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주택시장, 이젠 '재건축' 아닌 '일반아파트'가 주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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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최지현 기자
입력 2019-09-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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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권 일반아파트, 규제 리스크 있는 재건축과 달리 하락 없이 상승세 꾸준히 이어져

  • 일반아파트가 재건축 매수세 촉발…재건축 가격 다시 상승 반전하는 데 한몫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최지현 기자]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은 이제 재건축 아파트가 아닌 일반아파트가 이끄는 구조로 바뀌었다. 

강남 집값은 지금까지 높은 미래가치를 가진 재건축 아파트 시세가 분양 등 과정에서 사다리 타듯이 올라가면 일반 아파트 시세가 따라 오르곤 했다. 

그러나 재건축을 겨냥한 정부의 고강도 정책이 지속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강남권 일반아파트 시세가 최근 주택 공급 부족 및 기존 아파트 희소가치 상승 등 전망으로 오름세를 이어가자, 재건축 아파트 시세가 다시 상승 폭을 키우며 일반아파트 가격 흐름을 뒤쫓아 가고 있는 것이다.

27일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강남권을 포함한 서울 전체 일반아파트 및 재건축 주간 매매가격은 지난 8월 12일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개선방안' 발표 직후인 16일 각각 0.02%로 동일한 변동률을 기록했다.

이후 일반아파트는 △8월 23일 0.03% △30일 0.06% △9월 6일 0.05% △20일 0.05% △27일 0.07%로 점진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재건축은 8월 23일 -0.03%로 하락반전한 이후 30일까지 -0.03%를 기록하다 △9월 6일 0.04% △20일 0.21% △27일 0.43%로, 이달 들어 폭발적인 급등세를 보였다.

최근 기준으로만 따지면 재건축 상승세가 월등히 높지만 상한제 직후 잠시나마 하락 반전세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일반아파트는 시류의 흔들림 없이 꾸준히 상승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들도 일반아파트 상승세가 역으로 잠시나마 침체됐던 재건축의 매수세를 이끌었다고 입을 모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인기 일반아파트인 '래미안 블레스티지'의 경우 113㎡C가 지난달 23억5000만원으로 올해 최고 실거래가를 신고하면서 전반적인 호가도 크게 올랐다. 이후 재건축인 '개포주공 1단지' 전용 50㎡S는 이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25억원으로 올해 최고가 실거래를 기록했다.

또 송파구 잠실동 대표 일반아파트로 꼽히는 '잠실 트리지움'의 경우 전용 84㎡ 실거래가는 지난달 15억1000만원으로 올해 최고가를 찍었는데, 이후 재건축인 '잠실주공 5단지'는 112㎡A가 이달 들어 19억5560만원 선으로 올해 세 번째로 높은 최고가를 기록했다. 잠실주공 112㎡A는 불과 지난달까지도 18억원대 중반대에 거래된 바 있다.

잠실동 인근 D중개업소 관계자는 "잠실동 일대 '엘스', '리센츠', 트리지움 등이 많이 오르자 재건축인 잠실주공 5단지의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기 시작했다"며 "잠실주공 5단지 입주민들은 재건축과 주변 일반아파트의 가격 격차가 일정하게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상한제 시행이 불투명해지면서 재건축 거래도 탄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강남권 일대는 재건축이 지역 전체 시세를 선도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이에 일반아파트가 후행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지역 간판 재건축이 부동산 시장에 선제적으로 반응해 시세가 움직이면, 2~4주 정도 이후 일반아파트 시세가 따라 움직이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양상이 사뭇 다르다. 정부가 지난달 상한제 방안을 발표한 이후 재건축 아파트값이 잠시 주춤했던 사이 일반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오르며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고, 이에 재건축이 다시 갭 메우기에 나서는 구조로 시장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도 일반아파트 상승세가 먼저 시작됐고, 이로 인해 재건축 매수세까지 촉발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따라 재건축 아파트값은 떨어진 반면 일반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양 주택군 간 가격 간극이 많이 좁혀졌다"며 "최근 재건축 상승은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을 앞두고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지속되면서 제기되는 불확실성에 따른 것이다. 또 떨어진 가격이 회복하는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현재 재건축 시장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이미 초과이익 환수제로 인해 투자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수년간 이렇게 재건축 투자여건이 나빴던 적이 없었다"며 "재건축 투자 길이 막힌다면 결국 이들 수요층이 어디로 눈을 돌리겠는가? 결국 강남권 일반아파트는 이에 따른 풍선효과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일반아파트 선도 현상도 이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재건축의 급등세가 지속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분양가 상한제가 아직 시행되지 않았고, 특히 최근과 같이 부동산 시장이 격변기에 놓인 경우 재건축은 늘 민감하게 반응해왔기 때문"이라며 "다만 일반아파트는 투자수요뿐 아니라 실수요에게도 관심이 높다. 꾸준한 강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권 일반아파트 가격 상승 선행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강남권 일대에는 대기수요가 늘 풍부하기 때문"이라며 "일반아파트라 해도 강남권 일대는 다른 지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입지, 교통, 인프라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 재건축 규제가 지속되는 한 자산 계층은 일반아파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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