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100만명 시위에 '굴복'… 홍콩 인도법 개정 잠정 연기

배인선 기자입력 : 2019-06-15 14:41
SCMP, 홍콩 행정장관 "인도법 개정 연기 발표할 것" 연일 외신 헤드라인 장식…국제적 쟁점 비화에 부담 느낀 듯 2003년 국가안보법, 2012년 애국교육 등도 반대 부딪혀 무산
100만 홍콩 시민의 극렬한 반대에 홍콩 정부가 결국 한발 물러섰다. 홍콩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개정을 잠정 미루기로 결정한 것.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이르면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송환법 개정 추진을 잠정 연기하겠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람 장관은 홍콩 핵심 관료들과 전날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대책 회의를 진행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람 장관이 연기 결정을 이미 중국 중앙정부에 통지했다고 홍콩 TVB는 보도했다.

중국 중앙정부 관료들도 전날 홍콩과 마주보고 있는 선전(深圳)까지 직접 내려와 이번 사태 처리를 논의했으며, 인도법 개정을 철회하거나 강행하기보다는 이를 잠정 연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SCMP는 보도했다.

원래대로라면 송환법 개정안은 12일 입법회(홍콩 국회) 심의를 거쳐 20일 표결에 부쳐 처리할 계획이었다. 입법회는 친중파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는만큼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이를 잠정 연기한 것은 홍콩 송환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가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선제적 조치로 풀이됐다. 홍콩 시위가 주요 외신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국제적 쟁점으로 부각되는 게 중국으로서도 부담스러운 것이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송환법 개정은 중국 본토 등 홍콩과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중국 정부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 등 정치범의 중국 본토 송환이 현실화하면 홍콩의 정치적 자유가 위축되고 자치권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한 홍콩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일주일 전인 지난 9일 홍콩 도심에서 열린 송환법 반대 집회엔 시민 103만명이 동참하며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 시위로 기록됐다. 이어 12일엔 입법회 건물 주변을 둘러싸고 수만명이 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하면서 유혈사태까지 빚어졌고, 이날 예정됐던 송환법 심의는 결국 연기됐다. 아직도 시위는 '현재진행형'으로 일요일인 오는 16일에도 홍콩 도심에서는 10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홍콩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열릴 예정이었다. 

여기에 더해 미국·영국 등 서방국 정부가 나서서 잇달아 우려를 표명하며 홍콩 송환법 개정은 이미 국제적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이에 중국은 내정간섭이라 반발하며 지난 14일엔 주중 미국 대사를 초치하는 등 강경한 외교수단을 동원해 강력 항의하기도 했다. 

사실 중국은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돌려받을 때 향후 50년간 홍콩의 체제를 인정하기로 하면서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 원칙에 따라 행정·입법·사법의 자치권을 홍콩에 쥐어줬다. 이른 바, 일국양제(一國兩制 한국가 두체제)다.

하지만 이후 홍콩을 '중국화'하려는 중국의 시도는 번번이 이뤄졌고, 이는 홍콩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홍콩 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역이나 외국 정치단체의 홍콩 내 정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하자 홍콩 시민 50만명이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고, 결국 법안은 철회됐다.  2012년엔 중국에 대한 애국주의 교육을 의무화하려던 정책도 12만명의 홍콩 시민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된 바 있다.
 

홍콩 범죄인 인도법(일명 송환법) 개정 반대 시위가 14일 홍콩 입법회 건물 밖에서 열리고 있다. '사람들을 쏘지마세요'라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는 홍콩 시민의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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