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87조원 中보조금? WSJ 보도 엉터리"...의혹 부인

"잘못된 정보, 근거 터무니없어"...법적 조치 경고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중국 화웨이가 지난 20년간 중국 정부로부터 최소 750억 달러(약 87조원)에 이르는 지원을 받았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 양 보도했다"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27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날 낸 성명에서 WSJ가 제기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의혹에 대해 "WSJ는 무책임한 보도로 지난 30여년의 화웨이 노력을 '묵살'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WSJ 보도는 터무니없고 잘못됐다"면서 "논리 자체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WSJ의 보도 동기와 목적이 의심스럽다며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모두가 알다시피 화웨이는 독자적으로 발전해온 민영기업"이라면서 "지난 30여년 동안 화웨이는 매년 매출의 10~1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만 해도 R&D 투자비용이 150억 달러에 달했다는 설명이다.

WSJ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화웨이가 중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은 정황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자체 분석을 근거로 "화웨이가 중국 정부로부터 최소 750억 달러를 지원받았다"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했다. 신문은 "화웨이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WSJ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개발은행(CDB)과 중국수출입은행의 신용 공여, 수출금융, 대출 등으로 총 460억 달러 규모의 금융지원을 받았다. 또 2008~2018년 정부의 기술부문 인센티브로 약 250억 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고, 16억 달러의 국가 보조금도 챙겼다. 부지에 대한 할인 혜택도 20억 달러에 달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화웨이는 "WSJ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750억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지난 10년간 화웨이가 R&D에 투자한 비용을 합산하면 얼추 73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관계, 사기업과 중국 정부의 관계는 다를 바 없다"면서 "화웨이는 R&D와 관련해 지원을 받았지만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기술개발과 관련한 세제 혜택은 다른 분야의 기업들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스몰딜'로 평가받는 1단계 무역협정 서명이 임박한 가운데 미·중 양국은 벌써부터 2단계 협상의 쟁점이 될 중국 정부의 산업보조금 지급을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의 보조금이 세계 2위 통신장비 제조업체 핀란드 노키아의 17배(최근 5년 기준)에 달한다는 점과 3위인 스웨덴 에릭슨은 보조금이 제로(0)였다는 점을 들어 화웨이와 다른 중국 기업들의 불공정성을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또 세계 각국의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라고 촉구하는 동시에 화웨이가 반도체 등 핵심부품을 공급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자국 기술이 일정 부분 포함된 제품을 화웨이에 팔 수 없도록 한 제재 방안의 기준을 미국 기술 25% 이상에서 10% 이상으로 강화하려 하고 있다. 이 경우 화웨이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을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