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암호화폐 아닌 스테이블 코인... 연준, 뱅크런 대신 '페북런'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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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19-11-2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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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페이스북 '리브라'를 포함한 스테이블 코인(가치안정 암호화폐)'을 증권으로 분류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모든 스테이블 코인이 미국 정부의 한층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된다. 최근 스테이블 코인의 위협을 경고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보고서에 따른 후속조치다.  연준은 보고서에서 스테이블 코인에 내재된 위험성으로 인해 리브라 이용자들이 일제히 페이스북에서 돈을 인출하는 '페북런(뱅크런)'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유로 등 기존 법정통화 또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과 연동해 일정한 가치를 지속해서 유지하도록 만든 암호화폐다. 주로 은행 수수료 없이 자본을 주고받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페이스북 리브라나 리플 등을 들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크게 법정통화 담보형, 암호화폐 담보형, 무담보형 등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암호화폐 담보형과 무담보형은 스테이블 코인의 목적인 가치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어려워 최근에는 법정통화 담보형이 각광받고 있다.

 

[리브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는 미국 하원 금융위원회가 증권법에 따른 스테이블 코인 관련 규정 법안을 상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은 현행 미국법상 모호한 지위에 있었던 스테이블 코인을 증권으로 분류해 관리·감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스테이블 코인의 대표주자인 리브라를 겨냥한 법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페이스북은 리브라가 증권이 아니라 파생상품에 더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연준은 금융안전성 보고서를 통해 만약 스테이블 코인의 유동성이나 신용에 문제가 발생해 암호화폐 생태계가 설계한 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이용자들이 공황에 빠져 일제히 스테이블 코인을 법정통화로 교환하는 현상(페북런)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최악의 상황을 경고했다. 이 경우 단순히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페이스북)의 신용이 떨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자산 가격과 금융 안전성 전반에 큰 피해를 초래할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암호화폐의 대명사인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심해 거래 수단으로서 안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반면 리브라 등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통화와 자산을 담보로 가격변동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거래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

이에 연준은 "스테이블 코인이 활성화되면 자금 세탁이나 테러자금 지원 등에 활용될 우려가 있다"며 "금융 안전성을 위한 스테이블 코인 관리·감독과 이용자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을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사진=아주경제DB]


연준은 스테이블 코인으로 인한 위기를 예방하는 방법도 언급했다. 리브라가 미국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이 진출한 전 세계 국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국내 금융당국도 주목해야 할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스테이블 코인 발행사는 스테이블 코인 운영을 위한 담보 가치를 어디에 어떻게 연동하는지 정확하고 자세하게 밝혀야 하며, 스테이블 코인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객신원확인 규정을 세우고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발행사의 일방적인 횡포로 이용자가 피해를 보는 것을 막기 위해 서비스 약관을 명확히 해야 하며, 고객들에게 스테이블 코인 담보 자산에 대해 지니는 권리를 명시해야 한다.

한편, 연준뿐만 아니라 주요 7개국(G7) 역시 지난달 발행한 스테이블 코인 관련 보고서를 통해 "모든 스테이블 코인은 법적으로 안전하다고 증명될 때까지 출시해서는 안 된다"며 "리브라 같은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가 제도권에 들어오려면 운영사(리브라 협회)에 가입한 업체들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 또한 이용자 보호 정책을 갖춰야 하고, 자금 세탁이나 테러 자금 방지 등에 활용되어서도 안 된다"고 밝혀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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