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 제동' 인니 경제...'조코노믹스 2기' 성공할까

곽예지 기자입력 : 2019-10-24 13:30
조코위 대통령, 고질적 빈곤율 낮추며 과반 지지 재선 성공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여파 성장률 하향... 실업률은 올라 뿌리깊은 관료주의 개혁 난관... 외국인 투자유치 장애물로
“우리의 꿈은 2045년까지 인도네시아를 빈곤율 0%에 근접한 세계 5위 경제국 대열에 진입시키는 것입니다.”

지난 20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집권 2기가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조코위 대통령은 야권 후보를 11% 포인트라는 큰 격차로 제치는 등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연임에 성공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세계 경제가 악화된 탓에 매년 5% 이상 성장하던 인도네시아 경제에 ‘경고등’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강조한 목표 달성을 위해 그의 경제개혁 정책인 ‘조코노믹스’를 더욱 힘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의 앞에 과제들이 산적해 있어서 조코노믹스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래픽=아주경제]

◆'풍전등화' 인도네시아 경제

조코위 대통령은 빈민가에서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인도네시아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가구사업을 통해 자수성가한 그는 2005년 중부 자바섬의 인구 25만명 소도시 수라카르타 시장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2012년까지 수라카르타 시장을 지냈고, 그해 자카르타 주지사에 당선돼 2014년까지 재직했다. 주지사 시절 친 서민적 행보로 사랑을 받은 그는 2014년 인도네시아에선 사상 처음인 직선제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한창 선거가 진행되던 시기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닮은 외모 덕분에 '인니의 오바마'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는 득표율 55.5%로 과반의 지지를 받으며 재선에 성공했다. 인도네시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높은 빈곤율을 역대 최저치인 10% 미만으로 낮추고, 열악했던 인프라 시설을 확충한 것이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조코위 대통령 집권 1기의 가장 큰 성과는 인프라 시설을 확충한 것이다. 임기 기간 건설된 고속도로 길이만 3400㎞에 달하며, 950㎞에 달하는 유료 도로도 만들어졌다. 새로 들어선 공항과 항만이 각각 10개, 19개에 달하고, 댐도 무려 17개 새로 건설했다. 이외에 도시전철(MRT)과 경전철(LRT)도 대거 확충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경제는 여전히 바람 앞에 놓인 등불처럼 위태로운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경제 전망에서 올해 인도네시아 성장률 전망치를 5.2%에서 5.0%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도 이달 초 올해 인도네시아 경제성장률이 5%로 둔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9월에는 별도의 보고서에서 생산성 저하 등 요인으로 내년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4.9%로 낮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년실업도 심각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실업률은 5.34% 수준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졸자가 늘고 있다. 제조업 등 산업 기반이 열악한 탓이다. 파트타이머 등 ‘불완전 고용’도 전체 노동 인구의 3분의1에 달한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인한 세계경제 악화가 인도네시아 경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조코노믹스' 가동 준비··· '고젝' CEO 포함 파격적인 내각 구성도 

조코위 대통령은 집권 2기 최우선 과제를 경제 발전으로 삼고 조코노믹스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예열에 나섰다.

먼저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아온 열악한 도로와 항만, 공항 등 교통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그는 재선 확정 직후인 지난 6월 총 700억 달러(약 80조9000억원) 규모의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1만7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가 수마트라와 자바섬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이어져, 각 산업에 필요한 원자재의 원활한 공급은 물론 유통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파격적인 내각 구성도 눈에 띈다. 닛케이아시안리뷰(NAR)에 따르면 조코위 내각의 새 명단에는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차랑공유업체 고젝(Gojek)의 나디엠 마카림 최고경영자(CEO)가 포함됐다. 마카림 CEO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2010년 인도네시아에서 고젝을 설립한 기업인으로 '초보 정치인'이다. 마카림 CEO는 이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각에 합류하는 큰 영광을 얻었다”며 “대통령의 요청으로 고젝에서는 사퇴했다”고 밝혔다.

NAR은 기업인을 내각에 임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며, 이는 조코위 대통령의 집권 2기 주요 정책인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지원을 대폭 강화해 인도네시아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게 조코위 대통령의 구상이다.

이외에도 이번 내각 인사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경제 전문가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자카르타포스트는 비정치 전문가 55%, 정치인 45%로 내각이 꾸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새 경제부 장관은 특정 정당과 관련 없는 인물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뿌리깊은 규제·관료주의 규제개혁 난관··· "전망 불투명"

다만 전문가들은 조코위 대통령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선 강도 높은 구조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각종 규제와 관료주의에 따른 사업 인허가 지연 등은 외국인 직접투자와 인프라 구축 등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이 뿌리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기 때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다. NAR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최근 비공개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하고 있지만, 차선책을 인도네시아가 아닌 베트남으로 꼽았다”며 “이들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신뢰가 낮다”고 지적했다.

적극적인 구조 개혁에 대한 반발도 큰 문제다. 최근 조코위 대통령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밀어붙인 노동법 개정은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의회가 추진하는 형법과 노동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고조되면서 지난 9월부터 대규모 시위가 시작됐다.  1998년 민주화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다.

가레스 레더 캐피털이코노믹스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조코위 대통령의 개혁 의지는 확고하지만 그에 따른 반발 수준을 감안했을 때, 인도네시아의 구조 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인도네시아의 자유주의 경제 개혁은 늘 반발에 부딪혀왔고, 이런 사고방식은 단기간 안에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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