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최저임금 역설'에 속도조절 카드 빼든 文정부…정책 '단기 부작용' 사실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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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9-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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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하방 인정한 靑, 최저임금 속도 조절…文 "공약 임기 내 못 지켜 송구"

  • 김상조 "최저임금, 영세자영자 등에 부담" 인정…소주성 일부 부작용 자인

  • '누구 위한 최저임금이냐'는 비판에 靑 백기…혁신성장으로 경제 축 이동

  • 미·중 무역전쟁과 日 경제 보복도 한몫…정부, 경기부양 총력전 나설 듯

경기 하방의 장기화를 공식 인정한 정부가 최저임금 '속도 조절' 카드를 빼 들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저임금위)는 지난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시급 8350원)보다 2.87% 오른 859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청와대가 경기 하방의 장기화를 처음 언급한 지 한달 만에 나온 경제 조치다. 그 사이 청와대 정책실장·경제수석은 '김수현·윤종원 라인에서 '김상조·이호승' 라인으로 교체됐다. 청와대가 '경기 하방 장기화 인정→경제라인 인적 쇄신→정책 수정' 순으로 단행한 셈이다.

집권 1∼2년 차 때 '경제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한 정부가 3년 차 중반 이후 잇따라 정책 진단과 방향에 메스를 든 것은 잇따른 경제 쇼크 원인이 구조적 이유가 아닌 '경제정책의 단기 부작용'으로 인식한 결과로 분석된다.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에 총력전을 전개함에 따라 소득주도성장(소주성)보다는 혁신성장으로 경제 추가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靑 "최저임금, 영세자영업자에 부담 부정 못해"
 

내년 적용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 오른 시간당 8천590원으로 결정됐다.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실에 2020년 적용 최저임금안 투표 결과가 보여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한 지난 12일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며 "경제 환경·고용 상황·시장 수용성 등을 고려해 고심에 찬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했다.

특히 '경제는 순환'이라는 점을 강조한 김 실장은 "누군가의 소득은 다른 누군가의 비용이다. 소득·비용이 균형을 이룰 때 국민경제 전체가 선순환하지만, 어느 일방에 과도한 부담이 되면 악순환의 함정이 된다"며 "임금노동자와 다를 바 없는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 등 표준 고용계약 틀 밖에 있는 분들에게 부담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간 역(逆)성장 쇼크와 고용 참사의 원인을 놓고 '대내외 경기 요인이냐, 인구 등 구조적 변화냐, 최저임금 등 정책 부작용이냐'를 놓고 각계각층의 논쟁이 거셌다. 소주성 정책으로 보호하려는 계층이 되레 '최저임금 역설에 치명타를 맞았다는 점을 청와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2년간 과도하게 오른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노동비용 증가의 궤도 수정은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사회적 약자층이 타격을 받는 정책의 부작용으로, 과연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이냐'는 비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역습, 계층 이동 사다리 걷어찼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소득 재분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1년까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분은 47만6000개(2019∼2021년까지 최저임금이 8350원·9185원·1만원으로 가정)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위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의결한 지난 12일 오전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청와대 춘추관.[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일자리 역설도 마찬가지였다. 중소기업과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로 지니계수는 1.23%, 소득 5분위 배분율은 2.51%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재분배 악화·소득격차 확대'로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일자리 참사는 청와대가 경기 하방을 처음 인정한 지난달에도 반복됐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은 28만1000명으로 2017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같은 기준 실업자 수도 113만명으로, 1999년 이후 20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6개월 연속 4%를 찍은 실업률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 여파에 시달린 1999년 6월∼ 2000년 5월까지 12개월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추가적인 대한(對韓) 경제 보복 등 대외 여건 악화와 제조업 붕괴 등 내수 악화 등이 맞물리면서 장기적·구조적 저성장인 'L자형 침체'만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 인식도 최저임금 속도 조절에 한몫했다. 지난 1분기에 역성장 쇼크를 맞은 정부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2.4∼2.5%로, 반년 만에 0.2%포인트나 낮췄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생산가능인구 증가폭 둔화 등 구조적 요인은 2010년대 들어 꾸준히 진행됐다"며 "특히 지난해 경제활동참가율(경제활동인구/생산가능인구)이 반락한 것은 부진한 경기 요인과 소주성 정책 수단인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도 부정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지난해 고용률(60.7%)과 경제활동참가율(63.1%·이상 통계청의 2018 한국의 사회지표)은 9년 만에 하락했다.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이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한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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