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의 소원수리] 이승도 해병대사령관, 벙어리 냉가슴 억지 춘향 포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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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기자
입력 2019-08-22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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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도 해병대 사령관이 22일 포항을 전격 방문한다. 해병대 항공단 창설에 따른 현안간담회 참석이 이유다. 취임 4개월여를 맞는 이승도 사령관이 직접 해당 지역 주민과 시의원 등이 제기하는 민원의 내용을 듣고 상생 방안을 도출하겠다는 것이다.
 
곧이 곧대로는 이승도 사령관의 소통 능력과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실상은, 이승도 사령관 포항행이 '벙어리 냉가슴'에 '억지 춘향'인 것으로 드러났다.
 
항공단 격납고 건설로 인한 소음, 진동 등 주민 생활권과 교육환경 침해, 안전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해병대사령부 전력기획실장의 '안일함'과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거짓 공방'으로 인해 국가안보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해병대 항공단 창설이 바람 앞 촛불처럼 위태로운 상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사단은 지난달 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유한국당 박명재(경북 포항남·울릉)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해병대 항공단 창설에 따른 현안간담회를 개최했다.
 
당시 국회국방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백승주 의원과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을 비롯 해군본부, 해병대사령부, 해군 6전단 등 군 관련 인사와 송경창 포항시 부시장, 김철수,허남도 포항시의회 의원, 나학엽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해병대사령부 전력기획실장은 현안간담회에서 주민대책위원회 등의 요구에 따라 즉각 해병대 항공단 헬기 격납고 건설을 중단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공사가 중단될 경우, 공사를 맡은 건설 업체가 하루에 1억원 가량의 손해를 입는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확한 현장 상황 확인 없이 공사 중단을 덜컥 약속한 해병대사령부 전력기획실장은 박명재 의원에게 합의를 물러달라고 읍소했다. 박명재 의원은 단 칼에 거절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해병대가 관련 내용 취재에 나선 언론사들에게 '그런 약속은 없었다'라는 답변을 했다. 
 
박명재 의원은 "현안감담회에서 당시 녹음을 했다"며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말도 녹취가 돼 있었다. '그런 약속은 없었다'라는 해병대 측의 언론 인터뷰는 명백한 거짓말이었다"고 황당했던 심경을 내비쳤다.

양측 간 엇갈린 주장이 거짓 공방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공사 중단을 약속했던 해병대사령부 전력기획실장이 갑자기 업무에서 배제됐다. 해병대가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 공식 표명없이 '꼬리자르기 식'으로 슬그머니 넘기려 한 것이다.

결국 지난 20일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청림동·제철동 주민으로 구성된 해병대 헬기 격납고 건설 반대 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면서 사태가 격화됐다.

이승도 사령관이 실무 부서장의 '안일함'과 '거짓 공방' 수습을 위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주민대책위원회의 '부지 이전'이나 '항공단 계획 전면 재검토' 주장을 누그러뜨릴 묘수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해병대 한 관계자는 "해병대 사령관이라는 무게감을 고려할 때, 이번 현안간담회처럼 민원 제기 성격이 강한 자리에 참석할 때는 실무선에서 도출된 합의를 최종 확인하고 상대방과 현안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 일반적이다"며 "그런 게 아니라 상대를 달래고 고개를 숙이려 참석하는 것이라면 해병대 사령관 위신이 땅에 떨어진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해병대는 20여대의 상륙기동헬기를 배치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포항 남구 동해면 포항공항에 헬기 이착륙장, 격납고, 정비시설 등을 건설하고 있다.

 

이승도 해병대사령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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