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女수장 시대...집행위원장에 폰데어라이엔, ECB 총재에 라가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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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입력 2019-07-0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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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여성 행정부 수반과 중앙은행 총재 예고…소통 정치적 능력에 기대감

  • 상임의장에는 미셸 벨기에 총리, 외교·안보대표는 보렐 '낙점‘

  • EU집행위, 남·북 유럽 갈등 조정 과제...브렉시트 등 주요현안도 산적

차기 유럽연합(EU) 지도부 요직인 집행위원장,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후보로 여성들이 내정됐다.

EU 정상회의는 2일(현지시간) EU 행정부 수반 격인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을 추천하기로 했다. 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ECB 총재로는 프랑스 출신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내정했다. EU의 주요 5대 요직 가운데 두 자리에 여성 수반이 예고된 것이다.

EU 지도부와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임시 정상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차기 집행위원장 자리에 폰데어라이엔이 기권 한 명을 제외하고 거의 만장일치로 선출됐다"면서 "기권표를 던진 사람은 나"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폰데어라이엔 후보는 이달 중 유럽의회 인준투표에서 유럽의회 의원 751명 가운데 과반의 찬성을 받으면 장클로드 융커 현 집행위원장의 뒤를 이어 오는 11월 1일 EU 역사상 첫 여성 집행위원장에 오르게 된다.

또 폰데어아이엔 장관과 함께 라가르드 IMF 총재가 ECB 총재에 공식 취임하면 이 역시 여성 최초의 ECB 총재다.

EU 정상들은 이어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는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를,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에는 호세프 보렐 전 스페인 외교장관을 각각 내정했다.

폰데어라이엔과 라가르드는 유럽의회 제1당인 유럽국민당(EPP) 그룹 소속이고, 미셸은 제3당인 '리뉴 유럽' 그룹 인사이며, 보렐은 제2당인 사회당(S&D) 그룹 소속이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EPP의 슈피첸칸디다트(집행위원장 후보)에 선출된 만프레드 베버 의원을 집행위원장 후보로 적극적으로 지지한 반면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에 반대해 두 사람은 집행위원장 자리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하지만 독일 출신으로 지난 14년간 메르켈 내각에서 일해온 폰데어라이엔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를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EU 내 두 핵심인물 간 화해 카드로 해석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은 하노버 의대 의학박사 출신으로 산부인과 의사 및 의대 교수로 일하다가 42세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중도보수인 기독민주당 소속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니더작센주(州) 지방의원으로 본격적으로 정치무대에서 활약한 그는 니더작센주 총리를 지냈던 아버지 에른스트 알브레히트의 후광 속에서 승승장구했다.

주 정부 가족부 장관으로 활동하던 폰데어라이엔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발탁돼 2005년 가족여성청년부 장관을 맡으며 화려하게 중앙 정치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는 노동부 장관을 역임하며 체급을 한 단계 올렸다. 2013년 12월에는 독일에서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국방부 장관을 맡아 지금까지 직을 수행해온 '장수' 장관이다.

폰데어라이엔은 7명의 자녀를 출산했다. '다산의 여왕'답게 저출산 문제에 팔을 걷어붙여 한때 '저출산 파이터'로도 명성을 날렸다.

특히 그는 대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 할당제와 최저임금제 등 중도진보의 사회민주당이 주장한 정책을 메르켈 총리의 반대 속에서 밀어붙였다.

노동부 장관 당시 직원들에게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근무시간 외에는 연락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들의 `웰빙'에도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이런 기조는 국방부 장관을 맡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군대를 '최고의 직장으로 만들자'는 모토로 사병 복지에 신경을 썼다. 폰데어라이엔은 국방부 장관을 맡은 뒤 메르켈 총리의 유력한 후계자 중 한명으로 꼽혀왔다.

◆리가르드, 경제성장 과실의 분배 강조해와…"현 ECB 정책 계승할 듯"

라가르드는 오는 10월 31일 임기가 끝나는 드라기의 뒤를 이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ECB의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된다.

앞서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내던 라가르드는 2011년 성추문으로 퇴진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의 뒤를 이어 IMF 총재로 선출됐다.

그는 미국 유학을 거쳐 파리10대학 로스쿨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매킨지에서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다.

그는 재무장관 재직 당시 2007년 국제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에 의해 지난 2009년 유럽 최고의 재무장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요 언론에서는 프랑스 출신의 라가르드가 IMF 총재로서 ECB의 확장적 통화정책을 지지해왔다는 점에서 현행 ECB의 정책 방향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AP통신은 라가르드가 소통과 타협에 능한 정치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정책을 따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회계법인 그랜트 손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원크는 "라가르드는 IMF 총재로서 뛰어난 업적을 이뤘다"면서 "유럽의 채무 위기를 관리한 그가 EU가 받는 도전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논평에서 라가르드가 ECB의 기존 통화정책을 계속 추진해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EU 첫 여성 집행위원장 후보로 결정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사진=EPA·연합뉴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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