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물류 고공행진 언제까지] 호르무즈 통행세 현실화에...해운·에너지 판도 바뀐다

  • 이란 '보험 수수료' 도입 사실상 '통행세'

  • 통행료 현실화 땐 운임·에너지 조달비 상승

  • 화주·소비자 부담도↑...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호르무즈 탈출한 첫 한국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호 사진연합뉴스
호르무즈 탈출한 첫 한국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호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에 시동이 걸렸지만 해운·에너지 업계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이란이 60일간의 무료 통항 기간 이후 선박 통항 관련 비용 부과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통행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해운업계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중동 중심의 국내 에너지 공급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신설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을 통해 60일간의 무료 통항 기간 종료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하는 선박에 각종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방침을 국제 해운업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해운업계에서는 해당 수수료가 사실상 통행세를 받겠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미 현지에서는 이란 측의 수수료 부과 방침이 선사들에 전달된 상태"라며 "당장 비용을 걷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선박 운항 과정에서 추가 비용을 부담시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간 합의에 따른 조치인 만큼 선사들이 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며 "결국 추가 비용에 대해서는 운임에 반영될 수밖에 없고, 화주를 거쳐 시장 전반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통행세는 운임 인상을 통해 화주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제품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가 부담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란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에 약 200만 달러(약 30억원)의 통항보험료를 요구한 것을 감안하면, 향후 수수료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양한 대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산유국은 호르무즈 해협 바깥 지역에 항만과 수출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다.

다만 대중동 원유 수입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한국의 경우 원유 운송 부문에서 현실적인 대체 수단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중동 산유국들의 주요 원유 수출 시설이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상당수 유조선은 해협을 통과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해상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로, 하루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제품이 이동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반면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공급망 재편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LNG의 경우 원유와 달리 미국과 호주 등 대체 공급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LNG 수입의 약 30%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통행세 논란이 단순한 운송비 증가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과 해상 물류 질서 재편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한국해운협회도 국제 해운단체들과 공조해 대응에 나섰다. 협회는 아시아선주협회(ASA), 국제해운회의소(ICS) 등을 통해 미국과 이란 측에 자유항행 원칙 훼손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향후 협상 과정과 제도화 여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행세는 특정 선사나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물류 체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자유항행 원칙이 훼손될 경우 원유와 LNG를 비롯한 에너지 공급망 전반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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