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시재생 선진모델 현장을 가다](2) 마천루와 도시재생의 조화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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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노경조 기자
입력 2019-06-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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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Live & Work, Play”...해외 도시재생 선진모델 현장을 가다

1. 철이 아닌 첨단을 주무르는 '피츠버그'
2. 마천루와 도시재생의 조화 '뉴욕'
3. 청년 스타트업의 산실 '팩토리 베를린'
4. 노후 항만을 최첨단 복합도시로 '함부르크 하펜시티'
5. 한국 도시재생 해답, 도쿄 '롯폰기 힐스'서 찾다
6. 정부가 움직이는 싱가포르 도시재생

미국 뉴욕시 구석구석을 걷다보면 의외로 공사 중인 건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건물이 오래된 탓도 있겠지만, 사실상 9·11 테러 이후 복구와 맞물려 도시재생에 더욱 속도가 붙은 영향이다. 당장 테러가 일어났던 현장 일대를 부르는 '그라운드 제로'만 해도 메모리얼 박물관과 추모공원 등이 조성됐을 뿐이다. 새로 초대형 건축물을 짓지 않고도 충분히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모으고 있다.
 

뉴욕 맨해튼 허드슨 야드 일대 공사 현장 모습. [사진=노경조 기자]


◇맨해튼의 서쪽 핫플레이스 '허드슨 야드·하이라인 파크'
블록마다 우뚝 선 뉴욕 맨해튼의 고층 빌딩들 사이로 '허드슨 야드'(Hudson Yards)에서 '하이라인 파크'(New York High Line Park)로 이어지는 도시재생(재개발) 지역이 있다. 수많은 외국 관광객들은 물론이고 내국민들도 삼삼오오 몰려와 인증사진을 찍는, 최근 뉴욕에서 가장 힙(Hip)한 곳이다.

허드슨 야드는 서쪽 허드슨 강변에 들어서는 초대형 복합 주거·사무·쇼핑·여가 단지다. 과거 철도차량기지로 낙후된 이곳에 올림픽 경기장을 지으려다가 유치가 무산된 후 지금의 공간으로 조성됐다. 총사업비만 250억 달러(약 28조원)에 달한다. 지하철 허드슨 야드 역 밖으로 나오면 새로 짓는 건물들은 물론, 귀를 파고드는 공사 장비 소리 틈에 바삐 움직이는 인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조형물이 있다. 바로 더 베셀(The Vessel)이다. 벌집 모양의 2500개 계단으로 이루어진 금빛의 이 조형물은 영국 건축가인 토머스 헤더윅이 설계했다. 도심 속 인공 산을 표방한다. 계단을 오르며 뉴욕 시내를 조망하는 것이 더 베셀의 기능이다. 단순히 보이는 조형물을 세운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토록 만든 것이 색다르다. 한 번에 입장 가능한 인원이 제한돼 있고, 관람시간도 약 15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두 달치 예약이 꽉 차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뉴욕 맨해튼 허드슨 야드에 들어선 '더 베셀'(The Vessel) 앞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사진=노경조 기자]


더 베셀 뒤편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하이라인 파크가 나온다. 폐허가 된 고가철도에 새 숨을 불어넣은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사례다. 비영리단체인 '하이라인의 친구들'(The Friends of High Line)이 철거 직전인 이곳의 독특한 조망권을 앞세워 공원화했다. 하이라인은 구간별로 콘셉트가 다르다. 기저에는 여유와 사색이 깔려 있다.

디자인은 2004년 공모를 통해 결정됐다. 공사는 3단계로 나누어 시행됐다. 허드슨 야드와 맞물린 30~34번가 구간이 지난해 개장한 3단계 부지에 해당한다. 1~2단계 구간은 미트패킹과 첼시 지역의 건물 사이를 관통한다. 모든 공사는 2014년 9월 마무리됐다. 물론 걷다보면 인근에 한창인 공사 현장들을 볼 수 있다. 틈틈이 수리하고, 곳곳에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가 마련된다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구간 전체를 걷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알려진 바로는 1시간 30분이지만, 실제 걷다보니 눈깜짝할 새 끝났다.

뉴욕시에 따르면 하이라인 파크 개발사업은 1만2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경제적 효과는 약 20억 달러(2조원) 수준이다. 어느새 뉴욕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이곳은 오늘도 가족, 친구 또는 연인들로 붐빈다.

◇대학 유치로 '인재·일자리' 두 마리 토끼 잡다
맨해튼의 서쪽이 개발 사업으로 바쁘다면, 동쪽은 산학 협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바로 맨해튼 인근 작은 섬인 '루스벨트 아일랜드'(Roosevelt Island)가 주인공이다. 이곳에는 코넬대 공과대학인 코넬텍(Cornell Tech)이 자리잡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의 공이다. 그는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 유치 및 뉴욕의 도약을 위해 1억 달러를 걸고 공모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인재 양성과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이 캠퍼스는 2017년 가을 문을 열었다. 실제 코넬텍과 뉴욕시는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코넬텍 관계자는 "캠퍼스는 이 지역 학교들에 기술 교육을 도입하기 위한 '전용 K-12 이니셔티브'를 갖고 있고, 더 많은 젊은 여성들의 기술 학위와 경력을 장려하기 위해 뉴욕시립대학과 'WiTNY' 프로그램을 함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넬텍 루스벨트 아일랜드 캠퍼스에서 열린 오픈 스튜디오에서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첫걸음으로 사업 아이디어 발표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노경조 기자]


실제 체류기간 중 코넬텍에서 2년마다 개최하는 오픈 스튜디오(Cornell Tech hosts Open Studio at Roosevelt Island Campus)가 개최됐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팀을 이뤄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스타트업 창업의 경쟁을 벌이는 장이다. 조용한 루스벨트 아일랜드가 학생들과 학부모 외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한편에는 방문객들이 직접 사업 아이템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이곳뿐만 아니라 맨해튼 북쪽의 대표적 슬럼가인 할렘(Harlem) 일대에는 첨단연구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컬럼비아대학이 뉴욕시가 발동한 토지수용권을 활용해 '맨해튼 빌'(Manhattan Ville)'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것. 금싸라기 땅도, 낙후된 공간도 교육시설로 새단장하는 뉴욕시의 지혜가 돋보인다.

또 아마존이 뉴욕 롱아일랜드시티를 제2본사 지역으로 선택하면서 코넬텍 등은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아마존 또한 인재 확보를 입지 선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을 금융 중심지에서 나아가 정보기술(IT)·혁신의 중심지로 키우려는 뉴욕시의 큰 그림을 지켜봄직하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기금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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