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 연내 3차 만남 시사…'파기-대화' 반복한 북미 협상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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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9-09-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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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9월 하순 대화 의지에...트럼프 "김정은 연내 만날 의향 있다"

  • 北美, 서로에 대한 불신 커...과거 협상 때마다 '파기-봉합' 악순환 반복

  • 美, 대선 앞두고 내부서 북핵문제 해결 의지...북미 비핵화 협상 도출되면 이행할 유인 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올해 안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를 통해 이달 하순경 대화재개 의지를 밝힘에 따라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급물살을 타면 북미 정상회담도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어느 시점에 김정은과 만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어느 시점엔가 그렇다"면서 "틀림없이 그들은 만나기를 원한다. 나는 그것이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북한이 9월 내 대화의지를 밝힌데 대해서도 "만남은 늘 좋은 것"이라는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미 정상의 긍정적 기류에도 불구하고 비핵화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는 해소되지 못했다. 미국은 북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하고 있고,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과거 북미 간 합의를 파기한 전례 때문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다.

과거 비핵화 협상은 주로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한 단계 해나갈 때마다 한미가 보상을 제공하는 '행동 대 행동'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북한의 시간끌기 전술을 공고화하는데 이용됐고, 잦은 불이행으로 결국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먼저 1994년 체결된 제네바 합의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는 등의 대가로 미국이 북한에 경수로 2기와 중유를 제공하고 3개월 안에 관계정상회담(수교회담)을 진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북한이 2002년 핵 동결 해제를 선언하고 다음해 NPT 탈퇴를 선언하며 파기됐다. 이 과정에서 미국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찰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2005년 6자회담 결과로 도출된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NPT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에 200만kW를 북한에 지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9·19 이행조치가 담긴 2007년 2·13 합의는 북핵 해결을 '동결-불능화-폐기'로 나누고 북한이 핵 불능화 조치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한·미·일·중·러가 중유 100만t을 제공하기로 했다. 북한은 2008년 6월 영변 핵시설 냉각탑을 폭파했고 미국은 그해 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으나 북한은 핵 신고서 검증 조치를 거부했고 2009년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김정은 집권 직후인 2012년 도출된 2·29 합의는 핵실험과 장거리 발사, 우라늄 농축 중단 등의 대가로 미국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같은 해 4월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장거리로켓 광명성 3호를 발사하고 유엔 안보리가 이에 대한 의장성명을 채택하며 파기됐다.

이후 북한은 2013년 2월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2016년 제4차 핵실험과 제5차 핵실험에 돌입해 2017년 8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에 성공한다. 결국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통해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 완전 성공"을 주장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 보유국 반열에 올라선 순간이다.

이후 북미는 서로에 대한 전쟁을 예고하며 갈등의 최고 정점을 달리다 2018년 1월 남북고위급 회담,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로 서서히 분위기가 반전된다. 현재 국면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과 2019년 2월 베트남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연장선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미간 비핵화 빅딜은 양측이 속고 속이기를 반복하면서 악순환된 측면이 있다"며 "북한도 미국과의 합의 이행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지만 미국도 약속을 어기고 북한에 제재를 가한 사안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북미 비핵화 협상은 과거와 다른 측면이 많아 기대감을 갖기 충분하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모두 북핵 문제 해결이 국내정치적으로 절실한 상황인데다 고위급이 아닌 정상 외교간 이뤄지는 만큼 기대 이상의 빅딜을 이뤄낼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특히 북한은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고, 미국 역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향상된 만큼 이번에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가 높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소 미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정치적 요소와 여론이라는 요소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고 북한이 합의를 이행한다면 미국도 이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만약 북미가 협상에 실패하거나 도출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한다면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북핵 문제는 북한의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한 지난 30년 동안 겪어 왔던 대로 '도발-제재-대화'를 오가는 외교 난제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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