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얀센 사상 첫 외국인 CEO ‘제니 정’, 첫 해 성적표는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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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
입력 2019-06-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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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영업익·당기순익 모두 전년比 감소

지난해 1월 취임하며 기대를 모았던 제니 정 한국얀센 대표의 첫 성적표는 기대 이하로 나타났다. 사진은 제니 정 한국얀센 대표. [사진=한국얀센 제공]


 

“한국얀센의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남다릅니다. 회의에서도 인사말을 한국어로 하는 등 한국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려는 노력이 돋보입니다. 같은 아시아 국가인 중국 출신이라 이질감이 적은 것도 장점입니다.” 

최근 만난 한국얀센의 한 직원은 지난해 1월 취임한 제니 정 한국얀센 대표가 초반 시행착오를 딛고 한국 땅에서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며 이 같이 후한 점수를 줬다.

하지만 제니 정 대표의 '한국 끌어안기'와는 달리 국내 제약시장에서는 아직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한국얀센은 신임 대표의 취임 효과와 글로벌 제약업계의 호황으로 실적 반전에 기대를 모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뒷걸음질 쳤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2018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얀센의 지난해 매출은 2646억원으로 전년 2500억원 대비 6% 증가했다. 그러나 한국얀센의 영업이익은 전년 185억원에서 3.5% 줄어든 179억원으로 역(逆)성장했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76억원으로 전년 124억원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감소율은 38%를 넘어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지난해 한국얀센의 성장을 예상했다는 점에서 ‘마이너스 쇼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니 정 대표가 보신주의에 빠져 '무사안일'한 경영 태도로 일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제약업계의 최대 논란 가운데 하나였던 타이레놀의 편의점 안전상비약 판매품목 조정을 놓고 제조사인 한국얀센은 관망하는 태도를 취했다.

당시 약사들은 이른바 ‘복약지도’ 없는 타이레놀 판매는 위험하다며 반대했고, 시민단체와 편의점업계는 잘 팔리는 약을 독점하려는 의도일 뿐이라며 맞섰다.

이에 한국얀센 측은 위험성에 대한 적극적인 해명 없이 관망하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 공분을 샀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과정에서도 제니 정 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타이레놀이 100억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어, 약사 측과 편의점 측 어느 한 쪽에 미운털이 박힐까 소극적인 행동을 취한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8월 최종결론은 ‘제산제·지사제 효능군 추가 검토’ 선에서 마무리됐으나 국내 경쟁사에 추격 빌미를 준 미숙한 대응이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얀센이 오랜 강자로 군림하던 국내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개최된 ‘제13회 대한류마티스학회 국제심포지엄 2019’ 스폰서 명단에서 제외된 것인데, 한국얀센으로서는 연중행사 가운데 손꼽히는 마케팅 기회를 잃은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얀센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정형외과에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판매 영업을 전개한 것이 화근이었다.

대한류마티스학회는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를 통해 진단 및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오고 있는데, 한국얀센이 정형외과 영업으로 학회 측 주장을 무시한 격이 됐다. 지난해부터 변칙 영업행위가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르면서, 올해 스폰서 명단에서 빠지게 됐다는 전언이다.

한 제약업계 임원은 “국내 제약업계는 학회, 유통망, 제조사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무엇보다 제니 정 대표의 전방위적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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