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산업구조 관점의 한국 금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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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구 서울디지털혁신연구소 교수]  

 
한국의 4대 금융지주사를 얘기할 때 단순히 예대마진으로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이기적인 조직쯤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사는 하나의 회사가 아닌 십여개의 기업을 보유한 그룹으로 평가해야 한다. 각 금융지주사 아래에는 은행, 증권, 카드, 보험 등 다양한 금융회사를 두고 있고, 은행에만 각각 만명 이상의 고급인력이 일하고 있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2025년 평균 당기순이익은 4.5조원인데, 하나의 그룹으로 볼 때 이익이 과연 많은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금융계에서는 금융업을 장치산업이라고 얘기도 한다. 전국적인 지점망,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있어서 일견 수긍이 가나, 외부의 일반적인 시각은 조선업, 철강업 등 거대한 가시적 생산설비가 있는 업종을 장치산업이라 본다, 따라서 네트워크산업이라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금융산업은 가시적인 디지털전환이 많이 이루어진 업종이다. 송금과 주식 거래의 온라인화는 보편적 서비스가 되었으며, 나아가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화폐의 확대 등 금융자산의 디지털화도 많이 진전되었다. 그러나 AI 측면의 한국 금융은 대규모 산업혁신단계에 진입한 미국에 비해 AI시스템을 개별적으로 도입하고 있어 발전이 늦다. 구글과 제휴하여 AI금융비서를 개발하는 미쓰비시UFG사에서 보듯이 해야 할 과제가 널려 있다. 금융업의 미래는 데이터에 있다는 말도 새겨 들어야 하겠다.
 
정책 입안자는 특정산업을 살펴볼 때 소비자보호(유효경쟁 확보)와 국제경쟁력(규모경제 확보)이란 두 요소 사이에서 고민할 것이다. 하버드대 교수였던 마이클 포터의 산업구조 시각에서 볼 때 한국 금융업은 다수의 경쟁사가 참여하는 무리없는 구조를 갖추었다 할 수 있는데, 이는 과거 IMF 외환위기 시절 피눈물나는 금융기업 통폐합의 결과이다.
 
잘 아시다시피 산업별 참여기업 수는 수익성에 중요하다. 한국의 현재 잘 나가는 업종인 반도체, 자동차, 조선, 가전 업종은 IMF위기 시절 구조조정 덕분에 규모경쟁력을 갖추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산업 내의 적정 경쟁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소비자보호에는 긴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항공서비스산업은 복점체제에서 한 개의 대형항공사 체제로 바뀌고 있어 적정 경쟁구조가 허물어지고 있다.
 
역설적으로 한국의 국토가 좁은 것이 촘촘한 산업 클러스트를 형성하여 효율적 제조에 유리하였고, 지정학적으로 고립된 국토 특성이 한국인의 독특한 기업문화인 ‘철저히, 빨리빨리’가 자랄 수 있게 하였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태양전지 산업은 결국 국내에는 극소수 회사만 살아남을 것 같다. 전망있다고 그룹마다 진출하는 피지컬AI산업(로봇산업)도 다품종소량생산과 낮은 진입장벽을 고려할 때 결국에는 극소수 기업만 살아남을 것 같다.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에서 한국은 초기 기대와는 달리 공모주를 한주도 배정받지 못 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가 깨달은 점은 세계 금융주류의 관례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과 한국은 그들이 배려해 줄 대상도 아니라는 점이다. 1997년에 발생한 IMF 외환위기의 발생 원인의 하나로 당시의 우리 금융계가 국제금융에 어두운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점도 들고 있다. 한국 금융업은 순혈주의를 고집하여 세계 주류와 멀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증권업에는 임시고위직 영입이 많으며, 과거 고위급 해외전문가를 영입했었지만 실패했었다라고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극소수 전문가 영입으로 조직 내부를 휘젓고 새로운 시각으로 풍파를 일으키는 것 자체가 성공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한국의 성공한 기업들은 과감히 외부 인력을 스카웃하여 경쟁시켰다.
 
한국 금융업은 매출과 고객이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하여 내수산업이라고 얘기한다. 금융업은 주로 일본을 벤치마킹하여 해외진출, 요양보험, 주주환원 방안을 도입했으나, 앞으로는 금융 본산지에서의 직접 가져와야 한다. 금융업은 국민의 이해와 직결되어 통제가 필요한 규제산업이지만, 감독기관의 과도한 개입이 새로운 기법 도입과 해외시장 개척에 소극적으로 되지 않았나도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소비자도 주거래은행보다는 자기에게 적합한 필요충분은행을 찾는 시대가 되었으니 신기법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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