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여기·당신] '혐한스타'아베에 맞서 "위 고 하이"(We go hi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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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19-07-2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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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침략은 단순히 경제 문제만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이사 갈 수 없는 이웃 나라, 숙명의 라이벌은 친할 때도 싸울 때도 있다. 지난 몇 년 사이가 좋지 않았던 시기, 악화일로를 걸어온 양국 관계가 전면전으로 가느냐 마느냐의 분기점에 서 있다. 끊임없이 반복돼온 다양한 갈등이 전쟁으로 번지는 서막, 전(前) 단계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더 진중하고 전략적으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의 저열한 공격에 품위를 잃지 말고 받아치는 게 중요하다.

일본의 혐한은 의도적인 도발이다. 한국과 한국인들을 일부러 자극해 인기를 올리거나 책장사로 돈을 많이 벌려는 불순한 의도가 대부분이다.

극우 정치인인 홋카이도 현의원 오노데라 마사루(小野寺秀)는 최근 개인 SNS에 하네다공항 모노레일 역 전광판의 한글안내 사진을 올리며 “일본 내 한글 안내 문구는 시간낭비”라고 조롱했다. 지난 2월 일본의 영화감독이자 코미디언인 기타노 다케시(北野武)는 TV에 나와 문희상 국회의장을 향해 “호박 같은 머리, 삶아 먹으면 맛있을 거 같다. 10인분은 되겠다”는 인간 이하의 발언을 쏟아냈다. 문 의장이 외신 인터뷰에서 “일왕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한 이후에 나온 망발이다.

대도시 유명서점 ‘혐한 코너’에 있는 책들도 마찬가지다.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 일본대사의 ‘문재인 재액'(문재인이라는 재앙) 등 적지 않은 혐한 책들이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중국·한국의 정체, 이민족이 만든 역사의 진실’, ‘일본인이 알아야 할 동아시아 지정학-2025년 한국은 없다’,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한국인이 쓴 치한론(恥韓論)' 등 최근 10년간 205권의 혐한 단행본이 출판됐거나 출판될 예정이다.

이런 유치하기 짝이 없는 혐한의 근원지는 바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다. 우익성향 평론가 후루야 쓰네히라(古谷經衡)는 2015년 “일본의 네트 우익(극우 네티즌)은 아베 총리를 ‘혐한 스타’로 추앙한다”고 적시했다.

아베가 주인공인 ‘혐한 드라마’에 우리가 '혐일'로 대응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의 노림수에 걸려들 뿐이다. 인기걸그룹 '트와이스'의 일본 멤버들을 향해 "돌아가라"며 저주의 악플을 날리거나, 유니클로 매장에 전시된 옷에 빨간 립스틱으로 줄을 긋는 등의 대응 말이다.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2004년 미국의 미래를 걱정하며 쓴 책이 바로 ‘소프트파워(Soft Power)’다. 그는 경제력, 군사력 같은 하드파워(Hard Power)보다는 민주주의, 문화, 스포츠 등 국가적 매력 즉, 소프트 파워를 가진 나라가 21세기를 지배할 거라고 예측했다.
 

[그래픽=김철민 기자]


이런 맥락에서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말을 떠올린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는 2016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막말·막장정치에 이렇게 맞서자고 했다. 두고두고 명언으로 꼽히는 이 말과 소프트 파워 개념은 일본의 혐한에 대응할 우리의 격(格)을 일깨운다.

다행히도 한국에 온 일본인 주재원이나 관광객을 상대로 혐일의 행동이 나타나지는 않고 있다. 일부에서 '감정적인 대응'이라고 우려하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역시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불매운동을 주도 하고 있는 ‘노노재팬’은 일본 브랜드로 오해하기 쉬운 브랜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속옷 브랜드 '와코루'에 대해 "100% 국내 생산, 일본 로열티 지급 없음"이라고 알려주거나,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라이선스는 미국 세븐일레븐에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염려하는 불매운동의 진화다.

일본 자동차를 몰던 인천의 한 시민이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자신의 차를 망치로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노노재팬의 품격 있는 불매운동을 대입해 보면 어떨까. 일본차를 모는 사람들이 '지금은 일본차를 타지만 다음에는 안 살 거다'라는 의지를 보이는 거다. 노 넥스트! 혐한에 맞서는 우리의 소프트 파워, 지혜로움과 품위를 유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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