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김정은 '남측과 합의'에 담긴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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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9-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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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금강산관광' 독자적 사업권 원해…관광 재재 위한 투자 절실

  • '남북협력' 부진에 대한 불만…대북제재 해체 압박 의도 내포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발언 여파가 일파만파로 퍼졌다.

북한은 25일 금강산 관광지구의 남측 시설 철거에 대한 실무적 문제를 ‘문서교환’으로 협의하고, ‘합의되는 날짜’에 철거해 가라는 내용이 담긴 통지문을 남측으로 보내왔다.

발신처가 ‘북한 금강산국제관광국’으로 명시된 통지문에는 “금강산지구에 국제관광문화지구를 새로 건설한 것”이라며 “합의되는 날짜에 금강산지구에 들어와 당국과 민간기업이 설치한 시설을 철거해 가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실무적 문제들은 문서교환방식으로 합의하면 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을 둘러보며 “민족성이라는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건축미학적으로 심히 낙후된 시설”이라며 “자연경관에 손해되고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또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대남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 김정은 ‘남측과 합의해 철거’ 발언, 속내는?

북한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와 관련, 김 위원장의 남측과 '합의'라는 말의 속내는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기 제기돼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이 금강산을 찾아 남측 당국자와 합의해 시설물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로 북한이 다시 남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이날 보내온 통지문에 ‘실무적 문제들을 문서교환방식으로 합의하자’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는 북한이 남측 시설 철거를 전제로 방북 일정과 인원 등에 대한 협의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금강산 시설 철거와 관련된 업무는 문서로만 진행하고, 추후 철거 일정 등이 결정되면 그때 남한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겠다는 의미로 보여진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학 부총장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하 전략연)의 ‘북한 정세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이 남측과 ‘합의’라는 단어를 쓴 것에 초점을 맞췄다. 금강산 관광 재개 이외 대북제재와 관련된 메시지가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양 부총장은 “굳이 안 써도 되는 단어인 ‘합의’를 왜 썼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며 “합의했던 부분이 기존의 남한에 주었던 것과 다른 메시지를 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지금 북한은 남쪽과 금강산 관광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원산도 해냈는데, 금강산도 못 할 것이 뭐냐는 생각으로 사업권을 갖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적극적이지 않은 한국 정부와 함께하지 않고, 독자적인 사업권을 갖는다는 생각으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지금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면 기존에 쓰던 시설물들의 개·보수가 필요하다. 결국 투자가 (금강산에) 들어가야 한다”며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북한이 우리 정부에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김 위원장이 우리 정부에 남북협력의 상징 ‘금강산관광 중단’을 미끼로 대북제재 해체에 나서 달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 ‘남북협력’ 상징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남북경협 위기로

김 위원장은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선임자의 대남의도정책을 비난하며 “보기만 해도 기분 나빠지는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을 ‘남측 당국자’들과 합의해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남북경협 위기설로 퍼졌다.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에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남북 협력사업 재개가 포함됐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에 북한은 그동안 우리 정부에 “외세의 눈치를 보지 말고 민족의 이익을 대변하라”며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신경 쓰지 말고 남북경협 사업을 추진하자는 뜻을 여러 차례 전달했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북협력사업이 부진해지자 북측은 “남쪽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도의 메시지를 던졌고, 이는 금강산 관광지구 남측 시설 철거 지시까지 이어졌다.

통지문에서 언급된 ‘합의되는 날짜’에서 북한이 이미 철거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돼 향후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북 경협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양 부총장은 “지금 김정은은 관광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만 봐도 으리으리하다. 그런데 금강산 관광지구에 가서 10년 전부터 방치된 남측 시설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금강산 관광지구 철거 발언은 9·19 선언에 포함된 금강산관광 재개가 원활하게 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3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TV가 공개한 김 위원장의 시찰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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