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측면에서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유럽 순방은 아쉬웠다. 유럽연합(EU)과의 정상회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벨기에와 이탈리아, 바티칸(교황청) 방문 등 이번 순방은 내용만 놓고 보면 적지 않은 성과를 남겼다.
그러나 순방이 끝난 뒤 국민들에게 가장 강하게 남은 것은 정상외교의 결과가 아니라 순방 기간 이어진 대통령의 엑스(X·옛 트위터) 등의 SNS 메시지였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유럽 순방에서 대(對)유럽 외교의 폭을 넓히는 데 주력했다. EU와는 디지털 통상 협력과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고, 벨기에와 이탈리아와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정책 교류, 산업 협력 강화에 뜻을 모았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향후 한·미 관계와 북핵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 공간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았다. 순방 성과만 놓고 본다면 정부가 충분히 자찬할 만한 내용이었다.
문제는 국민들이 무엇을 기억하느냐다. 순방 기간 국내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은 상당 부분 외교 현장이 아니라 대통령의 SNS로 향했다. 대통령은 해외 체류 중에도 국내 정치 현안과 사회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내놨다. 직접 소통이라는 평가도 가능하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순방 자체가 전달해야 할 핵심 메시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어떤 정상을 만났고 어떤 합의를 이끌어냈는지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대표되는 당청 관계 등이 더 큰 뉴스가 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순방 이후의 모습이었다. 이 대통령은 귀국 후인 지난 19일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어 유럽 순방의 성과를 직접 설명했다. 대통령이 순방 결과를 설명하는 것 자체는 좋은 선례이고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애초 순방 기간 동안 성과가 충분히 주목받았다면 굳이 별도의 설명 자리가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성과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성과보다 다른 이슈들이 더 크게 소비됐기 때문이다. 어렵게 만든 외교 성과를 다시 꺼내 설명해야 하는 상황은 이번 순방이 남긴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외교는 상징의 정치다. 정상의 동선과 발언, 회담 장면 하나까지도 국가의 메시지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 순방 기간만큼은 외교의 목적과 성과가 관심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그러나 이번 순방에서는 외교가 만들어낸 결과보다 그것을 둘러싼 정치적 메시지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순방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회담장 안에서의 성과만이 아니라 그 성과가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기억되는가에도 달려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정치에서 관심은 자산이다. 그러나 관심은 늘 성과를 따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이슈로 쏠리기 마련이다. 이번 순방이 그랬다. 외교 성과는 적지 않았지만 국민의 시선은 다른 곳에 머물렀다.
결국 대통령은 귀국 후 기자회견을 통해 순방의 의미를 다시 설명해야 했다. 외교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외교가 관심의 중심에 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은 분명 많은 성과를 남겼다. 정상외교는 회담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성과가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공유될 때 비로소 정치·외교적 결실로 이어진다.
아무리 좋은 성과도 국민의 기억 속에 남지 못하면 정치적 자산이 되기 어렵다. 이번 유럽 순방이 남긴 가장 큰 숙제는 회담의 결과가 아니라 성과를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정치의 기술과 인내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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