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도들의 무법천지?" 홍콩 쇼핑몰 하버시티도 '보이콧' 위험

배인선 기자입력 : 2019-08-12 07:37
中 환구시보 편집장 "시위대가 국기 끌어내릴 때 뭐했냐?" 맹비난 캐세이퍼시픽, 베르사체 등 홍콩 정치적 리스크 휘말린 기업들
홍콩 시위 여파로 홍콩 현지 최대 쇼핑몰인 하버시티(海港城)가 중국 본토 관광객으로부터 ‘보이콧(불매운동)’ 당할 처지에 놓였다. 하버시티 바깥에 걸려있던 오성홍기가 사흘 간 두 차례에 걸쳐 홍콩 과격 시위대로부터 끌어내려져 바닷물에 던져진 게 발단이 됐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현지 기업들의 정치적 리스크도 커지는 모습이다.

중국내 강경 민족주의 성향 관영매체인 환구시보 총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은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 계정(SNS)에 하버시티를 맹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후 총편집인은 “최근 홍콩 정세가 혼란한 속에서 하버시티의 태도가 애매모호하다”며 “과격 시위대에 굽실거린(磕头) 심각한 의혹이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폭도들이 국기를 모욕할 때 하버시티 보안세력은 뭐했냐”고 반문하며 “그들은 악한 세력과 투쟁하려는 그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사진=후시진 총편집 SNS 웨이보]


후 총편집인은 하버시티 출입구에 붙여진 공고문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앞서 중국 국기가 훼손하는 사건 발생 후 쇼핑몰엔 고객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고문이 붙었다.

그런데 공고문엔 "범죄가 발생하기 전까지 경찰은 절대로 진입하자 말라. 필요하면 우리 내부 직원이 연락을 취할 것"이라는 내용이 적혀진 것을 문제로 삼은 것. 후 편집인은 “시위대를 막을 능력도 없으면서 공개적으로 경찰의 개입을 거절하는 건 무슨 의미냐”며 “하버시티를 폭도들의 무법천지로 만들 셈이냐?”고 비난했다.

후 총편집인은 “하버시티는 그동안 중국 본토 관광객으로부터 떼돈을 벌어들였다”며 “하버시티는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나라 두 체제)의 제도와 질서의 기본적 책임도 하지 않으면서 그 장점만 누릴 순 없다”고 했다.

그는 “홍콩 정세가 특수한 이 때, 이러한 질서에 도전하는 폭도들에 비굴하게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으며 아첨하는 것은 말할 가치도 없다”고 했다. 이어 “하버시티가 만약 이러한 행동을 신속히 바꾸지 않으면 영원한 오점을 남기는 것으로, 중국 본토관광객의 하버시티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뒤바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버시티는 홍콩 침사추이에 위치한 랜드마크 쇼핑몰로, 중국 본토 관광객이 가장 즐겨찾는 곳 중 하나다. 홍콩계 부동산 재벌 주룽창(九龍倉)그룹이 운영하고 있다. 홍콩 또 다른 상업지인 코즈웨이베이의 타임스퀘어 역시 주룽창그룹 소유다.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 3일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가 바닷물 위에 떠다니고 있는 모습. 이 오성홍기는 부둣가 국기게양대에 걸려있던 것으로 이날 송환법 반대 시위대가 끌어내려 바다에 내던졌다. [사진=AP연합뉴스]    


중국 관영언론 총편집인이 SNS를 통해 말한 게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후 총편집인이 하버시티에 대한 비난을 쏟아낸 이후, 중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하버시티를 보이콧하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한 누리꾼은 "하버시티는 홍콩에서 가장 편안한 쇼핑몰이었는데, 하버시티의 문제 처리방식에 극도로 실망스럽다"며 "내 개인적 소비가 하버시티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나는 하버시티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시위가 10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현지 기업들은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은 물론 정치적 리스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홍콩 시위 여파로 중국인의 보이콧 운동에 휘말린 건 하버시티 뿐만이 아니다.

앞서 홍콩 캐세이퍼시픽도 직원들이 홍콩 시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이유 등으로 중국 관영언론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이에 캐세이퍼시픽은 중국측 항의에 굴복해 결국 홍콩 시위와 관련해 폭동 혐의를 받는 조종사 1명을 비행업무에서 배제했다고 SCMP가 보도한 바 있다. 

이밖에 력셔리 패션 브랜드 베르사체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기고 T셔츠에 홍콩을 중국의 한 도시가 아닌 별도의 나라로 묘사했다가 중국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결국 사과했다.

한편 중국은 시위 장기화에 따른 홍콩 경제 악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시위 반대 여론 확산에 나선 모습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1일 1면에 게재한 사평에서 홍콩의 폭력사태는 문제를 해결하거나 도시의 경기 침체를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홍콩의 최우선 과제는 폭력을 중단하고 사회질서를 하루빨리 회복해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민생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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