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냐 강행이냐…브렉시트, 英 집안싸움에 다시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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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19-10-2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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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슨-英하원, 기싸움 팽팽…EU에 브렉시트 연기 서한

  • 존슨 강행 의사 여전...21일 합의안 표결 여부 촉각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우여곡절 끝에 합의안을 완성했지만, 영국의 집안싸움이 발발하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또다시 끝이 안보이는 안갯속에 빠졌다. 

19일(현지시간) BBC와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영국 내에서 브렉시트 이행 법률이 모두 마련돼 의회를 통과할 때까지 보리스 존슨 총리가 내놓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을 보류토록 한 수정안이 이날 하원을 통과했다.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표결에도 부쳐지지 못했다. 

영국 하원은 이날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투표에 앞서 보수당 출신 무소속 의원 올리버 레트윈 경이 제안한 '승인 보류 수정안'(레트윈 수정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22표, 반대 306표로 승인했다.

'레트윈 수정안'은 브렉시트 이행법률이 최종적으로 의회를 통과할 때까지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을 보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노딜' 브렉시트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레트윈 수정안이 통과되면서 존슨 총리는 결국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표결을 철회했다. 이로써 오는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의 연기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또 존슨 총리는 어쩔 수 없이 이날 저녁 브렉시트의 연기를 요청하는 편지를 EU에 보냈다. 그는 자신의 브렉시트 강행 의지와는 상관없이 EU(탈퇴)법, 이른바 '벤 액트'에 따라 영국 하원의 결정을 EU에 전달해야 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9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영국은 지난해 제정한 벤 액트를 통해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의 통제권을 강화했다. 의회의 비준 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를 놓고 반드시 하원의 승인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특히 정부가 이날까지 브렉시트 합의안이나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해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EU에 내년 1월 31일까지 브렉시트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했다.

그럼에도 존슨 총리는 오는 31일 브렉시트 강행을 위해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날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브렉시트 연기 요청 서한과 함께 브렉시트 연기는 실수라고 주장하는 별도 서한,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할 수밖에 없게 만든 벤 액트 복사본 등을 보냈다.

특히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연기 요청 서한에는 서명하지 않았고, 브렉시트 연기는 실수라고 믿는다는 서한에만 자필로 서명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존슨 총리는 "나는 EU와 브렉시트 연기를 협상하지 않을 것이며, 법이 이를 나에게 강제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1일 브렉시트 합의안을 이행하기 위한 입법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렉시트 향배는··· 21일 합의안 표결 여부 촉각

브렉시트의 운명은 내주 영국 하원 투표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존슨 총리가 레트윈 수정안 통과에도 불구, 내주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을 위한 투표를 계획하면서 강행의 마지막 불씨는 살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이컵 리스-모그 영국 하원 원내대표는 "하원의장이 허락할 경우 21일 승인투표 개최를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존슨 총리가 과반을 득표할 경우, 판세는 다시 브렉시트 시한 내 강행으로 기울 전망이다. 

레트윈 수정안 표결에서는 야당 의원들은 물론 전 보수당 출신 무소속 의원 중 10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가결에 힘을 보탰다. 다만 노동당 의원 6명, 노동당 출신 무소속 의원 5명이 정부와 함께 반대표를 던진 점은 존슨 총리에게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 합의안이 표결에 부쳐지면, 존슨 총리가 과반인 320표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존슨 총리가 벤 액트를 고쳐 승인투표를 거치지 않고 바로 이행 관련 법률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1일까지 이 같은 절차를 모두 완료할 경우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단행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하원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EU도 혼란에 빠졌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이날 밤 트위터를 통해 "(영국의 브렉시트) 연장 요청이 막 도착했다"며 "나는 EU 지도자들과 어떻게 대응할지 상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EU 27개국 정상과 통화할 것이라며 "이 과정은 며칠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EU 회원국 대사들은 20일 향후 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 회동에 나설 예정이다.

한편 영국과 EU 양측은 EU 정상회의 개최 직전인 지난 17일 오전 브렉시트 재협상을 통해 합의에 도달했다.

양측은 협상에서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간 '하드보더(엄격한 통관·통행)'를 막기 위해 북아일랜드에 이중 관세 체계를 적용하기로 했다. 북아일랜드가 법적으로는 영국 관세영역이라는 전제 아래 실질적으론 EU 관세규칙과 절차를 따르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당초 존슨 총리는 19일 영국 의회의 특별회의에서 합의안을 표결에 부쳐 승인되면 예정대로 오는 31일 브렉시트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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