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구독이코노미] ①퍼플독, 매달 받아보는 와인 1병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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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기자
입력 2019-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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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생부터 1996년생까지를 아우르는 밀레니얼 세대는 이제 사회 주류다. 이들은 삼촌과 아버지 세대처럼 '내 집 마련'이 평생의 꿈이 아니다. 오늘 하루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고민하는 '욜로(YOLO)'를 추구한다.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사는(BUY) 대신에 사는 걸(LIVE) 즐긴다. 살 수 있을 만큼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세대니깐. 자연스럽게 소비방식은 소유와 공유를 넘어 구독으로 향하는 중이다. 구독경제는 회원가입을 하면 정기적으로 물건을 받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2020년 구독경제 규모를 5300억 달러(약 600조원)로 전망하고 있다. 아주경제는 2020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우리 생활에 깊숙이 스며든 구독경제 업체를 만나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와인은 한국 사람에게 익숙한 술이 아니다. 삶의 애환을 달래주는 소주, 운동하고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는 '캬~' 하는 소리와 함께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반면 와인을 마시면 '음~'이라는 소리가 자연스레 나온다. 소주나 맥주보다는 좀 더 우아하다. 드라마에서도 추리닝을 입은 주인공이 와인을 들고 나오지는 않는다. 소주나 맥주를 들고 나오는 장면이 보다 자연스럽다.

하지만 최근 밀레니얼 세대는 달라졌다. 워라밸(일과 생활의 밸런스)을 중시하는 이들은 칼퇴하고, 자기계발을 중시한다. 술도 흥건히 취하기보다는 와인 한 잔 마시면서 음미하는 삶을 산다. 폼 잡으면서 SNS에 사진 하나 올리고, 혼술(혼자서 술 마시는 일)하기에 와인은 제격이다. 와인 문화가 확산되다 보니 편의점에서도 와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 와인을 주로 사는 고객층도 밀레니얼이다.

이에 첫번째 구독경제 회사는 퍼플독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7월 와인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퍼플독은 입소문을 타면서 성장하고 있다. 매달 새로운 와인을 알아간다는 점에서 음식 배송 서비스보다는 콘텐츠 회사에 더 가깝다.
 

[사진=퍼플독]


◆매달 새로운 와인이 집으로 배송..."어려운 와인 쉽게 풀어 드려요"

퍼플독에 가입하면 매달 넷째주(또는 둘째주) 화요일이 기다려진다. 와인이 담긴 힙한 상자를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자를 열면 이달의 와인과 와인 설명 소개지가 들어있다. 내가 마시는 와인을 기억하고,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박재정 퍼플독 대표는 "월 3만9000원에 와인 한 병을 마시는 취미활동을 한다는 사실에 밀레니얼 세대는 스스로 만족스러워한다"며 "이들은 와인을 자기계발의 하나이자, 럭셔리한 취미생활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퍼플독 구독 서비스는 △월 3만9000원 골드서비스 △월 6만8000원 골드+ △월 20만원 플래티넘 △월 50만원 블랙까지 예산에 맞게 다양하다.

퍼플독은 자신의 와인 취향을 알 수 있도록 돕는다. 간단한 설문조사를 통해 취향을 파악하고, 매달 와인을 보낸 이후 피드백을 통해 고객 취향을 찾아준다. 이 과정에는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은 알코올 도수, 타닌, 산도, 당도 등에 따라 취향을 매칭시켜준다. 취향별 종류는 190가지이며, 대표적으로 10가지로 압축된다.

박 대표는 "회원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취향을 구분하면, 비슷한 취향의 분들이 선호하는 와인이 대개 비슷하게 나온다"며 "미디어 업체가 추천 영상을 자동으로 보여주는 것과 비슷한 매커니즘이다.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하기 때문에 회원수가 많아지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정석준 기자]


◆"규제 때문에 가파른 성장 어려워"

주류는 현행법에서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다. 이에 와인 구독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매장에 직접 와서 신분확인을 거친 후에 신청해야 한다. 다른 여타 구독 서비스와 큰 차이점이다. 이에 홍보를 열심히 하더라도, 결국에는 이 단계에서 막혀서 구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퍼플독의 설명이다.

특히 주류법은 명확하지도 않다. 술 종류에 따라 허용 여부도 다르다. 전통주는 되고, 다른 술은 배달이 안 된다. 그런데 음식과 함께하면 배달이 된다. 이 또한 음식보다 술이 많다고 판단되면 불법이라고 한다. 한때 유행했던 수제맥주 배송업체는 이로 인해 문을 닫았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음식과 함께 주문하는 경우 주류 배달이 된다. 그런데 이것도 금액이나 용량이 정해진 게 없어서 일선에서는 혼란스럽다"며 "전통주뿐 아니라 다른 주류도 인터넷 판매를 허용해서 신규 사업자가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퍼플독은 법을 탓하기보다는 이 기간동안 내실을 다진다는 각오다. 박 대표는 "우리 비즈니스 모델이 핫하고 트렌디하다는 평을 받아도 규제 때문에 확산이 느리다"며 "내실을 다져서 브랜드 파워를 키울 계획이다"라고 했다.

퍼플독은 서울 송파구 본사 외에 오프라인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 경기도 성복역 롯데몰 수지점에 오프라인 매장 1호점을 냈다. 이곳은 여타 와인 가게와 같지만, 구독을 할 수 있고 취향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경기도 용인 롯데 수지몰 4층 퍼플독 와인 플레이스. [사진=퍼플독]


◆한국 와인시장은 일본의 10분의 1...성장 잠재력 커

퍼플독은 한국 와인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와인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 한국 와인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와인 비즈니스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한국 와인시장은 여전히 일본시장의 10분의 1 수준으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또 와인 구독 서비스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검증된 비즈니스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회원들이 와인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비전을 밝혔다.

그래서 퍼플독의 이름에도 와인을 잘 설명해주는 집사라는 의미를 담았다. 퍼플독의 '독(Dog)'은 삶의 동반자이자 집사를 의미하고, '퍼플(Purple)'은 고귀한 당신을 뜻한다.

퍼플독은 현재 개인고객이 대부분이다. 내년에는 기업을 대상으로하는 B2B(비즈니스투비즈니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기업 VIP 고객에게 패키지를 제공하고, 복리후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직원의 생일이나 회사 기념일 등에 와인을 보내는 방식이다.

또 내년에는 오프라인 매장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와서 와인을 편하게 마시고, 쉴 수 있는 체험형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박 대표는 "아직 한국은 성인 10명 중에 1명도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 안 된다"며 "스토리가 있는 와인을 제공해서, 사람들의 인생이 풍성해지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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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구독이코노미] ②김영하·이병헌도 응원하는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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