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멸렬’ 국회, 본회의 개의 결국 무산…패스트트랙법 상정 불발(종합)

김봉철·박성준 기자입력 : 2019-12-13 20:43
‘4+1’ 협의체, 선거법 이견으로 ‘자중지란’
국회는 13일 오후 3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를 개의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로 예정됐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개혁 법안, 예산부수법안 및 민생법안의 일괄상정도 불발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대안신당 등이 도출한 수정 합의안에 대해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등이 반발하면서 이른바 여야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에서 내홍이 일었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우리공화당 당원들이 '국회 해산',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 등을 주장하며 본관 진입을 시도하자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희상 의장 “깊은 유감”…오는 16일 3당 원내대표 재소집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7시 30분께 입장문을 내고 “오늘 본회의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개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한민수 국회 대변인이 전했다.

문 의장은 “오늘 오전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합의한 내용이 이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자유한국당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를 실시하지 않기로 한 민생 법안에 대해 명시적으로 무제한 토론 신청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교섭단체는 이날 오전 회동에서 오후 3시 본회의를 개의해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 예산부수법안, 민생 법안,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키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한국당은 본회의 첫 번째 안건인 임시국회 회기 결정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 여야 간 신경전이 벌어지던 끝에 본회의 개의가 무산됐다.

문 의장은 “총선 일정을 감안해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는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17일까지 선거법 개정안이 처리돼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의장은 “지금으로부터 3일간 ‘마라톤 협상’을 진행할 것을 여야 원내대표에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밤을 새워서라도 합의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월요일(16일) 오전에 3당 원내대표 회동을 다시 하겠다”면서 “그 자리에서 실질적인 합의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12일 국회 의장실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선거제 개혁안과 검찰개혁법안의 처리 방안과 본회의 개의 시점을 3당 원내대표들과 논의하기 위해 의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4+1. 연동형 캡 적용·석패율제 놓고 충돌

여야 4+1 협의체는 ‘연동형 캡(cap)’ 적용과 석패율제 도입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협의체 선거법 실무단은 ‘연동형 캡’ 적용과 석패율제 도입에 대해 막판 이견 조율을 시도했다. 이 자리에 정의당은 불참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대안신당은 준연동률을 적용하는 비례대표 의석의 최대치인 ‘연동형 캡’을 전체 비례대표 의석 50석 중 30석으로 정하는 데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비례대표 의석 30석에 대해서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고 나머지 20석은 현행 방식으로 배분한다는 것이다. 개정안 원안은 연동률 50%였으나, ‘연동형 캡’이 높을수록 군소정당의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

당초 민주당은 ‘연동형 캡’ 25석에 5석을 더 확대해 일종의 ‘중재안’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석패율제와 관련해서도 잠정 합의를 이뤘다.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지역구에서 아깝게 당선되지 못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될 수 있게 하는 석패율제를 전국 단위로 한다. 여기에 각 정당이 6개 권역에 대해 1명씩, 총 6명 이내에서 당 판단에 따라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석패율제 역시 민주당의 권역별 폐지 주장과, 군소야당의 전국 단위 도입 주장의 ‘절충안’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주당은 당초 원안대로 권역별 도입을 주장했다가 이후 폐지로 입장을 바꿨었다.

다른 쟁점이었던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참여할 수 있는 정당 득표율 기준, 이른바 ‘봉쇄 조항’을 5%로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3% 원안을 유지하자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선거법은 전국 정당 득표율이 3% 이상인 정당에 대해서만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협의체는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연동률 50% 적용’과 호남 등 농산어촌 지역구 통·폐합을 막기 위해 선거구 획정 인구 기준을 ‘선거일 전 3년 평균’으로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대를 이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심상정 정의당·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국회에서 회동하고 잠정 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확인했다.

◆한국당, ‘임시국회 회기 결정 건’에 필리버스터 신청해 판 깨

한국당은 예상대로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냈다.

민주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재한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오는 16일까지 임시국회를 열자고 제안한 반면, 한국당은 통상 관행대로 회기 기간을 30일로 잡자고 맞서면서 회기 일정 합의는 불발됐다.

이에 한국당은 이날 오후 3시로 예정된 본회의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제372회 임시국회 회기 결정을 위한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당초 민주당은 올해 안에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 5건을 처리하려는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3~4일짜리 임시국회 여섯 번을 연속으로 열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필리버스터는 회기 종료와 함께 끝나고 다음 회기에서 곧바로 표결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 전략에 따라 오는 16일 첫 번째 임시국회를 마친다는 계산이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회동에서) 어차피 선거법이 논란이 될 것이고 필리버스터 핵심은 선거법이 될 테니 그 앞에 것(안건)은 자연스레 처리될 거라고 했지, 필리버스터를 어떤 것에 대해 한다, 안 한다고 명시적으로 이야기한 적은 없다”면서 “필리버스터를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국회법에 보장된 권리”라고 주장했다.

본회의가 열릴 경우 국회가 처리할 예정인 안건은 모두 216건이었다. 공직선거법은 210번, 그 다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3개법 순으로 차례로 상정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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