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언제 시행되나"…속도조절론에 김현미 장관 리더십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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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19-08-2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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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행 시기 놓고 시장 혼선…10월 초 강행 당초 입장 고수여부 주목

  • 경제난 속 정부 등 여권 반대론 확산 부담 떨치고 강행하기 쉽지 않을 듯

  • 지연 땐 선분양ㆍ후분양 놓고 갈팡질팡 주요 단지 대상서 빠져 정책효과 반감 불가피

  • 상한제 시행 결단ㆍ집값 안정세 유지 등 따라 향후 거취ㆍ행보 판가름 날듯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3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제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기가 서울 등 주요 지역 부동산시장 초미의 관심사다. 

이런 가운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처음 꺼내고 드라이브를 걸어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상한제 시행 의지 및 결단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장관은 현재 차기 총리 물망에 오른다. 내년 총선 출마 의지도 강하다. 그의 재임 중 최대 성과 과제는 집값 안정이다. 상한제 시행이 앞으로 집값 동향의 중대 분기점일 수 있다. 김 장관의 리더십이 자신의 향후 행보와 거취를 결정할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국토부는 상한제 시행시기와 적용 대상 지역을 여전히 못박지 않고 있다. 오는 9월 말까지 입법예고를 거쳐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 회의를 열어 결정하기로 했다. 가변성 높은 시장 움직임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명분 하에 시행 시기 및 적용 대상을 조절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현재 속도라면 상한제가 아무리 빨리 시행돼도 그 소요기간은 무려 두 달 보름이나 된다. 오는 10월 초 시행으로 가정하고 거꾸로 계산하면 김 장관이 처음 이 상한제 도입을 언급한 뒤 공식 발표까지 한 달, 뒤이어 입법예고 기간 40여일 등을 고려한 것이다. 10월 초 시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시장이 장기 혼란이 빠져들고 당초 목표로 했던 집값 안정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27일 관련부처 등 여권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분양가 상한제 시행의 속도조절론이 정부 내에서 점차 힘을 얻어가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상한제를 시행할 경우 정부의 경제 살리기 노력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 같은 속도도절론에 휘말려 미적대다간 적절한 시행 시기를 놓쳐 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선분양과 후분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분양가 통제의 탈출구를 찾던 서울 강남 등 주요 단지들이 대거 대상에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양론이 이처럼 팽팽히 맞서면서 시장에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상한제 시행이 오리무중이다보니 재건축 조합 및 건설업계는 분양시기를 언제로 할지 저울질 중이다. 청약자는 '로또'라는 상한제 적용 아파트 분양을 기다리며 언제까지 청약통장 사용을 미뤄야 하는지 고민이다. 매매 또는 전월세 거래 당사자는 상한제 시행 전후로 있을 수 있는 집값 또는 전월세 시세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매매거래에서 집을 파는 사람은 비싸게 팔려 하고 사는 사람은 싸게 사려 하니 매매 시점의 시세를 중시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간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구체적인 시행 시기와 지역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을 살펴 가장 좋은 시기에 가장 좋은 지역을 대상으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앞서 시행령 개정안 발표 과정에서부터 기재부와 국토부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부처 간 엇박자가 지속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기우일 뿐 기재부와의 제도 시행 취지와 방향이 같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10월 시행령 개정안 공포·시행 이후 주정심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 시행 지역 및 시기를 선별하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밝혀왔다"며 "국무총리와 부총리의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당연히 시행되는 것으로 인식해 분양 시기를 고심하고 있어 정부의 애매한 태도가 달갑지 않은 눈치다. 특히 후분양을 저울질하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3차·경남아파트(원베일리)와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아파트(래미안 라클래시),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등은 발빠르게 선분양으로 선회한다는 뜻을 밝혔다가 다시 고민에 빠졌다.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은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지 않을 수 있으니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협의하지 않고 기다리는 게 맞지 않냐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부가 모르지 않을 텐데 분양가 상한제와 같이 파급력 큰 정책을 간 보는 데 이용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에 민간 분양가 상한제 시행의 필요성을 거듭 밝혀온 김현미 장관의 판단과 결정이 더욱 중요해졌다. 김 장관은 지난 13일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이숙이입니다'에 출연해 "국토부 조사 결과 고분양가가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로 몰리는 수요의 원인이고, 이것이 전체 부동산 시장의 가격 상승을 이끄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향후 강남 아파트 시세가 평당 1억원으로 치닫는 '시그널'(신호)을 막고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확대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장관의 확고한 의지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방침 발표 전 당정 협의에서부터 나타났다. 당시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 기재부에서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해 내수 위축 우려가 있는 만큼 발표를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장관은 발표를 강행했다.

총선 출마를 감안하면 김 장관 임기는 내년 1월 초까지로 예상된다. 다만 3기 신도시 추진으로 지역구(고양 정) 여론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리 없어,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 겁을 주려는 것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공은 김 장관에게 있다"며 "시장도 업계도 결국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에 주택시장 안정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일관성 있게 추진되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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