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메기의 실패] 당국의 '포용성' 주문에 지친 인터넷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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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19-06-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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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만에 인터넷은행 기피 만연···케이·카카오뱅크도 흔들

#노르웨이 어부들은 청어 수조 안에 천적인 메기를 넣었다. 청어를 필사적으로 도망 다니도록 만들어 장기간 살려서 운송한 것이 '메기 효과'의 기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내 금융권에서도 메기로 불릴만한 금융사들이 탄생했다. 이들은 막강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그동안 극한 경쟁에 익숙지 않았던 기존 금융사를 긴장시킬만한 존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메기로 불렸던 금융사들이 잇달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지는 금융권의 메기들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원인을 분석해봤다.

2017년 출범한 1·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국내 금융권의 대표적인 메기로 인식돼 왔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굴지의 강자인 KT와 카카오가 기존 금융업권에서 찾기 어려웠던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현실화 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또 지점을 설치하지 않아 비용을 줄이고, 이를 고객에게 혜택으로 돌려주겠다는 두 인터넷은행의 설립 취지에 공감하는 고객이 적지 않았다.

출범 초기 인터넷은행은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출범 100일 만에 가입자수 430만명을 기록하며 고객 몰이에 성공했다. 공인인증서 없이도 대부분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데다, 간단하게 모임통장을 개설할 수 있는 등 편의성이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2년 만에 인터넷은행을 보는 금융·산업계의 시각이 바뀌었다. 금융당국은 올해 제3·4 인터넷은행을 선정하겠다고 선언했다. 금융당국에 인터넷은행이 되고 싶다고 찾아온 기업은 서류 미비로 반려된 곳을 포함해 3곳에 불과했다. 네이버나 인터파크 등 유력한 ICT 기업은 애초에 금융위원회의 설명회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사진=각 은행]

금융·산업계는 인터넷은행의 수익성이 불투명해 메기 역할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금융당국이 출범 전부터 정책 역할을 주문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금융위가 공개한 인터넷은행 심사기준에 따르면 심사 배점이 가장 높은 상위 3개 항목 중 하나가 '포용성'이다. ICT 기업이 금융권에서 구현할 수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집중하기보다는 중금리 대출 등 금융당국이 원하는 역할을 맡아줘야 인터넷은행을 설립할 자격이 주어지는 셈이다.

이미 설립된 케이뱅크과 카카오뱅크도 이 같은 중금리 대출에 신경을 쏟느라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100% 비대면 영업이라는 특성을 제외하고서는 시중은행과 차별점이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메기 역할도 기대에 미지치 못했다. 두 인터넷은행이 은행권의 전반적인 비대면 거래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거기서 그친다는 평가다.

 

[사진=각 은행]

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이 주문하는 중금리 대출 부문에서도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신생 금융사라 자본력이 부족한 인터넷은행은 출범 직후 얼마동안은 예대마진을 줄여 중금리 대출을 실행할 수 있지만 그 기간은 길지 못하다.

오히려 압도적인 자본력을 갖춘 시중은행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예대마진을 줄이기 어렵다. 실제 지난 3월 말 기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예대금리차는 1.98%포인트와 2.26%포인트로 4대 은행보다 높은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생 금융사에 돈 안되는 중금리 대출 등을 주문하는 금융당국을 바라보면 누가 인터넷은행을 하고 싶겠나"라며 "지금 같은 상태라면 인터넷은행이 메기 역할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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