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시재생 선진모델 현장을 가다](3)청년 스타트업의 산실 독일 '팩토리 베를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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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강영관 기자
입력 2019-06-1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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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렴한 임대료·네트워크 구축…벤처 창업단지 등 적극 유치

  • 180여개국 스타트업 인재들 모여…소통과 다양성 중시

  • 베를린 밀레니얼 창업자들 사이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꼽혀

독일 베를린 미테 지역에 위치한 스타트업 창업단지 '팩토리 베를린' 전경. [사진= 강영관 기자]


#. 독일 베를린 미테지구에 위치한 스타트업 창업단지 '팩토리 베를린' 회의실. 지난달 22일 오후 이곳에선 독일 굴지 전력기업인 에온(E.ON)을 비롯해 지멘스의 자회사인 모빌리티, 글로벌 로펌 프레시필드, 뮌헨에 본사를 둔 글로벌 보험사 에르고(ERGO) 등이 참여한 리버스 피치(Reverse Pitch)가 열렸다.

팩토리 베를린에 입주한 멤버들이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발표하는 자리다. 멤버들은 정확히 10분간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뒤 이후 10분간은 이에 대한 전문 패널의 질문과 청중의 질문에 대해 답변했다. 이날 전문 패널은 헤스터 히르레히트(머메이드 스튜디오스 설립자)와 마쿠스 베르거-데-레온(디지털 신생기업 운영), 에케하르트 엔트루바이트(와이워크 대표), 하랄트 자프(25년간 디지털 관련 업계 종사) 등이었다.

발표에 나선 5명의 팩토리 베를린 입주사 멤버는 자신들이 이끄는 스타트업의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전략 등을 공개하고 현재 다국적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전반적인 시스템들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 등을 제시했다. 이에 패널들은 새로운 시스템이 실제 업무에 적용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보완해야 할 부분을 지적했다.

독일 베를린 스타트업 창업단지 '팩토리 베를린'에서 진행된 리버스피치에서 입주사 멤버가 자신의 아이디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강영관 기자]


◆스타트업의 굿 아이디어, 곧바로 글로벌 기업의 시스템에 적용

청년 스타트업의 산실인 '팩토리 베를린'에서는 이 같은 논의의 장이 낯설지 않다. 글로벌 기업들을 초청해 팩토리 베를린 멤버와 연결,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거나 난제들을 함께 풀어나가는 작업이 수시로 진행된다.

실제 이날 패널 중 한 명인 헤스터 힐브레히트는 "여러분이 발표한 내용들이 단지 여기에 있는 패널과 청중에게만 어필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며 "현장에서 당장 필요한 아이디어가 나온다면 이는 곧바로 실현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에온과 에르고, 지멘스, 프레시필드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팩토리 베를린의 이벤트에 참여한다는 것은 곧 이들이 팩토리 베를린 입주기업들의 역량을 높게 쳐준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팩토리 베를린 입주기업들은 보다 손쉽게 다국적 기업들과 연계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실생활에 구현할 수 있다.

바바라 펠트 팩토리 베를린 미테 운영팀 관계자는 "1인 입주사도 팩토리 베를린이 제공하는 모든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음은 물론 세미나룸, 카페, 휴식공간, 전산실, 독서실, 미팅룸 등 모든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된다"며 "특히 많은 기업들이 입주한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생생한 정보들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베를린 스타트업 창업단지 '팩토리 베를린' 건물에는 시기별로 해당 지역의 변화된 모습에 대한 사진이 전시돼 있다. [사진= 강영관 기자]


◆다문화·다계층적 교류…창의적인 아이디어 실현

베를린 주정부는 베를린 미테지역의 폐쇄된 양조장을 리모델링을 통해 2011년 스타트업 기업을 위한 사무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팩토리 베를린은 유럽 최대 규모인 1만㎡ 넓이를 자랑하며 개장 1년 만에 공간을 확장하는 등 청년 창업가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었다. 젊은 예술가들과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저렴한 값에 공간을 제공해 주고 대출 혜택을 제공하면서 세계 각국의 젊은 인재들을 끌어 모았다.

바바라 펠트는 "전체적으로 보면 팩토리 베를린이 특별히 다른 사무실과 비교해 임대료 자체가 크게 저렴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5~6명이 함께 일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임대비용은 다른 사무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하지만 월 30유로(3만9000원)에 1명이 사용할 수 있는 작은 공간부터 임대가 가능하고, 사무실 규모도 다양해 이용자 선택의 폭이 넓은 점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팩토리 베를린은 소통과 다양성을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팩토리 베를린 입주멤버의 국적은 180여 개국에 달하며, 직원의 절반가량이 독일인이 아니다. 이날 팩토리 베를린의 안내데스크 직원도 스페인 사람이었다.

안내데스크 직원은 "저를 비롯해 워낙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기 편리하다"며 "팩토리 베를린 내에는 다양한 언어로 소통하며 독일어보다 오히려 영어가 더 통용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리버스 피치 등 팩토리 베를린에서 진행되는 각종 이벤트도 주로 영어로 진행된다. 이날 리버스 피치 진행자는 이벤트에 참여한 멤버들에게 국적·인종·분야 별로 앉지 말고 뒤섞여 소통하도록 권했으며, 멤버들도 맥주와 생수를 들고 자연스럽게 이벤트를 즐기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IT와 자동차, 패션, 음악, 음식 등 여러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들과 수많은 기업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네트워킹 이벤트 등 교류를 하는 게 팩토리 베를린의 가장 큰 장점인 셈이다.

독일 베를린 스타트업 창업단지 '팩토리 베를린' 멤버들은 세미나룸, 카페, 휴식공간, 전산실, 독서실, 미팅룸 등 모든 공간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사진= 강영관 기자]


◆유럽의 실리콘 밸리…지난해 스타트업 투자유치 신기록 달성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는 베를린의 별칭이다. 이제는 유럽 속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게놈 보고서를 보면 베를린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 세계에서 10위 수준이다. 이 보고서는 베를린 스타트업 생태계와 관련해 시장의 접근성과 연결성에서 높은 평가를 줬다. 이는 베를린이 유럽 한가운데의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이용하면서 외국인 창업자에게 열려 있다는 걸 보여 준다.

베를린은 지난해 네스트픽의 조사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의 창업자들 사이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로 꼽혀 2위 몬트리올, 3위 런던, 4위 암스테르담을 제쳤다. 실제 독일은 지난해 스타트업 투자유치 신기록을 달성했다. 투자유치 건수는 전년도 대비 22% 증가해 621건 기록했다. 투자유치 금액 역시 전년 대비 약 7%(3억1600만 유로) 늘어난 46억 유로를 기록하며 종전 기록을 깼다.

베를린에는 독일에서 가장 많은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 있으며 이 분야 종사자만도 5000여명에 이른다. 2025년까지는 22억 달러의 수익 창출이 기대된다. 또 독일 인공지능(AI) 연구센터, 베를린 기계 학습 센터, 베를린 빅데이터 센터 등은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아 정부 차원에서도 AI분야 개발에 향후 6년간 34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베를린 팩토리의 대표인 그라멘츠는 "베를린은 유기적으로 유럽의 사물인터넷(IoT)과 블록체인 허브로 성장했으며 기존 산업의 대기업과 테크 인재들이 협업해 기술적 경제적 성장을 이끄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기금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독일 베를린 스타트업 창업단지 '팩토리 베를린' 멤버들이 휴식공간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진= 강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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