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Z세대' 공략하는 유럽 고급백화점..."명품만으로는 안 된다"

배인선 기자입력 : 2019-09-13 05:00
포트넘 앤 메이슨, 라파예트, 해러즈 백화점 등 줄줄이 중국 진출 '95허우' 소비 견인···中, 올해 美 꺾고 세계 최대 소매시장 될 듯 "현지 문화 교감 못하면 필패"...中 젊은층 애국주의 소비성향도
영국 런던 피카딜리 거리에 있는 3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고급 식료품 백화점 '포트넘 앤 메이슨'.  특히 고급 홍차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이곳은 정기적으로 영국 왕실 버킹엄 궁전에 차와 잼, 마멀레이드 등을 공급할 정도로 고급 식료품만 취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포트넘 앤 메이슨이 처음으로 영국 이외 지역에 독립형 매장을 오픈한다. 홍콩에서다.

홍콩 빅토리아 항구 인근에 약 26억 달러를 들여 650㎡가 넘는 면적의 대형 매장을 짓고, 이달 중 매장을 열 예정이다. 포트넘 앤 메이슨은 홍콩을 발판으로 사치품 소비 '큰손'인 아시아, 특히 중국 본토 관광객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포트넘 앤 메이슨뿐만이 아니다. 최근 해외 명품 백화점이나 브랜드의 중국 시장 진출이 눈에 띈다.

프랑스 파리의 고급 백화점 '갤러리 라파예트'는 이달 23일 상하이 푸둥에 중국 2호점을 낸다. 지난 2013년 베이징에 1호점을 낸 지 약 6년 만이다. 이름도 중국식으로 '부처'라는 뜻으로 '라오포예(老佛爺)'라고 지었다.

라파예트는 현재 전 세계에 66곳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중 60곳은 프랑스에, 나머지 6곳은 베를린(독일), 카사블랑카(모로코), 자카르타(인도네시아), 두바이(아랍에미리트), 그리고 베이징과 상하이에 있다. 해외 매장의 3분의 1이 중국에 몰려있는 것. 라파예트는 오는 2025년까지 베이징 ·상하이·광저우·선전 등 1선 도시에 모두 10개 신규 백화점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영국 런던의 고급 백화점인 '해러즈' 역시 베이징에 '애프터눈 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 이외에 유일한 해외 매장이다. 글로벌 편집숍 '도버스트릿마켓’도 지난해 베이징에 매장을 오픈했다.

영국 고급 식료품 백화점 포트넘앤메이슨[사진=포트넘앤메이슨 공식 홈페이지]


유럽 명품 백화점이나 브랜드가 중국으로 진출하는 이유는 하나다. 14억 중국인, 특히 ‘Z세대’라 불리는 젊은 소비층의 나날이 커지는 구매력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했다.

실제로 프랑스 파리 오스만 거리의 라파예트 백화점과 런던 나이츠브리지의 해러즈 백화점을 찾는 손님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이다. 포트넘 앤 메이슨에도 중국은 영국 이외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한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는 SCMP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이 아닌 일본 등지에 집중했던 브랜드들이 중국을 기회의 시장으로 보기 시작했다며 이는 오늘날 중국 젊은 소비층이 혁신적인 데다가 가처분 소득도 그 어느 세대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계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OC&C에 따르면 중국 ‘95허우(95後, 1995년 이후 출생자)’ 세대, 즉 Z세대가 소비가 전체 가구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다. 반면 미국 젊은층 소비가 전체 가구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했다. 중국 젊은 층 대부분이 외동자녀로 자라서 구매력도 크기 때문이다.

중국이 올해 미국을 꺾고 세계 최대 소매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는 올해 중국 소매매출이 5조6000억 달러(약 6600조원)로 미국보다 1000억 달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소매시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단순히 중국인의 지갑만 열겠다고 무작정 중국 시장에 달려들어선 낭패다. 중국 시장과 ‘사랑’에 빠져야 한다고 마케팅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기업들로선 중국인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일부 고급 명품 브랜드들은 여전히 중국 문화를 조롱하고 있으며, 중국 문화의 다채로움과 정교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앞서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돌체앤가바나가 지난해 중국인 모델이 스파게티와 피자를 젓가락으로 힘들게 먹는 광고로 중국을 모욕했다는 비난에 휩싸여 보이콧을 당한 게 대표적인 예다.

게다가 최근 중국 젊은층에선 애국주의 소비 성향도 짙어졌다. 단순히 유럽 디자인이나 명품을 넘는 그 이상의 것을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때 일본 다카시마야 같은 고급 백화점도 중국에 진출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다카시마야 상하이 매장은 지난해 9억 엔 등 7년째 적자를 이어가다 결국 문을 닫았다.

고객들에게 명품 브랜드 스토리와 가치를 제공하고,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고, 한정판 컬렉션 라인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라파예트 글로벌사업 책임자 필립 페돈은 SCMP에 "프랑스식 촉감(touch)이나 프랑스식 ‘삶의 기쁨(Joie de vivre)’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며 "점점 더 세련미를 추구하는 중국인들로 하여금 그걸 깨닫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쇼핑과 감성이 어우러지는 체험을 제공하고 손님이 정말 손님다운 서비스를 누리게 하고 맛있는 식·음료를 옵션으로 제공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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