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폭행' 지도자 재채용한 지자체에 '면죄부' 준 스포츠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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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19-07-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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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위, A시 시장과 대한체육회장 등에 관련 규정 개정 및 재발방지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선수 폭행 전력이 있는 지도자를 재채용한 지방자치단체와 이에 면죄부를 준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발방지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A시가 선수 폭행, 음주 강요, 개인 우편물 임의 열람 등 인권침해 행위를 한 운동부 전 B코치를 1년 만에 다시 채용한 행위와 이에 반발하는 감독과 선수들에게 경고장 발부 및 부당발언 등을 한 C과장의 행위는 선수들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4일 밝혔다.

또 "지역 체육단체가 B코치의 선수 폭행 등 인권침해에 대해 스포츠공정위를 열고서도 무혐의 처리했다"며 "D도체육회가 이에 대해 재심의를 진행했음에도 B코치의 징계 혐의 사실에 대해 징계 양정의 재량을 일탈, 처분한 것에 대해 선수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진정인들은 지난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B코치가 2015~2017년 A시 운동부 코치로 재직하면서 특정 선수에 대한 폭행, 선수들의 개인 우편물 임의열람, 회식 및 음주 강요, 비하발언 등으로 선수들의 인권을 침해한 사실과 A시가 이런 행위를 한 B를 다시 코치로 채용해 선수들의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어 4월에는 선수들이 A코치의 인권침해 사실을 대한체육회에 신고했음에도 "조사·심의한 해당 지역 체육단체들의 부실 조사 및 심의로 인해 선수들과 감독이 더 큰 고통에 처했다"는 진정을 추가로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A시 소속 선수들이 주장하는 B코치의 폭행 등 인권침해 내용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또 A시는 2017년 12월 내부 조사를 통해 이런 행위를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올해 1월 B를 다시 코치로 채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A시 C과장은 지난해 12월 운동부 감독에게 B를 코치로 추천해줄 것을 강요하고, B의 재임용에 반발하는 선수들에게는 '살인자나 절도자가 아니면 재임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 등을 하고, A시에 B의 재임용 반대 탄원서를 제출한 선수단에게 향후 ‘재계약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경고장까지 공식 발부한 것으로 확인했다.

또 올해 4월 개최된 지역 종목체육단체 스포츠공정위원회는 B코치의 선수 폭행 등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리했으며, 이 결정에 대해 같은 해 5월 재심사를 담당한 D도체육회 또한 폭력 행위가 있는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경미한 사안이라도 징계‧감경 없이 1년 이상 3년 미만의 출전 또는 자격정지 처분을 해야 함에도 임의로 6개월의 자격정지만 결정하고, 이외에 선수들이 제기한 다른 인권침해 내용에 대해서도 대부분 무혐의 처리하는 등 징계 양형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이에 인권위는 "스포츠계 지도자들에게 단지 소속 선수들에 대한 기술적인 관리와 훈련 등만을 주관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유형의 인권침해와 차별도 받지 않도록 선수들을 보호해야 할 1차적 책임이 있다"며 "B코치의 행위는 지도자로서 일반적인 선수단 관리를 넘어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선수들의 신체의 자유와 사생활, 그리고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까지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지방자치단체와 체육단체들 역시 스포츠 현장에서 선수와 지도자들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인권 침해적 환경으로부터 선수 등을 적극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A시 시장의 B코치 재임용 과정은 그 재량을 넘어섰다"면서 "C과장의 부당한 발언과 경고장 발부 등의 행위 또한 선수들과 감독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이들에게 주어진 표현의 자유마저 위축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이 사건과 관련한 해당 체육단체와 D도체육회 또한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을 통해 스스로 정한 절차와 재량을 일탈해 판단했다"면서 "이로써 인권침해 행위로부터 선수와 지도자를 보호해야 할 기본적 의무와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인권위는 이와 관련, A시 시장에게 운동부 지도자, 선수 등 단원 채용 시 폭력·성폭력 등 인권침해 전력이 있는 자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관련 업무 종사자들에게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할 것과 C과장의 행위에 대해 자체조사를 통해 적절한 인사 조치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대한체육회 회장에게 해당 지역 체육단체들에 대한 감사 실시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한편, 해당 종목의 중앙단체 협회장에게 A코치에 대해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권고를 통해 인권침해의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선수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지자체 및 체육단체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함으로써, 관계 기관들의 스포츠 인권인식을 환기시키고 향후 체육관련 단체 운영에 있어 책임성을 강화하는 권고로서의 그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권고는 인권위가 지난 2월 25일 스포츠인권특별조사단을 발족시킨 후 스포츠분야에서 제기된 60여건의 진정사건 중 첫 번째로 권고를 이끌어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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