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중금리 대출 활성화" 요구에 카드사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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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19-10-29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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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부터 레버리지 비율 산정때 중금리대출 제외

  • 카드사 "차주 부실률 높아 연체 부담" 판매 꺼려

금융당국이 카드사에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하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적극적으로 늘리기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중금리 대출 차주(신용등급 4~7등급)의 부실률이 높아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중금리 대출을 늘렸다가 카드사의 연체율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카드사 레버리지 비율(총자산/자기자본) 계산 때 총자산에서 중금리 대출을 제외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후속대책이다. 최근 고객들의 카드 이용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총자산이 늘었다. 그 영향으로 레버리지 비율이 6배에 가까워지자 카드사들이 영업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에 카드사는 레버리지 비율을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금융당국은 중금리 대출 자산을 제외하는 식으로 규제를 완화해준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중금리 대출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현재 7개 카드사 가운데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는 곳은 4개(신한·KB국민·우리·롯데카드)뿐이다. 또 올해 1분기 카드사들의 중금리 대출 잔액은 475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오히려 13.8% 줄었다.

이는 중금리 대출 차주의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중금리 대출은 신용등급이 4~7등급인 중·저신용자에게 연평균 11%, 최고 14.5%의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통상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사회초년생이 신용등급 4등급에서 시작하며, 7등급부터는 제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렵다.

개인신용평가사 나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4등급 고객의 불량률(한국신용정보원 채무불이행 발생)은 0.51%, 5등급은 0.7%다. 하지만 6등급 고객은 1.82%로 급격하게 높아지고, 7등급은 불량률이 6.29%까지 급격하게 치솟는다.

올해 카드사의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올 상반기 카드 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 연체율은 2.56%로, 지난해 상반기(2.23%)보다 0.23%포인트 증가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대출은 리스크가 클수록 금리가 높아져야 하지만 중금리 대출의 경우 차주의 리스크에 비해 금리가 낮다”며 “카드사가 중금리 대출을 공급했을 때 수익은커녕 오히려 손실이 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중금리 대출을 위한 신용평가 모델이 없는 것도 문제다. 카드사는 개인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과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통해 차주를 분석하고, 금리와 한도를 정한다.

카드사가 중금리 대출을 취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확한 중금리 대출 심사를 위해 신용평가 모델을 새롭게 구축하려면 3억~5억원이 소요된다. 신용평가 모델은 카드사 고유의 영업 전략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러한 비용 역시 카드사의 몫이 된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정부가 일률적으로 금리를 정하기보다는 실세금리를 적용하면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카드사별로 자금 조달 비용이나 수익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금리를 차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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