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재 칼럼-지금·여기·당신] 정말 비건과 페미가 만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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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논설위원
입력 2019-06-2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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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의 불법, 폭력시위



극단적 채식주의자(비건) 운동가들이 일반인들이 식사 중인 대중식당에서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며 시위를 벌여 논란이 되고 있다.

아마 일반적인 기사라면 첫 줄을 이렇게 썼을 거다. 건조하게 사실만 적는 스트레이트 기사는 대개 ‘논란’이라는 단어를 써서 객관화를 시도한다. 그런데 그렇게 쓰지 않겠다. 칼럼은 기사와 달리 필자의 의견이 들어간다. 하고 싶은 말이 들어가야 칼럼이다. 이 칼럼은 아래부터 진짜 시작이다. 

채식주의자들은 건강한 삶을, 건전하게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아는 채식주의자들은 먹거리에 대한 소신이 뚜렷하면서도 이를 남에게 강권하지 않는다. 술에서도 자유로운 그들은 똑똑하고, 일도 잘한다.

그런데 채식주의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닌가 보다. 채식주의자들이 식당에 난입, 고기와 생선을 먹는 일반인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폭력적 불법시위를 벌였다. 

좀 전에 본 38초 분량의 동영상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동영상은 한 젊은 여성이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는 손글씨 팻말을 들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가 서 있는 장소는 고기뷔페 프랜차이즈 식당 문 앞. 카메라를 응시하며 팻말 문구를 읽은 그는 자동문 열림 버튼을 누르고는 거침없이 식당 안으로 들어선다. 그는 사람들이 식사 중인 한 가운데 서서 외친다. “지금 여러분 테이블 위에 있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동물입니다. 여러분들이 먹고 있는 음식은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돼지는 돼지답게 소도 소답게 동물 권리를 찾아야 합니다. 돼지의 목숨은 돼지에게 있습니다. 삶의 결정권은 그들에게 있습니다." 식사 중인 사람들의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식당 직원들이 이 여성을 제지하자 동영상을 촬영 중인 다른 여성은 “터치하지 마세요, 접촉하지 마세요.”라고 실랑이를 벌인다. 이후 화면은 흔들리고 영상은 끝난다.
 

[사진=동영상 캡처]


같은 주장을 똑같은 방식으로 하는 '판박이' 동영상도 봤다. 이번엔 초밥집을 습격했다.  한 여성이 똑같은 손팻말을 들고 초밥집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지금 여러분들이 먹고 있는 초밥은 한때는 살아 있는 동물이었습니다…” 이 여성이 식당 안을 자유롭게 활보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동안 초밥을 먹는 손님들은 '어이상실'이다. 직원들이 끌어내려 하자 동영상을 찍고 있는 동료는 “함부로 몸 만지지 마세요”라고 대꾸한다. 입구로 밀려난 이들 시위꾼 일행은 식당 안을 다시 가리키며 “폭력이 있잖아요, 폭력이 있는 현장이잖아요”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 다른 동영상에선 제3의 여성이 고깃집에서 회식하는 젊은 남녀 모임을 앞에 두고 비건의 논리를 장황하게 설파한다. 

이들 동영상은 ‘#비건 #페미’라는 태그와 함께 SNS에 확산되고 있다. 극단적 채식주의자이면서 동시에 양성평등주의자(페미니스트)란 말인데, 이들이 페미니스트인지 아닌지는 동영상에서 확인할 길이 없다. 손팻말에 영어 필기체로 이 단체의 이름이 작게 적혀 있는데, 읽기 힘들다.

음식을 골고루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사람들에게 채식주의자들은 낯설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들을 인정하고 이해하려 한다. 음식 선택의 자유는 '하늘이 내린 권리' 중 하나이고 그 권리를 존중하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채식주의자들도 일반식을 하는 이들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일부 사육장과 도축장에서 일어나는 일 때문에 육식이 폭력을 행사하는 나쁜 거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식당이라는 사유재산의 공간, 많은 사람들이 밥을 먹는 프라이버시의 공간을 침해하고 고기를 먹는 이들을 비난해선 곤란하다. 그건 범죄다.  

이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 힘든 자영업자인 식당 주인과 젊은 알바생들의 생계에도 위협을 가했다. 채식주의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먹을 권리를, 그리고 손님들의 초상권을 침해했다.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폭식투쟁을 한 일부 일베, 폭력적인 꼴보수의 정반대, 말하자면 ‘급진 일베’를 보는 듯 했다. 이런 일이 또 생길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때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은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사법처리해야 한다. 밥 먹을 때는 개도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데, 사람을 건드렸다.

P.S 채식주의자는 풀만 먹는다? 다양한 유형이 있다.
 
채식주의자(베지테리언·vegetarian)는 다양하다. ‘풀만 먹는 사람’이 아니다. 식물의 열매만 먹는 프루테리언(fruitarian)이 끝판왕이다. 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의 생명도 존중해야 한다며 땅에 떨어진 열매만 먹는다. 일반적으로 과일만 먹는 사람을 가리킨다.

비건(vegan)은 가장 극단적이다. 동물과 관련된 모든 걸 거부한다. 육류와 생선은 물론 달걀과 유제품, 꿀 등 동물에게서 얻은 식품을 완전 거부한다. 심지어 동물성 화장품이나 실크, 가죽 등 동물에게서 원료를 얻는 가공제품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고기는 안 먹지만 유제품은 먹는 락토(lacto) 베지테리언도 있고, 여기에 달걀이 추가되면 오보(ovo) 베지테리언이다. 여기에 생선, 해산물이 더해지면 페스코(pesco) 베지테리언이다. 닭고기 등 조류는 먹고 붉은 살코기만 안 먹는 폴로(pollo) 베지테리안도 있다. 플렉시테리안(flexitarian)은 주로 채식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육류나 해산물도 먹는 준 채식주의자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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