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지소미아 파기에 우려되는 안보 '블랙스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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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인텔리전스학과 특임교수
입력 2019-08-2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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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교수]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국내외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이라는 과거 역사문제가 한일 갈등의 단초였다.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고 있는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로 한일 간의 경제전쟁이 시작되었으며, 급기야는 한일 간의 갈등이 안보문제로 확산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어 걱정스럽다.

일본 정부는 과거 역사문제에 대해서 진정성을 갖고 사죄를 해야 하며 반성해야 한다. 아베 정부가 한일 간의 역사문제를 국내 정치문제로 활용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시작했다. 아베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과거 역사와 경제문제를 분리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문재인 정부는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대응할 카드로 지소미아 파기와 독도방어훈련을 꺼내 들었다. 정부가 경제와 안보 문제를 분리 대응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에 타격을 주기 위해 지소미아 파기를 전략적으로 선택하였다.

그러나 과거 역사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이제는 경제, 안보 문제와 함께 뒤섞여서 복잡하고 우려스러운 양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마디로 한일관계는 이제 총체적 위기 상황에 빠져 있으며, 쉽게 해결되지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일본 정부가 잘못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도 너무 성급하게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했다. 보다 신중한 입장을 취했어야만 했다.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따른 경제적 측면의 파급영향을 본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삼성전자, SK 하이닉스는 사장단 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이제 막 시작단계에 불과하며, 향후 아베 정부의 추가보복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일본제품을 수입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조속히 해결해 주기를 기대하였으나 지소미아 파기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한다. 경제부처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미.중 간의 무역전쟁도 벌어지고 있어 이들의 무역마찰에 따른 파장이 국내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으며 재선을 앞두고 있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더욱 압박하는 모습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에서 애플의 경쟁자인 삼성전자를 거론하며 애플을 돕겠다고 언급 하였다. 한.미 관계를 감안하여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의도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금년 상반기 국내 대기업들의 영업성적이 좋지 않다. 국내 10대 그룹의 영업이익이 54% 감소 되었다. 한일경제전쟁 장기화 가능성을 포함하여 국내외 경제환경을 고려해 볼 때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한편 지소미아 파기 결정으로 인해 한일 안보협력 관계에도 균열이 발생하여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틀 후인 8월 24일 북한은 또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한의 숨은 의도는 균열이 간 지소미아를 시험해보고, 남남갈등을 유발시키고 한미동맹 관계에도 악영향을 주기 위한 것이다.

또한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안보적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와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미국은 동북아지역에서 중국, 러시아, 북한을 견제하고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원한다. 지소미아는 삼각 안보협력 관계의 한 축이다. 안보적 측면에서 볼 때, 한일 안보협력 관계는 물론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관계가 무너지면 대북 안보협력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중국, 러시아, 북한은 좋아할 것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미.북 간의 협상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도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현재 지소미아 파기를 계기로 안보 문제에 대해 국론이 또다시 분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G7정상회담에서 한미연합훈련이 “완전한 돈낭비”라는 발언을 하였고,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 라고 언급하였다. 또한 미국 국무부도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해 “한국의 방어를 더 어렵게 하고 주한미군에 대한 위험성도 증가시킬 것” 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더욱이 한미 양국 간의 신뢰성 문제도 제기될 소지가 있어 강력한 한미동맹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볼 때 한미동맹 관계가 제대로 굳건하게 유지될 것인지 걱정스럽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경제적, 안보적 측면에서 큰 짐을 짊어져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외교적인 노력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정부의 역량을 한일 갈등 관계 회복을 위해 분산시켜야 하는 부담도 생겼다.

국방부는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강력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완벽한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당연히 안보에 문제가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도발 등 군사적 위협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남북관계가 대화국면에 있으며, 미북 간에도 정상회담을 하여 한반도에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믿고 지소미아를 파기해도 안보에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는 안보 문제에 있어 항상 경계심을 유지해야 한다.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블랙스완(Black Swan)이라고 부른다. 미국의 경우, 일본의 진주만 공격, 9.11 테러가 대표적인 블랙스완 사례이다. 미국의 국방부와 정보기관들은 블랙스완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평소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대응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안보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상치 못한 북한의 도발 행위가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6.25 전쟁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CEO 및 경영진에서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는 의사결정 과정과 전략적 판단에 있어 맹점 (Blindspot)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최고 경영진이 강력한 내적 신념에 빠져 미래의 위기 신호를 무시하고 잘못된 전략에 연연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안보 문제를 놓고 블랙스완과 맹점 같은 일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부는 강제징용,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지소미아 파기 문제를 차분하게 해결해야만 한다. 특히 경제 및 안보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한일 양국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정적인 대응이 아닌,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들이 엉켜버린 실타래 같아서 하나씩 풀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양국 정상들이 정치적 결단을 내리고 정상회담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 기업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는 경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 산업이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로 전환 시켜야 한다. 안보적 측면에서는 굳건한 한미동맹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결속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며, 지소미아를 조속히 복원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도발 행위로 한국과 미국, 일본이 한목소리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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