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작은 회계법인에도 설 자리를

이보미 기자입력 : 2019-07-09 01:00
작은 병원을 다 닫으면 큰일난다. 물론 작은 병원은 중병에 걸린 환자를 받기 어렵다. 그렇다고 작은 병원을 없앴다가는 작은 병에도 큰 병원 앞에서 가없는 줄을 서야 할 거다.

작은 회계법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큰 회계법인만 남으면 감사비용은 뛰게 마련이다. 과점체제까지 만들어지면 가격담합도 쉬워진다.

'감사인등록제'가 낳은 걱정거리다. 새 외부감사법에 담긴 감사인등록제는 오는 1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앞으로 상장법인 감사를 맡으려면 18개 항목에 달하는 인적·물적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당장 공인회계사 수부터 4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여기에 경영관리나 내부통제 기준까지 맞추려면 비공인회계사 인력도 필요하다.

늘어나는 원가는 제품값에 떠넘기게 마련이다. 불경기에 시름하는 중소 상장사에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회계사 수가 40명 미만인 작은 회계법인도 합병이나 충원에 큰돈을 들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주식 투자자에게 깐깐한 감사는 좋은 일이다. 엉터리 외감은 번번이 큰 피해를 남겼다. 분식회계로 문제를 일으키는 상장법인뿐 아니라 회계법인에도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좋은 법에도 빈틈은 있다. 빅4 회계법인은 이미 대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에 속한 상장법인 외감을 싹쓸이해왔다. 1년 전만 보아도 대기업집단 상장사 일감 가운데 98% 이상이 빅4에 돌아갔다. 작은 회계법인(40인 미만)은 아예 다른 물에서 놀았다. 감사를 맡은 상장사 가운데 90% 이상은 자산 4000억원 미만이었다. 앞으로는 이렇게 작은 상장사도 큰 회계법인에 큰돈을 들여야 한다.

지금도 공인회계사 78%가 큰 회계법인(40인 이상)에서 일한다. 빅4만 따져도 55%에 가까운 공인회계사를 거느리고 있다. 작은 회계법인(40인 미만) 비중은 22%에 불과하다.

감사인등록제뿐 아니라 '감사인지정제'까지 걱정거리인 이유다. 금융당국은 감사인지정제 도입으로 일정 주기마다 상장법인 외감인을 새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외감인을 정기적으로 바꿔 부실감사를 줄이려는 거다.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회계업계를 일부 대형사 위주로 재편하면 감사인지정제를 돌려막기 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회계업계에서 나오는 불만을 밥그릇 지키기만으로 보기 어렵다. 지금까지 주식시장에서 '큰 사고'를 친 회계법인도 모두 대형사였다. 지금이라도 불을 보듯 뻔한 부작용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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