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융합시대 못따라가는 금융지주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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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19-11-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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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증권 등 계열사간 고객정보 영업에 활용 못해

  • 고객이 동의해도 맞춤형 상품 추천·서비스 불가능

  • 금융위 추진 마이데이터사업서도 금융그룹은 배제

데이터 융·복합을 통한 혁신금융이 차세대 금융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금융그룹은 계열사의 고객 거래정보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이 이를 막고 있는 탓이다. 향후 본격적인 데이터 시대가 열리더라도 금융그룹은 시대에 뒤떨어진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그룹은 계열사를 초월하는 융·복합 서비스 출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은행과 증권 업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지점을 개설하는 행보가 대표적이다. 각 계열사가 운영하던 모바일 앱을 하나로 통합하는 시도도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고객이 해당 지점을 방문하거나 앱을 이용하더라도 맞춤형 상품이나 서비스를 추천받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계열사별 고객의 거래내역을 한데 모아 활용해야 하지만,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체계에선 해당 정보를 '영업 목적'으로 융·복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령에는 '신용위험 관리 등 경영관리' 목적으로만 정보의 융·복합이 가능하다고, 시행령에는 '영업 목적으로는 활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금융그룹들은 계열사별 고객 정보를 리스크 관리 차원으로만 이용하는 실정이다. 한 금융그룹의 고위 임원은 "계열사를 두루 거래하는 고객 데이터를 통합하면 해당 고객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현행법에선 고객 동의가 있더라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등 이른바 '데이터 3법'이 법제화돼도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금융그룹은 '특별법'인 금융지주회사법이 우선이라 데이터 3법의 혜택을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My Data) 사업에서도 금융그룹은 배제된다. '내(My) 금융정보(Data)'를 뜻하는 마이데이터는 금융 데이터의 이용 주체가 금융사가 아닌 개인에게 있다는 패러다임이 근간이다. 그간 금융사가 독점하다시피 한 고객의 금융 데이터를 다른 금융회사에도 공개해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라는 게 마이데이터 사업의 핵심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핀테크 업체는 금융그룹 계열사의 고객 정보를 모두 취합해 새로운 시도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정작 금융그룹은 금융지주회사법에 막혀 새로운 상품·서비스 개발은 고사하고 계열사 간 정보조차 활용하기 어렵다. 금융지주사법이 시대에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주회사의 본질은 고객에게 다양한 계열사의 상품 및 서비스를 통합해서 제공하라는 것인데, 계열사 고객 데이터를 마케팅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면 지주 체제 취지가 퇴색된다"며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관련 법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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