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대만 대선 D-2 '선거의 여왕' 차이잉원 총통 '三戰' 전술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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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01-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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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리전, 여론전, 입법전으로 지지율 뒤엎기 '성공'

  • 미·중 무역전쟁 속 美 트럼프 지지도 '한몫'

  • 국제통상 전문가·법학교수···차이잉원은 누구?

오는 11일 치러질 대만 15대 총통선거에선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압도적인 지지율로 사실상 '연임 당선'을 예약해 놨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궈위(韓國瑜) 중국 국민당 후보와의 격차는 20~3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커다란 이변이 없는 한 차이 총통의 연임이 확실해 보인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차이 총통이 연임에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은 중국의 외교적 공세에 수교국을 6개국 잃은 데다가 국정 운영 미숙으로 지지율은 바닥을 쳤다.
 

[그래픽=아주경제 DB]


2018년 11월 지방선거에선 20년 만에 처음으로 '민진당 표밭'인 가오슝시를 친중 성향의 국민당 한궈위 후보에게 빼앗기며 완패했다. 당시 차이 총통이 여론조사에선 한 후보에게 30% 포인트 이상 뒤졌을 정도다. 현지 언론들은 차이 총통의 정치생명이 ‘풍전등화’의 위기라고 표현했다.

그런데 어떻게 1년 만에 차이 총통은 선거 판세를 뒤집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차이 총통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었다.

◆'선거의 여왕' 차이잉원··· 세 가지 전술로 역전에 성공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초 시진핑 주석이 새해 연설에서 향후 대만과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통일방안을 제창하며, 통일을 위해서라면 무력 사용도 불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게 발단이 됐다. 

차이 총통은 이를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바꿀 기회로 활용했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위협론을 부각시키며 ‘반중’ 프레임 전략을 짠 것. 

차이 총통은 시 주석의 일국양제 통일론을 단호히 거부했다. 중국 본토의 위협으로부터 대만인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대만 주권 수호 의지를 내세웠다. 게다가 지난해 6월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가 발발하며 사회 전체가 혼돈에 빠졌다. 홍콩에서 시행하고 있는 중국의 일국양제 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을 향한 경계심이 대만으로까지 번지며 차이 총통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왕쿵이 중국문화대 정치학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차이 총통이 중국의 침략으로부터 대만을 수호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세 가지 연기 없는 전쟁'을 치렀다"고 분석했다.

첫째, 시진핑 중국위협론을 부각시켜 유권자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심리전'이다. 홍콩 송환법 시위가 발발한 이후 차이 총통은 선거 유세에서 "오늘의 홍콩이 내일의 대만이 될 수 있다"며 위기감을 조장했다. 친중 성향의 한궈위 후보가 총통이 되면 중국이 언제든지 대만을 집어삼킬 수 있으며,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건 환상이라는 인식을 유권자에게 강하게 심은 것이다. 

차이 총통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지난 몇 년간 중국의 외교적 공격, 군사적 탄압, 간섭, 침투는 수그러들지 않았다"며 "중국의 목표는 명확하다. 대만을 굴복시켜 주권을 양보하게 압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6일 페이스북에도 "갈수록 커지는 중국의 세력 확대 기도 속에서 우리 주권을 지키는 건 대만 지도자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라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둘째, 중국이 대만 내정과 선거에 간섭하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해 중국에 대한 분노를 유발하는 여론전이다.  특히 지난달  '중국 스파이 스캔들'이 터지며 대만이 발칵 뒤집혔다.  중국 스파이를 자처하는 왕리창이라는 20대 청년이 최근 호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첩보당국이 차이 총통의 재선을 막기 위해 조직적인 선거공작을 벌였다고 털어놓은 것.

이에 대만 법무부가 중국이 반중 성향인 차이 총통의 재선을 막기 위해 중국인 스파이를 통해 국민당을 지원했다는 선거 공작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서며 반중 여론이 더 강해졌다.

셋째, 중국의 정치적 침투와 침략으로부터 대만 안보를 지키기 위한 법안을 추진하는 입법전이다. 지난달 31일 대만 입법원(의회 격)에선 민진당 주도로 중국의 대만 정치 개입을 금지하는 '반(反)침투법'을 통과시켰다. 

반침투법은 '외부 적대 세력'의 자금 지원이나 지시, 기부금 등을 받은 자가 선거에 개입하고자 집회 등을 하는 행위, 공무원이나 의원에게 로비하는 행위, 공공질서를 유린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법안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미·중 무역전쟁 속 美 트럼프 지지도 '한몫'

대만 정체성이 강한 젊은 층 유권자에서 지지율이 높은 것도 차이 총통에겐 유리하다. 

대만 천하잡지(天下雜誌)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9세 유권자 중 82.4%가 스스로 '대만인'이라고 여기고 있으며, 49.4%는 대만이 반드시 독립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전체 유권자 중 독립을 지지하는 응답자가 27.2%에 달하는 것과 비교된다. 일국양제 방식의 통일은 용납할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90%에 달했다. 천하잡지가 대만 내 1076명 유권자를 대상으로 집계한 여론조사 결과다. 

미·중 무역전쟁도 차이 총통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중국과 마찰을 빚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자극하기 위해 '대만 카드'를 꺼내들면서다. 미국이 차이 총통에게 강력한 지지를 보내면서 차이 총통의 자신감도 상승했다는 것. 차이 총통 집권 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과 상호 고위관료 교류를 허용하는 대만여행법, 대만에 무기 판매를 허용하는 국방수권법 등에 서명하면서 차이 총통에 힘을 실어줬다. 

차이 총통도 선거 유세에서 "대만·미국과의 관계는 역대 최고"라며 "타이베이-워싱턴 간의 강력한 유대관계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차이 총통의 승리는 이미 굳어진 모습이다. 지난달 30일 대선을 앞두고 대만 빈과일보가 실시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 지지율이 48.6%로, 한궈위 후보(15.4%)를 무려 33.2% 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친민당 쑹추위 후보 지지율은 6.3%에 그쳤다. 친민진당 성향의 양안정책협회 여론조사에서도 차이 총통 지지율은 54.9%로, 한 후보(22.1%)와 쑹 후보(8.5%)를 크게 앞섰다. 

국민당은 이제 정권 교체보다는 민진당의 입법원 장악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총통 선거와 동시에 치르는 입법원 선거에선 모두 113명의 입법위원이 선출된다. 민진당이 입법원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차이 총통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정국 주도권을 쥐긴 힘들다.  

◆국제통상 전문가·법학교수··· 차이잉원은 누구? 

대만 명문대 국립정치대 법학 교수를 지낸 차이 총통은 미국 코넬대 법학석사, 영국 런던정경대 법학 박사 출신으로, 국제통상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2000년 양안(兩岸, 중국 본토와 대만) 관계를 다루는 대륙위원회 주임으로 정계에 입문해 입법위원, 행정원 부원장을 거쳐 2008년 민진당 주석에 올랐다. 당시 민진당은 2008년 대선에서 마잉주 국민당 총통에게 패배한 후 혼란을 겪고 있는 상태였다.

차이 총통은 당내 파벌 싸움을 잠재우고 집권 국민당에 맞서 각종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에게 '선거의 여왕'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이유다. 이후 대선 '재수' 끝에 2016년 주리룬 국민당 후보를 누르고 대만 최초 여성 총통 타이틀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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