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센 부처와 이야기 할래요”…중기부 ‘패싱’하는 벤처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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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19-08-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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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케일업 기업 “중기부, 규제 해소 과정 존재감 부재"

  • 분위기 끌어 올리고 있지만…경험‧권한 역부족 한계

중소‧벤처기업 지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중소벤처기업부가 정작 벤처기업에 ‘패싱’ 당하는 분위기다. 초기 스타트업 기업과 달리 스케일업 기업은 각종 규제 해소에 미래가 달려 있는데, 중기부가 이 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실상 택시업계의 승리로 끝난 택시제도 개편안 도출 과정이 대표적이다. 타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는 향후 택시면허를 임대하거나 매입하는 형태로 운영해야 하고, 플랫폼 업체 운전자도 택시기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등 택시업계 요구사항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이 같은 내용의 ‘혁신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했다. 개편안 준비 과정에서 플랫폼 업체들은 국토부와 주로 논의했고, 중기부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규제 샌드박스에 포함되면서 규제해소 성공사례로 꼽히는 공유주방도 마찬가지다. 식품위생법상 1개 주방에 1개 업체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있었는데,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유주방을 규제 샌드박스로 선정하면서 여러 사업자가 함께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위쿡 등 공유주방 업체는 중기부 대신 규제를 완화할 힘이 있는 주무부처와 협의를 진행해 사업길을 열었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스타트업은 중기부에서 지원받을 일이 많겠지만, 어느 정도 성장한 벤처기업은 중기부와 협의할 사항이 별로 없다”며 “직접적으로 규제를 만들고 해소할 수 있는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과 우선 논의하거나 차라리 가장 파워가 센 기획재정부와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빠르다”고 말했다.

중기부가 정부부처 간 조정자 역할을 자처하고는 있지만, 경험과 권한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소기업청에서 부로 승격된 지 2년 밖에 안 된 상황에서 각 부처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규제 해소 과정을 중기부가 주도할 수 있겠냐는 시각이다. 

지난 6월 대통령의 북유럽 3개국 순방에서 비즈니스 행사를 중기부가 주관하면서 위상이 달라졌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부 승격 이후 대통령 순방 행사를 처음 주관하다 보니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노출했다.

일례로, 문재인 대통령은 관례에 따라 국빈만찬에서 턱시도를 착용했는데, 동행 기업에는 이 사실을 출국 직전에 알려 미처 턱시도를 구하지 못한 한 대표는 양복에 나비넥타이만 착용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스타트업 경제사절단과 함께 기획한 행사였지만, 정작 참가 기업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광경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각 부처가 주관하는 업무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1차적으로 개별 부처와 협의한 뒤 그 과정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중기부나 중소기업 옴부즈만 등을 통해 건의받고 총리실 등에 전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대치동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밋-업 데이'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


박영선 장관 취임 이후 스케일업 기업이 연이어 배출되고, 예비 유니콘 기업에 최대 100억원의 보증을 지원하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는 있지만, 스케일업 기업이 실질적으로 도움 받을 수 있는 지원책은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다. 한편에서는 벤처 관련 행사가 너무 잦아지면서 가뜩이나 바쁜 벤처인들의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한 유니콘 기업 관계자는 “박 장관 취임 이후 업계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행사가 너무 많아진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며 “대기업이나 중소‧중견기업처럼 업계 전체를 대변할 단체가 있는 게 아니라 중기부 주관 행사가 열리면 개별 기업이 참석해야 하는데, 실질적인 지원책이 나오는 자리가 아니면 피로감이 쌓이는 것도 사실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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