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범죄인 인도법..'아시아 허브' 지위 '흔들' 우려 고조

배인선 기자입력 : 2019-06-14 07:49
시위에 따른 단기적 경제 피해보다 자치권 침해 '우려' 글로벌 기업 홍콩시장 '이탈' 가능성도 홍콩 시위대 16일 오후 대규모 집회 예고
'아시아 금융허브'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면서 시장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던 12일 당일 홍콩 항셍지수는 무려 1.7% 이상 내렸을 정도다. 시장은 홍콩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따른 단기적 경제 피해보다는 홍콩의 지속적인 자치권 침해 가능성을 더 우려하는 모습이다.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송환법 개정은 중국 본토 등 홍콩과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로 인해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 등 정치범의 중국 본토 송환이 현실화하면 홍콩의 정치적 자유가 위축되고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리앙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홍콩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미국의 국내법인 '미국·홍콩 정책법'의 '티핑포인트(급변점)'가 될 것이라며 이것이 홍콩 경제에 미칠 잠재적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전망했다고 홍콩 명보는 14일 보도했다. 

미국·홍콩정책법은 홍콩의 사법시스템이 중국 본토에서 분리돼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이 법에 기반해 홍콩에 대한 관광, 무역 등 방면에서 특별대우를 보장해왔다. 하지만 범죄인 인도법이 개정되면 홍콩의 독립적 사법시스템이 훼손될 수 있는 것이다. 

리앙증권은 지금 당장 미국이 미국·홍콩정책법을 폐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를 계기로 미국은 홍콩이 특별대우를 받는게 합리적인지를 심각하게 고려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홍콩정책법이 폐기되면 이것이 홍콩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며 홍콩에 대한 자심감을 잃은 외국기업들이 이탈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홍콩 신용등급은 기존과 그대로 AA+로 유지하고, 전망도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다만 홍콩의 신용등급이 중국 본토보다 높은 것은 홍콩은 고도의 자치권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 본토와 다른 독립적인 통치시스템·사법시스템·정책·비즈니스 환경·규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이러한 기반이 흔들린다면 홍콩의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메릴린치)는 보고서에서 홍콩의 현재 상황은 앞서 2014년 '우산혁명' 때보다 불확실성이 더 크다며 왜냐하면 미·중간 무역전쟁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산혁명은 2014년 홍콩 시민들이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벌어졌던 시위다. 70일 넘게 이어진 시위로 홍콩의 많은 부분이 정체 상태를 보였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도 12일 보고서를 통해 "범죄인 인도법안 개정으로 홍콩의 자치권이 위협당하고 있다"면서 이는 "(홍콩의) 경제적 성공의 핵심 토대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E는 홍콩에서 시위가 지속된다고 해도 경제 충격은 미미할 것이라면서 지난 2014년 우산 혁명 때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범죄인 인도법이 통과되고 중국으로부터 분리된 홍콩의 위치에 대한 잠식이 계속된다면 이는 지속적인 피해를 줄 수 있어 더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중심지로서 홍콩의 지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콩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비즈니스 환경 악화를 우려한 글로벌 기업들도 '동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현지 부동산 개발 업체 골딘파이낸셜홀딩스는 사회적 동요와 경제적 불안정을 앞세워 14억 달러 규모의 부지 입찰에서 발을 빼기로 결정했다. 운용 자산 930억 달러 규모의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한 상당수의 기업들이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과격 시위로 인해 이번주 계획하고 있던 이벤트를 줄줄이 연기했다.

홍콩총상회도 13일(현지시각)도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아론 하리레라  홍콩총상회 회장은 "우리는 이 법안의 기본 원칙에 동의한다"면서도 "홍콩 정부가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계속 경청하고 국민과 의미 있는 대화에 임할 것을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전했다.  셜리 옌 홍콩총상회 최고경영자(CEO)도 "우리는 이 문제가 홍콩에 대한 기업의 신뢰와 국제적 명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모든 당사자들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 2차 심의가 예고됐던 12일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벌어졌던 시위는 잠시 소강 사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16일 오후 2시 30분(현지시각)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또 홍콩 경찰의 폭력행위를 규탄하는 한편 기존의 요구사항이었던 법안 철회와 캐리 람 행정장관의 퇴진을 주장했다.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의 시위대가 12일 의회인 입법회 밖 도로를 메우고 있다. 홍콩 정부는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이날 2차 법안 심의를 강행할 계획이었지만 시위가 격화할 양상을 보이자 일단 심의를 연기하기로 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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