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여행작가 손미나가 말하는 '자신 안에 있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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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기자
입력 2019-09-1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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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과연 몇 개의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40대의 나이에 KBS 아나운서를 거쳐 여행작가, 인생학교 교장, 허프포스트 편집인 등 수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람.

바로 손미나다. 하나의 직업으로는 그를 수식하기 힘들다.

1997년 KBS 공채 24기로 아나운서가 되어 ‘가족오락관’,‘도전골든벨’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2004년, 서른을 앞두고 삶에 대한 고민이 깊어져 휴직을 감행하고 돌연 스페인 유학을 떠났다.

그 후 석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유학생활의 경험과 여행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였으며 이후 아나운서 손미나에서 작가 손미나가 되어 대중들 앞에 나타났다.

현재는 전세계를 누비며 여행에 관한 책을 출간하고 있으며 다양한 길을 걷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손미나 작가의 ‘자신 안에 있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 손미나 작가 제공/ 손미나 작가]


Q. KBS 아나운서, 여행작가, 인생학교 교장, 허프포스트 편집인 등 수많은 길을 걸으셨는데 지금까지 어떠한 삶을 살아오신 건가요?

A. 저는 무엇보다 그때그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것 같아요. 이를 테면 학생 때는 다른 생각 않고 공부를 열심히 했고, KBS 에 다닐 때는 큰 조직에 속한 직장인으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고 회사에 도움이 되기 위해 늘 고민했고요.

인생학교나 허핑턴포스트의 대표로 일할 때나 작가로서 책을 출간할 때도 각각 그 상황에서 있는 힘을 다 해왔습니다. 최고의 결과를 추구하기 보다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제가 늘 추구해 온 삶인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KBS 아나운서 시절 그리고 여행작가, 인생학교 교장, 허프포스트 편집인 등에서 각각 어떠한 경험들을 하셨고 현재는 어떠한 삶을 살고 계신가요?

A. 아나운서 시절엔 더할 나위없이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냈지요. 만나기 힘든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대중의 사랑도 받았고요. 그럼에도 여행작가가 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고 후회없는 선택이었답니다.

여행작가 활동은 확실히 세상을 보는 제 시야를 넓혀준 것 같아요. 허핑턴포스트 서울 대표로 일한 3년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죠.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호기심, 뛰어난 실력으로 똘똘뭉친 전세계 젊은 저널리스트들과 아낌없이 열정을 불태우며 일했으니까요.

인생학교 역시 저에겐 잊지 못할 경험입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매일, 인간으로서의 고민과 갈등을 마주합니다. 그 문제점들을 같이 고민하고 다양한 분들과 소중한 시간을 나누며 성장할 수 있던 지난 5년, 인생학교와 함께 한 시간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현재는 운동과 여행을 하며 인생 제2막을 잘 살기 위한 준비 중이고요, 향후에는 주로 글쓰기와 강연을 통해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콘텐츠를 나누는 일을 해 나갈 생각입니다.

Q. 아나운서의 경험이 이후의 삶을 살면서 어떠한 영향을 주었나요?

A. 아나운서 경험은 평생 저에게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겁니다. 수많은 긍정적 영향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다년간의 생방송 진행으로 다져진 대범함과 순발력이 있겠고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 덕분에 누군가의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끌어내는 기술을 배운 것 같아요.

그러니 여행작가로 일하면서도 나이, 국적, 직업 등을 막론하고 전세계 사람들과 소통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능력을 자연스레 갖게 된 것 같습니다.

Q. 여행이 준 가장 큰 교훈과 여행 전의 삶과 여행 후의 삶에 있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여행은 한마디로 길 위의 학교입니다. 개인적으로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편견의 벽을 부수고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여행하기 전과 후의 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고요. 그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와 상상력의 제한이 없어진 점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행이 준 가장 큰 교훈은,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것입니다.

Q. 20대, 30대, 40대 나이가 들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저는 의외로 나이를 먹으며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아요. 여전히 호기심 많고, 두려운 것도 많고, 꿈도 많고 철도 안 드는 것 같고요. 그래도 한가지를 꼽는다면, 불행이 닥치거나 무언가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신세한탄을 하거나 속상해하기 보다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점 같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저를 실망시키는 일이 벌어져도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라는 관점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아요.


Q. 먼 훗날 할머니가 되었을 때 어떠한 모습이었으면 하시며 손미나가 생각하는 멋있게 나이 먹는 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지금처럼 호기심 왕성하고 이야깃거리 많은 사람이 되고싶어요. 나이는 더 들겠지만 보다 너그럽고 이해심 많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연극 19 그리고 80에 나오는 모드 할머니처럼 죽기 직전까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열정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Q. 현재 누군가의 멘토와 롤모델이 된 시점에서 손미나 작가의 멘토나 롤모델 또는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과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제 신간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를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 부모님, 특히 아버지는 저의 멘토이자 스승, 벗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어떤 인간으로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지를 가르쳐주신 아버지의 지혜로움을 떠올리며 고민스러운 순간들을 헤쳐나가기 위한 용기를 얻습니다.

Q. 만약 아나운서가 되지 않았더라면, 여행을 가지 않았더라면, 인생학교의 교장이 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현재 어떠한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만약 뭐뭐 하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질문은 사실 답변이 불가능합니다.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리고 이미 다른 선택들을 해버렸기 때문이죠. 또한, 다른 선택을 했다 하여도 그 이후 수많은 변수가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므로 상상 자체가 불가능하죠. 

더구나 만약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해도 저는 모르는 채 살아가기를 희망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막상 앞에 놓인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럼에도 답변을 해보라 하신다면 아마도 ‘직종이나 분야는 다르더라도 소통과 성장을 추구하며 나름대로의 행복과 보람을 찾아 그 길을 열심히 가고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Q. <누가 뭐라 해도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라는 책을 출간하셨는데 수많은 길을 걸어온 사람으로서 많은 두려움들이 있었을텐데 손미나가 생각하는 자기 안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법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두려움은 피하려고 할수록 더 우리를 괴롭히는 경향이 있어요. 도망치듯 두려움에서 벗어나려 하거나, 안전한 길만 택하려 하는 대신 누구에게나 처음은, 또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택하는 것은 두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두려움의 정체가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서 마주하려 애쓰다 보면 사실 그것이 곧 불가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눈을 가리고 길을 걷는 것을 상상해보세요. 앞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꽃길을 걷고 있어도 두려울 뿐이고,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보면 가시밭길이나 벼랑 끝이라 해도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 있는 법이니까요.

Q.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좋아하는 일과 어쩔 수 없는 일을 해야 될 때가 있는데 이 둘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인생이란 늘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인생에는 희극과 비극, 기쁨과 고통이 공존한다는 것‘ 이 두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원하지 않던 일을 하다 의외의 기쁨이나 행운을 얻게될 수도 있고, 지금은 고통스럽지만 미래에 돌아보면 값진 경험이라 여겨질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거든요. 인생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Q. 많은 것들을 이루셨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것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앞으로는 무엇보다 글쓰기에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동안은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왔다면 지금부터는 제가 가장 즐거움을 느끼고 잘 할 수 있는 일들에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쏟고 싶어요.

좀 더 많이 사색하고, 여행하고, 글을 쓰면서 보다 깊은 내면의 나와의 소통, 정신적 육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 등을 해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제가 늘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모토 중 하나는 자율적 책임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기준을 정해 책임질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자유와 모험을 즐기는 것을 의미하죠.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자유는 책임이 따를 때 의미가 있고요, 제가 가장 즐기는 자유는 상상력의 한계, 편견의 한계 등을 부수어 저의 우주를 넓히는 것입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손미나 작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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