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새벽배송(上)] 운전면허만 있으면 아무나 배달…“신원 알수 없어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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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조아라 기자
입력 2019-08-0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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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배물동량, 올해 8000억 규모로 급증…기업들, ‘일반인 고용’으로 인력난 해결

  • 택배송장 범죄악용, 공동현관 비번 오픈채팅방서 공유....“기업서 윤리 대책 마련해야”

일반인 배송기사들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배송이 가능한 ‘쿠팡 플렉스’[사진=쿠팡 제공]


승용차나 오토바이 등 자격증만 있다면 누구나 물건을 배송하고 돈을 벌 수 있는 ‘전국민 배송’ 시장이 열렸다.

문제는 새벽배송, 음식배달 등 앱(어플리케이션)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스템 덕에 주문량은 매달 폭증하는 데, 배송기사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이에 쿠팡, 배달의민족, 우버 등 이커머스부터 온·오프라인 연계(O2O) 플랫폼 기업들이 앞다퉈 일반인 라이더(배송기사)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초기시장인 만큼 관리 시스템은 허점투성이다. 무엇보다 배송기사의 신원을 알 수 없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

31일 한국통합물류협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택배 물동량은 2015년 18억1596만 박스에서 지난해 25억4278만 박스를 기록했다. 4년 만에 40% 이상 증가한 셈이다.

특히 새벽배송 시장 규모가 급격히 성장했다. 2015년 100억원 규모였던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4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시장 성장에 비해 배송기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새벽배송은 짧은 시간 내 많은 배송기사를 투입해야 하는 고비용 구조다. 이로 인해 일부 기업들은 전문 배송기사 대신 일반인을 고용해 배달 인력난 해결에 나섰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쿠팡이다. 쿠팡은 지난해 새벽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 시작과 함께 비슷한 시기 일반인 라이더 배송 서비스 ‘쿠팡플렉스’를 개시했다. 일반인 지원자가 스케줄에 따라 하루 단위로 원하는 날짜를 근무일로 선택하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올해 초 기준 30만명 이상, 일 평균 4000명이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일반인 라이더 배송 후 소비자 항의 폭증했다는 것. 전문 배송 기사와 달리 비전문가인 일반인들이 ‘알바’ 개념으로 일하다보니 배송 누락, 시간 지연 등 항의가 온라인커뮤니티에 수시로 올라온다. 게다가 일반인 라이더 구인광고 시 자격제한이 사실상 없다. 신분확인이 안 되는 사람이 택배 송장 등을 범죄에 악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식재료 O2O 기업인 마켓컬도 전문 배송기사를 고용하고 있다지만, 실제 채용과정에서 동종업계 경험을 우대할 뿐 운전면허만 있으면 별다른 제약 없이 채용이 이뤄진다.

배송기사들 끼리 공동현관 비밀번호(비번)를 공유하는 점도 문제다. 새벽배송 특성상 공동현관 비번을 주문 시 써야 하는데,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이를 기재하지 않으면 배송기사는 공동현관에 출입조차 못해 배송지연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배송기사들이 모인 오픈 채팅방 등에서는 공동현관 비번이 함부로 공유되곤 한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공동현관 비번은 소비자가 차별화된 서비스 받기 위해 제공할 수밖에 없는 정보다. 이것을 다른 곳에 악용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정보를 제공하는 만큼 기업이 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면서 “기업들이 새벽배송을 통해 수익을 얻으면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요소를 모른 척하는 것은 기업 윤리에 위배된다. 소비자 안전을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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