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이한열’ 연상시키는 홍콩경찰의 최루탄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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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기자
입력 2019-08-0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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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위대 향해 ‘직격’ 최루탄 무차별 발사... 부상자 속출

  • 건물 윗층에서 지상향해 발사하기도

  • 홍콩시민들 “내가 자랐던 홍콩이 아니다” 충격

홍콩 시민들의 ‘송환법 반대’ 시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홍콩경찰의 대응이 점차 강경해지고 있다. 일부지역에서는 진압 경찰관이 시위대를 향해 ‘직격 최루탄’를 발사하는 장면이 잇따라 포착되는 등 강경진압이 도를 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직격 최루탄’이 해외 언론에 처음 포착된 것은 지난 7월 27일 ‘위안랑(元郞)역’ 시위 때부터였다. 현장을 목격했던 CNN등 해외언론 관계자에 따르면 홍콩경찰은 '아무렇지도 않게' 최루탄을 직격으로 발사했다.

‘위안랑역 시위’는 삼합회 등으로 추정되는 홍콩의 조직폭력배들이 흰옷을 입고 시위대를 무차별 공격한 ‘백색테러‘ 사건을 규탄하기 위해 홍콩 외곽 위안랑역 부근에서 열린 시위다. 홍콩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백색테러’를 저지른 조직폭력배들이 주로 위안랑역 부근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 29일과 30일 홍콩 중환역과 상환역 주변에서도 시위대를 향해 직격 최루탄을 발사하는 경찰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태풍으로 시위가 잠잠했던 8월 1~2일을 제외하고 시위가 재개된 3일 시위부터는 곳곳에서 어김없이 직격 최루탄을 목격할 수 있었다.

특히 28일 상환역 부근의 시위는 매우 격렬했다. 이날 시위에서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과 직격 최루탄을 무차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부상을 입은 시민도 적지 않았고 일부는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심지어 홍콩 현지 언론은 물론 외국 언론사 기자까지도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을 정도였다.

지단 달 28일에는 중환역(中環, Central) 부근에서 시위 상황을 보도하던 CNN 기자가 최루탄을 앞세운 경찰의 강경진압 때문에 방송을 중단한 사태까지 생겼다. 당시 그 장면은 CNN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 됐다.  

지난 달 29일 홍콩 상환역 부근에서 홍콩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직격 최루탄을 쏘고 있다. [사진=장용진 기자]

 
최루탄은 눈과 피부, 점막을 자극해 고통을 주는 화학약품을 살포하기 위해 사용되는 비살상 무기다. 전쟁 시에 무기로도 사용되지만 주로 평시에 시위군중을 해산시키거나 시위대의 진출을 막는 용도로 쓰인다. 

인명을 살상하는 용도도 아니고 비교적 안전한 장비로 알려져 있지만 화약의 힘으로 탄두를 발사하는 방식인 만큼 직격탄으로 사용할 경우 부상이나 사망의 위험이 있다. 지난 1987년 7월 사망한 연세대생 이한열 열사의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학 2학년생이던 이한열씨는 경찰이 쏜 직격 최루탄에 머리를 맞았고, 한달 가까이 사경을 헤매다 결국 사망했다. 

국내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이스라엘군의 직격 최루탄에 맞아 시위대가 사망한 사례가 상당수 보고돼 있다.
 
게다가 홍콩은 시위진압용 고무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직격 최루탄과 함께 사용될 경우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위협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홍콩경찰은 이에 전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심지어 2층 이상 건물의 발코니에서 길거리를 향해 하향조준한 뒤 최루탄을 쏘는 장면들까지 목격되고 있다.

홍콩 현지 언론과 CNN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홍콩경찰의 시위진압으로 지금까지 적어도 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두세명 정도는 상당히 위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달 27일 홍콩 시내 한 건물 윗층에서 홍콩 경찰관이 길 아래에 있는 시위대를 향해 직격 최루탄을 겨누고 있다.[사진=장용진 기자]
 

홍콩 현지인들에 따르면 홍콩경찰의 이 같은 행동은 해가 지고 밤이 깊어질 수록 더 심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29일 오후 9시께 홍콩 중심가 ‘상환역(Sheung Wan, 上還)’ 부근에서 만난 M씨(여, 25)는 “밤이 깊을 수록 경찰들의 행동이 거칠어 지고 있다”면서 “(그 시간 쯤이면)관광객들이나 해외언론의 눈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홍콩경찰은 과거 ‘아시아의 바비(bobby)’로 불렸다. ‘바비(bobby)’는 런던 경찰에 붙여진 별명으로 친절하고 품격 있으면서도 엄정한 공권력의 상징이다. 홍콩경찰을 ‘아시아의 바비‘라고 불렀던 것은 영국의 영향을 받아 아시아권에서는 보기 드물게 품격있고 절제된 공권력 행사로 정평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홍콩 현지 시민들은 “내가 자랐던 홍콩의 모습은 더이상 찾아보기 어렵다“라며 큰 충격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더 이상 참지 않겠다”며 중국 중앙정부에 저항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달 29일 홍콩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있다. [사진=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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