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95허우, 쇼핑할때 '샤오훙수'부터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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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5-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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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SNS 온라인쇼핑몰…2억2000만명 회원 중 절반이 95허우

  • '왕훙'마케팅+입소문…명품브랜드, 일반광고보다 '영향력' 커

  • 빠르게 커지는 中 SNS쇼핑시장…2022년 4130억달러로 확대 예상

중국 상하이에 사는 스무살 대학생 관씨. 그는 화장품을 살 때 값비싼 명품 브랜드나 백화점 매장을 찾지 않는다. 무조건 '샤오훙수(小紅書)' 앱부터 연다. 

샤오홍수는 2013년 중국에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한 상품에 대한 리뷰를 작성 후 이를 공유하는 일종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쇼핑몰이다. "중국의 모든 유행은 샤오훙수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모두 샤오훙수 투자자다. 3월말 기준 이용자 수는 2억2000만명으로, 이용자 절반이 95허우 세대다.  이들이 하루 평균 올리는 글만 30억건이다. 미용·뷰티·패션·헬스·독서 등 관련 내용이 대부분이다. 
 

[사진=샤오훙수]


관씨는 이날 샤오훙수에서 평소 즐겨찾는 블로거 화장품 사용 후기 동영상을 보고 몇 분만에 화장품 4종을 구매했다. 동영상에 삽입된 링크를 누르기만 하면 곧바로 해당 화장품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다. 그는 "쇼핑 전엔 무조건 샤오훙수에 가서 리뷰부터 본다. 내가 더 나은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씨는 1995년 이후 출생한 중국의 95허우(95後, 1995년 이후 출생자) 세대다. 'Z세대'라고도 불린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95허우 세대들이 중국의 소비패턴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어렸을 적부터 모바일을 접하며 자라온 95허우 세대에게 SNS 공간은 시간뿐만 아니라 돈을 쓰는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 중국의 95허우 세대에게 유명 명품 브랜드나 전통 광고 등은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들은 이전 세대처럼 오프라인 매장이나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쇼핑하지도 않는다.

95허우 세대가 의존하는 건 SNS에서 활동하는 '왕훙(網紅)’이다. 인터넷과 인기를 합친 말로 간단히 말하면 인터넷스타, 우리나라로 치면 파워블로거 쯤 되겠다.  이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왕훙이 소개하는 제품을 믿고 구매한다. 또 SNS에 올라오는 리뷰나 입소문에 좌지우지 된다. 그래서 점점 더 많은 95허우 세대들은 쇼트클립(짧은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SNS를 통해 주로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95허우 세대의 새로운 소비를 통해 전 세계 소매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고 평했다. 한 마디로 "쇼핑의 미래가 이미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따르면 중국 SNS 쇼핑시장은 지난 2017년 900억 달러(약 105조원)에서 오는 2022년엔 4130억 달러로, 4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SNS쇼핑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샤오홍수뿐만 아니라 이미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중국판 넷플릭스' 아이치이, 인공지능(AI) 기반 뉴스콘텐츠 제공업체 바이트댄스 등도 95허우 지갑을 열기 위해 SNS 쇼핑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이치이의 경우, 회원들이 스마트폰 혹은 PC로 드라마 등 콘텐츠를 볼 때 화면 아래 부분에 인터넷 링크가 뜬다.  그걸 누르면 곧바로 관련 온라인쇼핑몰에 접속해 스타들이 착용한 의류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올 1월엔 TV를 보면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스마트폰으로 쇼핑할 수 있는 신기술도 도입했다. 현재 화면에서 배우가 착용한 의류가 맘에 들면, TV화면에 나온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한다. 그러면 곧바로 관련 온라인쇼핑몰로 연결돼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이다. 

SNS쇼핑이 아직 아이치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증가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중국 온라인쇼핑에서 SNS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8.5%지만 2022년엔 15%까지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중국 95허우 세대에서 유독 SNS쇼핑이 먹히는 것은 중국은 모바일결제 시스템이 워낙 보편적인 데다가 대부분이 외동자녀로 자라서 구매력도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OC&C에 따르면 중국 95허우 세대 소비가 전체 가구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다. 반면 미국 젊은층 소비가 전체 가구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했다. 

[자료=OC&C]


미국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에서도 SNS 쇼핑기능을 도입하고 있지만 중국에서처럼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다. 시장연구조사기관인 테크나비오(Technavio)'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SNS쇼핑 규모는 169억4000만 달러로, 전체 온라인쇼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그쳤다. 

중국 미래 소비주축인 95허우들의 SNS 쇼핑 의존도가 워낙 높아 아무리 유명 명품 브랜드라 하더라도 이러한 새로운 소비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중국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미래소비 주축 '95허우' 세대[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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