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주도권 확보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규제 완화와 동맹국에 대한 AI 수출 확대,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 등을 목표로 하는 'AI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AI 대회를 개최해 전 세계를 향해 AI 기술력을 과시할 전망이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더힐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AI 경쟁에서 승리하기(Winning the AI Race)'로 명명한 AI 서밋 연설에서 "AI 경쟁은 21세기를 정의할 싸움"이라며 "미국은 AI 경쟁을 시작한 나라다. 그리고 오늘 나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미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선언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AI 행동계획' 관련 행정명령 3건을 직접 발표하고 서명했다. 28페이지 분량의 'AI 행동계획'에는 △AI 산업 발전을 제한하는 각 주의 과도한 규제 연방차원 통일 △미국 AI 제품의 해외 수출 확대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한 수출 통제 강화 등 미국의 AI 주도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90여개의 정책 권고안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 서명 전 "오늘부터 미국의 정책은 AI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하기 위한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이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그의 업적을 치하하며, 경쟁을 위해 엔비디아 분할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계획을 철회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오는 26~29일 상하이에서 세계인공지능대회(WAIC)를 개최하고 전 세계를 향해 중국의 기술력을 과시할 예정이다. WAIC 주최측에 따르면 올해 행사는 'AI 시대의 글로벌 연대'를 주제로 개최되며 알리바바와 텐센트, 미니맥스, 유니트리, 아이플라이텍 등 중국 대표 기술 기업들은 물론 테슬라와 구글 등 전세계 800여개 기업이 참가할 예정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 등 100여개의 새로운 AI 제품도 공개된다. 올해 행사는 전시 규모와 참여 기업 수, 신제품 수 등에서 역대 최대 규모라고 WAIC 측은 강조했다.
중국 업계 전문가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이번 행사를 통해 중국 AI 분야의 역동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글로벌 AI 경쟁에서 중국의 노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행사 관전 포인트는 로봇이 될 전망이다. 중국 로봇 스타트업 딥로보틱스는 올해 행사에서 풀사이즈(전신형) 휴머노이드로봇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딥로보틱스는 중국 사족보행 로봇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 견제에도 불구하고 세계 AI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인터넷망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 중국 AI 기업은 4400여곳에 달한다. 핵심 AI 산업 가치는 약 6000억위안(약 115조)로 추산된다. 왕펑 중국 사회과학원 부연구원은 "(이번 행사를 통해) 딥시크와 알리바바의 AI 모델 덕분에 주목 받고 있는 중국의 AI 오픈소스 접근 방식을 홍보함으로써 '중국의 지혜'를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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