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사태 배후 '4인방' 지목…무력개입 전 진화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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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9-08-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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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혁 상징 '4인방' 재등장, 사태 심각성 확인

  • 주동자 이탈 선전전, 시위대 사기 저하 목적

  • 무력개입 가능성 최고조, 18일 집회 분수령

중국 공산당 기관지가 홍콩 시위 사태의 배후로 지목한 '4인방'.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미 라이, 마틴 리, 앨버트 호, 안손 찬. [사진=인민일보 ]


중국이 지미 라이(黎智英) 등 홍콩 민주파 인사 4명을 시위 사태의 배후 4인방으로 지목하며 맹비난했다.

'4인방'은 197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의 혼란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이번 홍콩 시위 사태를 얼마나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은 일부 시위 주동자의 이탈을 집중적으로 선전하는 등 무력 개입 없이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18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홍콩에 재앙을 끼친(禍港) 4인방 신상을 공개한다'며 홍콩 정치권과 언론계 인사 4명을 지목했다.

이 가운데 지미 라이는 넥스트 디지털 미디어 그룹을 창업한 언론 재벌로 지난달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을 만나 홍콩의 자율성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일보는 "지미 라이는 1948년 광둥성에서 태어나 12세 때 홍콩으로 이주했다"며 "외세에 의해 반중 도구로 이용됐으며 극단적인 위법 행위를 선동했다"고 주장했다.

홍콩 민주파 내 최대 세력인 민주당의 창당 주석을 지낸 마틴 리(李柱銘)도 4인방 중 한 명으로 지목됐다.

정치권 원로인 마틴 리도 지난 5월 폼페이오 장관을 만났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부가 추진 중이던 '범죄인 인도법(송환법)'에 대해 "홍콩의 법치주의를 위협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인민일보는 "1938년 홍콩 태생인 마틴 리는 일관되게 영국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며 "이달 들어 지미 라이와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의 정치부 책임자인 줄이 이데 등과 잇따라 만났다"고 지적했다.

홍콩의 대표적인 여성 지도자이자 전 정무사(국) 사장인 안손 찬(陳方安生)도 4인방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지난 2001년 파룬궁(法輪功) 처리 문제를 놓고 중국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다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대안으로 꼽은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하다.

4인방 중 마지막으로 언급된 앨버트 호(何俊仁)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12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 당시 친중파인 렁춘잉(梁振英)에 밀려 낙선한 인물이다. 홍콩의 민주화 단체인 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 주석을 맡고 있다.

이밖에 인민일보는 2014년 '우산혁명' 때 시위대를 이끈 조슈아 웡(黃之封)과 네이선 로(羅冠聰) 등 3명을 청년 수괴로 함께 거론했다.

인민일보는 "(4인방 등은) 자유·민주를 얻겠다는 핑계로 청년들을 총알받이로 삼아 중국에 반대하고 홍콩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색깔혁명을 도모하지만 꿈도 꾸지 말라"고 비난했다.

원래 4인방은 문화대혁명(1966~1976년) 시기 마오쩌둥(毛澤東)의 위세를 등에 업고 중국을 혼란에 빠뜨린 장칭(江靑)·왕훙원(王洪文)·장춘차오(張春橋)·야오원위안(姚文元) 등 4명을 일컫는다. 이들은 덩샤오핑(鄧小平)이 집권한 뒤 숙청됐다.

이후 시진핑(習近平) 체제에 들어 '신(新)4인방'이 회자된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권력을 잡기 직전인 2012년 쿠데타를 모의한 것으로 알려진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부장 등 4명이다.

2015년 신4인방 중 링지화를 마지막으로 숙청한 뒤 시 주석은 이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산당이 잘못을 교정하고 혁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시위 사태와 관련해 중국 현대 정치사의 굴곡을 상징하는 '4인방'이라는 표현이 재등장한 데서 중국 수뇌부의 상황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시위 진압을 위한 무력 개입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라며 "중국 수뇌부가 그만큼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다만 국제적 이미지 실추와 미국 등 서구의 개입을 우려해 무력 개입 없이 사태를 진화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인민일보는 이날 폭력 사태 주동자들이 시위대를 남겨 두고 홍콩을 떠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홍콩 공민당의 클라우디아 모(毛孟靜) 의원은 아들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출국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홍콩인을 응원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에 대해 인민일보는 "우리는 지금 (당신을) 지지하기 어렵다", "어떻게 생명을 무릅쓴 청년들을 버릴 수 있는가", "당신이 떠난다면 누가 나서서 사과를 하겠는가" 등의 댓글을 소개했다.

인민일보는 시위 주동자 중 한 명인 네이선 로가 예일대 연수를 위해 홍콩을 떠나 미국에 도착한 사실도 소개했다. 시위대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한 선전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에는 홍콩 시위 사태의 최대 분수령이 될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최대 300만명의 홍콩 시민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폭력 사태가 재연될 경우 중국에 무력 개입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집회가 평화적으로 종료된다면 중국이 무력 개입을 포기하고 극단으로 치닫던 홍콩 정국이 다소 안정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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