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시대 보안, 양자정보통신 기술 확보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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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 최다현 기자
입력 2019-06-1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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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양자정보통신포럼 창립식... 미국 허드슨 연구소와 MOU 체결

양자정보통신기술 확보를 위해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머리를 맞댔다. 양자정보통신은 분자보다 작은 양자의 특성을 살려 안전하고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해주는 차세대 통신보안기술이다. 5G시대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보안 문제를 해결해줄 기술로 꼽힌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국회 양자정보통신포럼'을 창립하고 미국 허드슨연구소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하반기에 첫 포럼을 개최하기로 하고, 향후 한국이 양자기술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별 주요 정책과 기술 동향을 공유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관련 입법에도 나선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17일 국회 양자정보통신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 5G시대 주목받는 양자정보통신기술, 정부 "전략적 투자 늘리겠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미디어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양자정보통신 시장 규모는 약 26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1조4000억원 규모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5G시대에 양자기술이 주목받으면서 투자 경쟁도 심화되는 추세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국가적 차원에서 양자정보통신 기술 관련 정책을 세우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AT&T,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민간기업의 기술개발(R&D) 투자도 증가하면서 주도권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이날 창립식에 참석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양자산업 규모는 2035년이면 4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정부도 올해 R&D 예산을 지난해 146억원에서 올해 236억원으로 늘렸지만 금액으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런 투자는 일반 기업이 하기에는 규모가 크고, 회수 기간이 오래 걸리는 등 리스크가 많다"며 "정부도 세계 최고 수준의 양자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략적 투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양자정보통신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SK텔레콤의 박정호 사장은 "우리는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최근 5G 핵심 구간에 양자 기술을 적용했다"며 "국회 양자정보통신포럼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다양한 대안이 마련되고, 양자정보통신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창립식에는 미 허드슨연구소 아서 허먼 박사의 특별 강연과 대담이 진행됐으며, SK텔레콤은 양자 기술을 적용한 사업 모델이 전시됐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회 양자정보통신포럼 창립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양자정보통신 글로벌 경쟁 치열... 국내 투자는 제자리 걸음 

미래 산업의 핵심 기반기술로 떠오른 양자정보통신의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국가 차원의 양자정보통신 생태계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자 기술은 해외기술 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자체 기술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양자정보통신포럼 창립식’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자정보통신이 오는 2030년까지 전세계적으로 400조원 이상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추산했다. 양자 산업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530조원)과 견줄 수 있는 미래 핵심 보안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양자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정부의 투자와 지원 체제는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 12월 과기정통부가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추진전략’을 수립해 국가 차원의 양자정보 통신 분야 기술개발을 추진했다. 이후 2016년 하반기부터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의 투자 확대가 추진됐지만 무산됐다. 당시 양자기술 선도를 위해 대규모 국책연구과제로 지정하려 했지만 시기상조라는 학계 반대에 부딪혀 2년 간 답보 상태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양자정보통신은 우주분야와 함께 국가가 긴 호흡을 가지고 수행해야 할 장기 연구과제”라며 양자 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어 “5G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양자정보통신도 더욱 빨리 발전할 것”이라면서 “국회와 정부, 산업계가 합심해 보안의 핵심으로 부상한 양자암호통신의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양자 관련 기술은 세계 주요국가에 비해 약 4년정도의 기술 격차가 벌어졌다는 평가다. 2016년 발행된 퀀텀유럽(Quantum Europe)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의 양자 정보통신 분야 지원순위에서 한국은 최하위권인 17위를 기록했다. 양자컴퓨팅 기술개발에 60억원, 양사센터 핵심원천기술개발에 46억원이 편성됐지만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양자정보통신 관련 국가기관 연구 인력도 50여명에 불과하다.

반면, 지난해 미국은 양자 기술에 5년간 12억7500만 달러(1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중국은 1조2000억원을 들여 내년까지 양자 국가연구소를 설립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영국은 양자센서 최고기술 확보를 위해 산업화 목적의 연구개발(R&D) 지원을 국가 차원에서 진행 중이다.

이날 포럼에 민간사업자 대표로 참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5G 네트워크 시대가 오면서 보안이 엄청나게 중요해졌는데, 현재 보안체제로면 5년 뒤에 작동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양자암호통신 적용을 통해 차세대 IT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2011년부터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해온 사업자다. 2016년 세계 최초로 세종-대전 간 LTE 백홀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했고, 2017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QRNG 칩을 개발했다. 지난해 2월에는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 기업인 스위스 IDQ를 인수를 기점으로 보안 관련 투자를 본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올 1분기는 5G 가입자 인증 서버에 IDQ의 해킹 방지 기술 QRNG를 적용했으며, 향후 자율주행차와 공격형 드론봇 등에도 양자암호통신을 연계시킬 계획이다. SK텔레콤을 필두로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은 양자암호 기술개발 경쟁에 뛰어들었으며, 삼성도 IBM과 양자컴퓨터 연구에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박 사장은 국내 양자정보통신 시장에 대해 “국내 많은 기업들이 양자 관련 R&D에 나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장기 연구에 대한 부담과 초기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정부와 국회의 적절한 지원책과 관련 입법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허드슨 연구소의 아서 허먼 박사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양자정보통신포럼 창립식에 참석했다. [사진=연합뉴스]


◆ ​아서 허먼 박사 "한-미 퀀텀 협력, 한미 동맹의 새로운 차원"

미국의 싱크탱크인 허드슨연구소의 아서 허먼 박사가 양자(퀀텀) 기술에서 한-미 과학기술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한미 동맹의 새로운 차원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먼 박사는 '국회 양자정보통신포럼 창립식' 특별강연에서 한국과 미국이 '양자 동맹'을 맺어 보안 위협에 맞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허드슨연구소는 1961년 창립된 미국의 유서 깊은 싱크탱크다. 허드슨 연구소는 지난해 초 '퀀텀 얼라이언스 이니셔티브(QAI)'를 결성해 미국 정부의 양자지원법 제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어 같은해 10월에는 양자 기술의 위험과 기회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국제적 양자 현황과 미국의 양자 컴퓨팅 구상을 논의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QAI는 특히 양자 공동체가 미국을 보호하고 강화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컴퓨터와 센싱, 통신과 암호화 등 양자 기술의 진보를 소개한다. 아서 허먼 박사는 허드슨 연구소에서 기술, 안보, 국방전략, 경제 분야 선임연구원이자 QAI 의장을 맡고 있다.

허먼 박사는 향후 양자 기술이 모든 사람의 미래에 필수적일 수 있는 4가지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9월 제네바에서 열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해 양자난수생성기와 양자키 분배기에 대한 글로벌 표준 개발에 앞장섰다"며 "SK텔레콤과 IDQ의 노력은 국제 협력의 완벽한 예"라고 말했다.

또한 양자기술의 발전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를 촉진하며 양자 기술이 일상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강조하는 프로젝트를 실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QAI는 양자 기술이 어떻게 국제 동맹과 지정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허먼 박사는 "양자 동맹 구상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됐으며 미국이 협력하는 모든 국가의 경제, 국가 안보를 발전시키는 전략적 비전을 공유할 것"이라며 한국의 동참을 권유했다.

허먼 박사는 SK텔레콤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SK텔레콤은 2년 전 워싱턴DC에서 허드슨 연구소가 첫 번째로 개최한 양자혁명 관련 이벤트에서 양자난수생성기 칩을 공개하고 대전~세종 구간에 구축한 양자암호통신 네트워크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허먼 박사는 "SK텔레콤의 발표는 양자 공격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한 QAI의 목적과 정확하게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한국형 퀀텀밸리에 대해서도 '풀 스펙트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스타트업을 인큐베이팅 할 수 있는 벤처캐피탈들이 들어와 과학 실험에서 시작해 상업화까지 아우르는 환경을 만드는 게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캠퍼스 내에서 양자 물리학자와 퀀텀 리서처, 벤처캐피탈이 모두 만나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 퀀텀 테크 랩(Quantum Tech. Lab) 연구원들이 양자암호통신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사진=SK텔레콤] 

◆ 궁극의 암호체계… 양자정보통신이란?

양자정보통신이란 양자암호통신이나 양자센서, 양자컴퓨터 등 분자보다 작은 양자와 관련된 정보통신기술(ICT)을 총칭하는 보안 통신기술 개념이다.

양자암호통신은 물리적 최소 단위인 ‘양자(Quantum)’에 기반한 통신기술로 양자의 특수한 성질을 이용해 암호키(Key)가 될 난수표를 지킨다. 양자암호에서 사용되는 빛의 입자는 들춰보면 물리적 성질이 파괴되는 원리를 이용했는데, 제3자가 해킹을 위해 암호의 열쇠에 접근하면 스스로 파괴돼 해독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 이론적으로 해킹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궁극의 암호기술’이라 불린다.

기존 암호통신과 양자 암호통신은 ‘송신자의 암호화 → 정보전달 → 수신자의 복호화(부호화를 역순으로 수행해 부호화되기 전 상태로 되돌리는 조작)’ 라는 동일한 과정을 거치지만, 양자정보통신은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에서 암호키를 분배(공급)하는 방식에서 차별점이 있다.

양자 암호키의 분배 방식은 송신자와 수신자가 양자를 주고 받으며 같은 열쇠(암호키)를 동시에 생성한다. 송신자와 수신자가 각자 가진 양자키분배(QKD) 기기를 통해 양자를 주고 받으며, 양자의 특성(불확정성)을 활용해 예측 불가능한 암호키를 만드는 원리다.

즉 단일광자의 양자적 특성인 복제불가, 양자중첩 등을 이용해 송신자와 수신자 간 암호키를 안전하게 생성하고 이를 이용해 데이터를 암호화한다. 이 기술은 자연계 고유의 양자적 성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현재까지 안전성이 100% 입증된 유일한 방식으로 알려졌다.

양자센서는 미세한 크기의 양자를 검출해 이를 전기신호로 바꾸는 기술이다. 자율주행, 위성, 바이오 등 다양한 첨단 분야에서 미세한 빛(레이저(적외선), 가시광선)을 측정하는 기술에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반도체가 아닌 원자를 기억소자로 활용해 슈퍼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는 첨단 미래형 컴퓨터로 불린다. 일반컴퓨터가 0 또는 1 가운데 하나만 갖는 비트(bit)로 연산하는 반면, 0과 1을 동시에 갖는 양자 비트(큐비트)를 사용해 초고속 연산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129자리 자연수를 소인수분해 했을 때 일반 고성능 컴퓨터는 1600대가 병렬 연산해도 8개월이 소요되지만, 양자컴퓨터는 수 시간안에 연산을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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