜 물을 마시지 않으려는 걸까? 말이 물을 마시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 중국 지도부의 고충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2년간 중국 정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과 부채 압박 속에서도 서서히 돈줄을 풀었다.

특히 중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 사격했다. 중소기업은 오늘날 중국 경제의 주축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0%, 수출의 70%, 고용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 둔화 속에서 자금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차입비용을 낮추는 데 힘썼다. 지난 2년간 모두 8차례 지급준비율도 인하해 은행권 대출 여력을 넓혀줬다. 그동안 은행권 대출에서 소외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독려하기 위함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엔 대출 금리제도를 대폭 손질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를 적극 유도했다.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돈줄을 풀면 풀수록 고민에 빠졌다.

은행권은 여전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피하고, 중소기업은 투자에 나서길 머뭇거린다. 도대체 왜일까.

경기 둔화세 속에 기업들은 예전에 빌린 돈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돈이 남아 돌더라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유기업 같은 안정적인 기업만 선호하는 은행은 가뜩이나 예대마진도 줄고 있는데 괜히 중소기업에 대출해 줬다가 부실대출만 늘어날까봐 불안에 떤다.

말이 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단순히 돈을 푸는 것만으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아무리 물이 넘쳐나도 말이 마시지 않으면 소용없다. 

중요한 건 말이 물을 마실 마음이 생기게 하는 것이다.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경제환경을 만들어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되찾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중국 사회·경제의 만성적인 고질병을 손 보는 등 구조개혁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해 세계은행도 중국 국무원과 공동으로 발표한 200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 개혁이 지지부진하면 2031~2040년 연 평균 경제성장률이 1.7%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중국은 경제·사회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새해벽두부터 국유기업이 독점하던 석유·가스 등 에너지 시장도 개방했다. 민간기업과 외자기업의 진출을 허용해 경직된 산업에 시장 경쟁체제를 도입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중국 금융시장 대문도 열어젖혀 자국 금융산업 경쟁력도 높이려 하고 있다. 중국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로 여겨졌던 후커우(戶口·호적) 규제도 서서히 철폐하고 있다. 더 많은 농촌 주민이 도시로 이주해 도시민과 차별 없이 동등한 사회보장 혜택을 누리도록 함으로써 잠재 소비·투자·생산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 보호도 강화해 기업들의 혁신을 촉진하고 감세도 적극 추진 중이다. 

앞서 중국 경제 차르 주룽지 전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 전 중국국제금융공사 회장은 지적했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당시 각국이 돈을 대량으로 풀어 단기적으론 경제를 살린 것 같지만, 장기적으론 '독약'처럼 전체 경제 효율성을 해쳤다고. 어쩌면 말이 물을 마시게 하기 위해 필요한 건 경기부양 유혹을 떨쳐내고 구조개혁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는 중국 정부의 용기일지도 모르겠다. 
 

중국 위안화.[사진=게티이미지뱅크]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