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로 쌓아 올린 모래성 흔들리나... 조국 '5촌 조카' 공판서 증인들 '기억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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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0-01-0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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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질문에 '조범동 실소유' 이구동성 ...근거 묻는 질문에는 "모른다" 꼬리내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의 재판에서 그가 코링크의 실소유주라는 검찰의 주장이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앞서 1차 공판에 이어 6일 재판에서도 검찰 측 핵심증인들이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언을 하지 않았다. 증인들은 검찰의 질문에는 앵무새처럼 '조씨가 코링크의 실소유주'라고 입을 맞췄지만 막상 반박에 나선 변호인에 반대신문에는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는 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씨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코링크PE의 대주주인 김모씨는 이날 재판에 나와 이모 익성 부회장의 소개로 코링크의 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고 얘기하면서도 이 부회장과는 이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씨는 "조씨로부터 코링크 설립시 대주주가 돼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당시 조씨가 본인이름으로 못하니 도와주면 나중에 어느 정도 챙겨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코링크와 익성이 사업을 제휴하는 정도로 생각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조씨 측 변호인은 "명의만 빌려줘도 대주주란 것 알텐데 명의를 빌려주기 전 이 부회장에게 코링크가 무슨 회사인지, 대주주로서 명의를 빌려줬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냐"며 "(검찰 수사 당시)조씨가 실소유주라고 진술했다, 아무 문제없이 코링크를 운영할 거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믿었나"라고 되물었다.

김씨는 "본인이 낸 책 두권이 있고 그것만 봐도 신뢰를 주는 뭔가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설립할 당시 2~3번밖에 마주친 적이 없는 조씨에 대해 아무런 의심없이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변호인은 코링크와 익성의 관계, 코링크의 사업 등에 대해 어느정도 파악했는지 물었다.

김씨는 "저는 명의만 빌려줬기에 나는 없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고, 사업을 하고 때되면 본인이 정리해달라고 하든지 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한순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이 자리까지 온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조씨가 코링크의 실소유자"라면서도 코링크PE가 어떤 회사인지, 조씨가 회사에서 어떤 직위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는 주장인 셈이다. 조씨를 '실소유주'라고 진술하거나 생각한 이유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답을 내놓는 대신 '한순간의 잘못'이라거나 '가족에게 미안'이라는 등 동문서답을 한 것이다.  

이 같은 진술은 이날 재판에 출석한 다른 증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씨의 수표를 현금으로 환전해 준 유흥주점 업주 김씨는 검찰의 신문에서는 "조씨가 '바지사장'으로 지목된 이 대표보다 우위에 있는 관계로 보였고, 조씨가 지시를 내리는 대화가 오간 것 같다"는 취지로 당시 술자리 분위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상하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어떤 대화가 오갔나"라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대답했다. 

또 조씨가 코링크PE 법인 카드로 술값을 계산했다고 말하며 "조씨가 술집에 자주 왔고, 같이 온 사람들과 WFM 인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막상 "어느 법인카드였나", "WFM을 인수한다는 것을 어떻게 단정했나"라는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난다"라고 답을 얼버무렸다. 

WFM에서 근무한 재무이사 배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반복됐다.

배씨는 "코링크PE 이 대표가 조씨를 총괄대표라고 불렀으며, 조씨가 업무 지시를 했다"며 "인수합병(M&A) 관련 지시는 조씨가 하고, 일반적인 자금은 이 대표를 통해서 진행했다"며 코링크PE의 실질적 소유주는 조씨라고 증언했다. 하지만 변호인이 "이 대표도 와서 증언할 겁니다"라며 추가질문하는 부분에서는 대답을 머뭇거리기도 했다.

그는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WFM이 맺은 고문계약에 대해 "매달 이렇게 (자문료 200만원이) 나가는 것이 맞는지, 이 정도 가치가 맞는지 고민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배씨는 "고문이 필요한 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날 검찰과 조씨 측은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정 교수와 동생 정씨를 증인으로 부를지를 두고도 공방을 이어갔다.

검찰은 "공범 관계를 판단하려면 관련자의 증언을 직접 듣고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실제 재판장이 (정 교수 등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은 증인 신문에 반대하며 "신문할 필요가 있는지도 부정적이고, 정 교수가 공범 관계가 되는지는 우리가 핵심적으로 다투는 부분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 등의 증인 채택 여부를 이날 정하지 않고 "합리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는 말로 정리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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