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깬 홍콩 재벌들 "홍콩 폭력시위 반대"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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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8-1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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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터 우 "겉으론 송환법 완전폐기 외치며, 실제론 직선제 실현 의도" 비판

  • 홍콩 시위 장기화로 정치·경제적 리스크 확대…일각선 中지도부 압박도

  • 홍콩 10대 부자 순자산 열흘만에 23조원 '증발'

홍콩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시위가 10주째 이어진 가운데 홍콩 재계가 그간의 '침묵'을 깨고 홍콩 시위대를 향해 우려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홍콩 시위 장기화에 다른 정치적·경제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진=홍콩문회보]

12일 홍콩 신보(信報)에 따르면 우광정(吳光正·피터 우) 전 홍콩 주룽창그룹 회장은 전날 성명에서 "송환법 반대 주장이 이번 시위의 커다란 나무였다"며 "그런데 송환법은 이미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언급했 듯) '자연소멸'됐다"며 사실상 시위대 주장이 받아들여졌음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시위대가 겉으로는 다섯 가지, 즉 송환법 완전폐기, 홍콩경찰 폭력행위 규탄, 체포된 시위대 석방, 시위자 폭도 규정 철회,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 사퇴를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2014년 우산혁명 당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를 실현시키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일각에선 여전히 중국 중앙정부와 싸워 홍콩 기본법을 바꾸고, '831결정(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 방침 결정)'을 바꾸고, 정치개혁을 통해 반대파(반중) 세력이 입법회(홍콩 의회)를 점령하려 하고 있다고도 그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폭력행위 반대만이 홍콩 사회의 현재 가장 큰, 유일한 주장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앞서 홍콩부동산건설상회(REDA)도 지난 8일 성명을 내고 폭력시위를 규탄하며 홍콩사회 평화와 안정을 촉구했다. REDA 성명엔 홍콩 최대부자 리카싱 전 회장이 이끈 허치슨부동산, 우광정의 주룽창, 홍콩 부자 궈씨 일가의 쑨훙카이부동산 등 17곳 홍콩 부동산기업 회원들이 공동서명했다.

이들은 대부분 2014년 우산혁명 당시에도 반대 목소리를 냈던 홍콩 재계 거물들이기도 하다. 당시 리카싱 전 회장이 시위대를 향해 “충분히 의사를 전달했으니, 이제 그만 가족 품으로 돌아가라”고 호소한 게 대표적이다.

그간 침묵하던 홍콩 재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지난 6월 초부터 10주째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가 갈수록 격화한 데 따른 우려가 커지면서다. 

최근 홍콩 전역에서 벌어진 게릴라식 시위에 맞서 홍콩 경찰이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루탄, 화염병 등이 등장하는 등 폭력 사태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2일엔 홍콩경찰 강경진압에 반발한 시위대가 홍콩 국제공항을 점령하면서 여객기 운항이 전명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에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은 이날 성명에서 "세계 어느 곳도 이러한 극악무도하고 극단적인 잔혹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이러한 테러리스트 행위를 용납한다면 홍콩은 바닥없는 심연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시위대를 사실상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면서 중앙정부의 무력개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등 홍콩 정세가 극도로 불안해졌다.

범죄인 인도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8월 첫 주말 시위가 벌어진 3일 한 시위자가 부둣가의 국기 게양대에 걸려있던 중국의 오성홍기를 끌어내리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일각에선 중국 지도부가 홍콩 현지 기업에 시위와 관련한 입장을 보이라고 보이지 않는 압박을 넣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위에 반대하지 않거나 지지하는 기업을 '보이콧(불매운동)'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실제로 최근 홍콩 시위 반대 성명을 발표한 우광정 전 회장이 운영하는 홍콩 침사추이 최대 쇼핑몰 하버시티(海港城)는 중국 본토 관광객으로부터 ‘보이콧’ 당할 처지에 놓인 상태다. 앞서 하버시티 바깥에 걸려있던 오성홍기가 사흘 간 두 차례에 걸쳐 홍콩 과격 시위대로부터 끌어내려져 바닷물에 던져진 게 발단이 됐다. 

하버시티 측에서 이를 막기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경찰 개입도 거부하고 있다는 중국 민족주의 성향의 관영언론 환구시보 편집장의 비난을 시작으로 중국 본토에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하버시티는 중국 본토 관광객이 가장 즐겨찾는 쇼핑몰 중 하나다.

다국적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앞서 홍콩 캐세이퍼시픽도 직원들이 홍콩 시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중국 관영언론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이에 캐세이퍼시픽은 중국 측 항의에 굴복해 결국 홍콩 시위와 관련해 폭동 혐의를 받는 조종사를 비행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이미 중국 내에선 캐세이퍼시픽을 타지 말자는 보이콧 운동이 번지고 있다. 이에 12일 홍콩 증시에서 캐세이퍼시픽 주가는 장중 4.7%까지 하락했을 정도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베르사체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기고 T셔츠에 홍콩을 중국의 한 도시가 아닌 별도의 나라로 묘사했다가 중국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결국 사과했다.

홍콩 시위 장기화에 따른 여파로 홍콩 재벌들 자산도 수십 조원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5일 블룸버그 통신은 홍콩증시 상장사 10대 부자의 순자산이 지난 7월23일부터 8월 5일까지 약 10거래일간 약 190억 달러(약 23조원)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홍콩 최대 부자 리카싱의 경우 재산이 약 9%인 27억 달러가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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