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스페셜 칼럼] 적반하장 일본, 주반하장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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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입력 2019-08-0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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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고했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은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뜻이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와 보상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수출규제를 통한 경제 침략을 단행했다. 도둑이 몽둥이를 들었던 것이다. 이제 주반하장(主反荷杖)의 시점이다. 이제 ‘주인이 도둑을 혼내줄’ 시점이다.

일본의 경제침략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

단기적으론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경색되고, 반도체 외 다양한 영역에 걸쳐 교역량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총 수출의 5% 이상을 일본에 의존해 온 만큼 대외부문의 성장기여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주요 공급선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기업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생산규모가 둔화되면서 고용 침체 등의 내수 충격으로 연결될 수 있다.
 

[김광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제공]


중장기적으로는 산업구조를 탈바꿈할 기회가 될 것이다. 핵심 부품 공급의 국산화, 주요 전·후방 산업으로의 다각화, 공급사슬의 다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양국 간의 부품·소재 및 중간재 수입은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2~3%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진정한 의미의 경제적 주권을 회복할 기회인 것이다.

한국은 기술적으로 그리고 주요 핵심소재 및 부품의 영역에서 일본에 의존적인 경제구조 하에 있다. 한국은 주로 고부가가치 첨단 원자재를 일본으로부터 수입해 중간재나 완제품을 다시 수출하는 구조다. 열심히 수출해서 남 좋은 일을 해왔던 것이다. 한국의 대일 수출도 줄겠지만, 대일 수입이 더 크게 줄어, 2020년에는 최초로 한·일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역사적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다.
 

[김광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제공]


한국의 주반하장, 일본의 위기

사실상 일본이 한국에게 중요한 정도보다, 한국이 일본에게 더욱 중요한 무역파트너이기도 하다. 한국은 일본에게 약 50년간 무역흑자를 안겨주는 나라가 되어왔다. 한국은 일본에 5조7926억엔 규모의 수출과, 2조2421억엔 규모의 무역흑자를 가져다주는 3위 수출대상국이자 무역흑자국이다(2018년 기준). 양국 간의 교역이 끊기면, 일본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처보다 공급처가 더 힘든 법이다. 빵집과 밀 농가가 있다고 해 보자. 밀 농가가 밀 공급을 끊겠다고 하면, 빵집은 다른 밀 농가를 찾거나 스스로 밀농사를 지을 수 있다. 밀 농가는 지어놓은 밀들을 어떻게 소진할 것인가? 빵집에 충분한 밀을 공급하기 위해 그동안 농지를 개간한 투자는 어찌할 것인가? 중요한 건 다른 빵집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밀의 절대적 공급량을 소진해온 독과점적 지위의 빵집이기 때문이다.

일본 소재 기업들이 큰손을 잃게 되었다.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하는 '도쿄오카공업'과 'JSR',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스텔라케미파', '쇼와덴코'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소재 기업들도 공급의 90%를 한국에 의존해 왔다. 그동안 큰손인 국내 기업들에게 안정적인 납품을 위해 수천억을 투자했지만,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들이 소재 교체를 위한 작업을 이미 단행한 만큼, 양국의 관계가 개선된다 하더라도 일본 기업들의 재기는 불투명하다.

국민들의 반일감정이 불매운동으로 옮겨왔다. 유니클로, 혼다, 미쓰비시, 아사히 맥주 등의 주요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미 일본 기업들 사이에는 이러한 움직임에 상당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뿐 아니라 여전히 과거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중국과 동남아 국가 등 다국적으로 불매운동이 확산될 경우, 일본은 더 큰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다.

‘안사기’뿐만 아니라, ‘안가기’ 운동도 거세게 전개될 전망이다. JNTO(일본관광국)에 따르면 2018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은 약 753만9000명으로 전체 일본 여행객 약 3119만명의 24.1%를 차지했다. 838만명(26.8%)을 기록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2018년 한국인은 일본을 여행하면서 약 54억 달러(약 6조4000억원)를 지출했다. 한국인이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일본 여행지들의 경우 식당, 편의점, 호텔 등을 시작으로 지역경제가 냉각되고 있다.

 

[김광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제공]


일본의 경제침략에 대한 대응

일본의 적반하장에 대해 주반하장 전략들을 강구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경제의 체질개선을 해 나가야 한다. 주력산업의 핵심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를 위한 투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주력산업들의 전후방산업에 걸친 주요영역으로 기업들이 다각화해 나가고, 신규투자를 이끄는 대책들도 요구된다.

단기적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는 대책들도 요구된다. 공급사슬 상에 있는 여러 국가와 공급체제를 구축해 단기적 공급압력을 막는 조치도 필요해 보인다. 단기적으로 피해가 갈 주요 기업들에게 금융·산업·노동 규제 등을 완화하고, 상시대응 체제를 가동해 중소기업들이 대외충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위기대응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일본 대응 추경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사실, 2001년과 2003년에는 한해 추경이 2번 실시된 적도 있다.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도 동시에 진행해 나가야 한다. 도둑질은 사람이 없는 데서 가능한 것이다. 도둑질 하는 모습을 많은 국가들이 지켜보게 해야 한다. 지난 8월 2일 열린 외교장관회의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고,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부 장관도 “일본은 화이트리스트를 줄이지 말고 늘려가야”한다며 일본의 경제침략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일은 도둑질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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