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증해준 ‘괜찮은 일자리’…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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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9-11-2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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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인증해준 중소기업의 괜찮은 일자리, 청년들이 보기에도 ‘괜찮은 일자리’일까.

중소기업연구원이 올해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괜찮은 일자리 관련 인증제도 운영 현황을 파악해본 결과, 중앙정부는 16개, 17개 지자체에서 18개 등 총 34개의 사업이 존재하고 있었다.

34개 사업은 각 정책적 목적이 다르지만, 근로조건과 복지 등을 통해 고용의 질이 높은지 따져보고 기업경영 건전성이나 내부역량 등의 지표를 더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업에게 인증을 해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적어도 정부에서 인증해준 ‘괜찮은 일자리’라는 것이다.

사업 이름을 보면 대부분 ‘청년’, ‘우수기업’, ‘일자리’가 포함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인증한 ‘괜찮은 일자리’…기준이 뭐야?
연구원은 보고서 취지와 다르거나 단일사업으로 종료된 사업을 제외한 31개를 중심으로 인증기업이 정말 청년들의 관점에서 ‘일하고 싶은 기업, 일자리’인지를 살펴봤다.

먼저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인증제도들이 어떤 기준으로 선발되는지 16개 세부유형으로 유형화해 들여다봤다.

그랬더니 ‘고용의 질’이 55.7%로 가장 많았다. 고용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가 절반 이상이라는 뜻이다. 청년 등 일자리 창출 여부를 보는 ‘고용역량’도 13.2%를 차지했다.

고용의 질 항목은 임금 같은 근로조건, 자기개발·육아 같은 근로복지를 포함한다.

연구원은 “대부분의 인증제도는 기업의 일자리 창출 양, 고용안정성 등을 선정요건으로 활용하고 있었다”며 “과거 매출액, 영업이익률 등 단순 재무성과만 기준으로 괜찮은 일자리를 판단한 데서 벗어나 일자리 질적 요소를 측정하는 항목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괜찮은 일자리 인증에 대한 정부의 평가 방향이 전향적으로 바뀐 것을 볼 때, 일단 나쁘지 않다. 괜찮은 일자리가 어느 정도 ‘믿을 만하다’는 얘기다.

◆청년이 보기에도 ‘괜찮은 일자리’일까
그렇다고 아직 인증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평가 방향이 ‘청년의 관점’에 충분히 부합하는지를 살펴야 한다.

우선 살펴볼 것은 ‘최근 청년들이 생각하는 좋은 일자리’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년 사회·경제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 보고서(2017)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 요소의 연도별 추이를 분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이 원하는 직장을 100점이라 했을 때, 이 중 ‘안정적인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31.4%로 가장 컸다. 이어 ‘직무가 적성에 맞는 회사’(22.3%), ‘급여가 높은 회사’(19.5%) 순이었다.

그런데 2년 전과 비교해 보면 청년층이 희망하는 직장 모습이 변화하고 있는 게 관찰된다. 안정적 회사는 37.5%에서 2년 만에 6.1%포인트가 줄었다. 높은 급여도 같은 기간 6.4%포인트 낮아졌고, 2위 자리를 ‘적성’(15.2→22.3%, 7.1%p↑)이 차지했다.

‘퇴근이 빠른 회사’도 2.7%에서 6.9%로 의미 있는 증가폭을 기록했다.

연구원이 이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 보고서를 참고했더니 청년들이 희망하는 직장 모습의 변화 흐름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원은 청년들이 △급여 △안정성 △워라밸을 최우선적으로 보장받는 일자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욜로’와 ‘워라밸’이 괜찮은 일자리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대두됐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퇴근이 빠른 회사’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어 청년층의 워라밸 추구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했다.

◆결론은 ‘믿어도 돼?’
‘이력서를 넣어 봄직한’ 기업인 건 맞다. 적어도 평가 기준은 그렇게 말한다.

단, 정부의 일자리 인증제도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바로 인증제도가 워라밸과 임금 수준 같이 ‘최근’ 청년들이 원하는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평가 방향이 전향적으로 바뀌었으나, 청년들이 바라본 ‘괜찮은 일자리’의 변화만큼 빠르게 바뀌진 않았다는 얘기다.

인증제도 간 평가요소가 상이하다는 점도 우려점이다.

지자체 간, 정부부처 간 ‘괜찮다’의 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 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이곳에선 괜찮은 일자리였으나 다른 데선 부족하다는 평가가 내려질 수 있다.

연구원은 “청년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요건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해 선정하는 일자리 우수기업 인증제도도 다수 존재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괜찮은 일자리 인증요건을 청년 구직자의 눈높이에 맞게 개편하고, ‘괜찮은 일자리’에 대한 정부부처 간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며 “유사·중복 괜찮은 일자리 인증제도를 양적으로 축소하고 질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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