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nk You! 아베] 반도체 가격 오르며 '전화위복'…산업체질 강화 기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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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19-07-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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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업체 메모리반도체 물량조절 명분…부품 국산화·초격차 전략에도 힘 실려

일본의 수출 규제(에칭가스 등)가 시작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20% 가까이 상승했다.

당장 원료 공급을 중단되면 수개월 안에 공장 가동을 멈출 것이라는 일본 측 예측이 빗나간 셈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의 판단과 달리 반도체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이로 인한 생산량 조절 명분이 생겨 반도체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오히려 국내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하강국면을 맞은 메모리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등) 시장에 완충제 역할을 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부품 국산화와 기술 초격차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다. 이번 기회에 일본을 훌쩍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다만 전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대·중소 기업들의 혁신 의지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수급 조정 '명분 획득'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본의 수출 규제와 업황에 대응해 하반기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의 생산 조절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시장 성장 정체로 인해 급감했던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일정 부분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공정 전환 등을 통해 품목별 생산 물량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위적인 생산 조절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해온 만큼, 메모리 생산 라인의 탄력적 운영을 통해 명분과 실리를 챙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함께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SK하이닉스는 한 발 앞서 감산조치를 하기로 공표했다. △경기 이천 M10 공장의 D램 생산설비 일부 CIS(CMOS 이미지 센서) 양산용으로 전환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 작년 대비 15% 이상 감축 △충북 청주 M15 공장의 클린룸 추가 확보 재검토 등을 통해서다.

반면 기술에서는 격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선다. 삼성전자는 최근 역대 최고 속도의 모바일 D램인 '12GB(기가바이트) LPDDR5 모바일 D램' 패키지 양산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세계 최초로 128단 4D 낸드플래시 양산을 발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더욱 높여 추격자를 따돌리고 일본의 수출 제재가 단순히 한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최근 1년간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감했지만,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앞선 2년간 초호황기를 맞아 역대 최고의 수익률을 낸 만큼 쉽게 물량 조절을 결정하기 어려웠다"며 "그러나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물량 조절에 대한 명분이 생기면서 양사에 득이 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앞서 지난 4일 일본의 수출 규제 발표 후 메모리반도체의 공급량이 조정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관련 제품의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달 초 3달러 수준이었던 DDR4 8기가비트(Gb) D램의 현물 가격은 지난 19일 4달러에 육박했다가 안정세로 들어서면서 지난 27일 3.636달러를 기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구매 심리에 불을 지핀 측면이 있다"며 "국내 업계에 재고 소진 등으로 전화위복이 됐으며, 향후 메모리반도체 소재의 국산화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에칭가스 연내 개발 완료··· 국산화 성과 속속

정부와 기업, 계열사, 협력사 등이 전향적으로 머리를 맞대면서 규제 품목의 국산화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도 보이고 있다. 그 첫 테이프는 재계 3위 SK그룹의 소재 전문 계열사 SK머티리얼즈가 끊었다. 이 회사는 올 연말에 독자 개발한 에칭가스 시제품을 내놓는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판매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일본의 다른 수출 규제 품목들도 국산화를 위해 정부와 반도체업계가 함께 나선 상태다. 특히 정부는 이들 제품의 국산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해줄 방침이다. 해당 기업은 최장 3개월의 '특별연장근로' 등의 특혜를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 등도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반도체 소재·부품 국산화와 노력이 있었으나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환경규제에 발목이 잡혀 꿈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제한된 지역에서 환경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는 방안도 검토해 반드시 국산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는 "사태를 관망하던 미국에서도 최근 기업연구소를 비롯한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일본을 규탄하기 시작했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 카드는 단순히 한국에만 타격을 주는 게 아니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도 연쇄적인 피해를 준다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2일 오전 경기 화성시 동진쎄미켐에서 열린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반도체 소재 평가시설을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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