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의장, 러시아 일정 마무리…남·북·러 ‘3각 협력’ 필요성 강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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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러시아)=김봉철 기자
입력 2019-05-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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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중국 이어 세 번째 한반도 주요 4강 국가 순방

  • 답보 상태 남북 관계에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설파

문희상 국회의장이 30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으로 이동한다. 문 의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미국, 중국에 이어 한반도 주요 4강 중 세 번째 순방이다.

문 의장은 방문 기간 동안 남북 관계에서의 ‘러시아 역할론’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문 의장은 방문 기간 동안 남북 관계에서의 ‘러시아 역할론’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또한 내년 양국 수교 30주년을 언급하며 한·러 양국 간 전략적 소통 강화를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특히 대한민국 국회의장 최초로 러시아 상원 의회에서의 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문 의장은 러시아 정치권에 한·러 양자 협력이 남·북·러 3각 협력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점을 적극 어필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28일(현지시간) 뱌체슬라프 빅토로비치 볼로딘 하원의장(사진 오른쪽)과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러시아·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8박 10일 공식방문 일정을 시작한 문희상 국회의장이 28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발렌티나 이바노브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을 만나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28일 러시아 상·하원의장 연쇄면담…양국 고위급협력委 회의도

먼저 문 의장은 27일 모스크바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한·러 우호의 밤 행사로 첫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백범 김구선생이 원하는 나라는 군사대국도 아니고, 경제대국도 아닌 오직 문화대국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최근 방탄소년단(BTS) 열풍으로 한류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데, 바로 어제 칸 영화제에서도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는데 고국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된다”고 행사에 참석한 러시아 동포들을 격려했다.

문 의장은 28일에는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한 후, 뱌체슬라프 빅토로비치 볼로딘 하원의장과 발렌티나 이바노브나 마트비엔코 상원의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평가하고 지속적인 협조를 당부하며, 한·러 의회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문 의장은 러시아 하원의회에서 진행된 볼로딘 하원의장과의 면담에서 “한반도의 평화만 이뤄진다면 남과 북의 이익을 떠나서 동북아 지역 전체, 유라시아 대륙 전체에 평화 정착된다”면서 “러시아가 북한 등 주변의 이해당사국과 신뢰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한 그 영향력이 한반도 평화의 기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한반도 평화가 지금 정도까지 되기까지 러시아가 UN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보조를 맞춰 북한을 대화의 한가운데로 끌어내게 한 점은 높게 평가할만 하다”고 치켜세웠다.

이에 볼로딘 하원의장은 “최근 양국의 협력은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우리가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화답했다.

볼로딘 하원의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 때도 하원에서 연설했다”면서 “이 연설은 양국 관계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어 줬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의장은 자신의 임기 종료 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볼로딘 하원의장의 방한을 요청했다.

또한 제5차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 개최지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문 의장은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도 4차로 완전히 국제적인 브랜드화가 돼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그런 집합체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5차 유라시아 회의를 준비해야 하는데 아시아와 유럽 교차원칙에 따라 아시아에서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제1차 한·러 의회 간 고위급협력위원회 개회사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과 문재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양국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고위급협력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터키에서 열린 제3차 국회의장 회의에서 러시아와 고위급 협력위원회 규약 서명식의 후속 조치 성격을 띄고 있다. 문 의장은 국회의장 회의에서 러시아를 포함한 12개 주요 국가 및 지역에 의회외교포럼을 창설하는 이른바 ‘문희상 이니셔티브’의 시작을 알렸다.

협력위원회 회의에서는 △국제의회기구 및 새로운 다자 틀에서 국제·지역 현안 입장 조율 △협력 유망 분야의 입법적 지원 △문화·교육·관광 및 인적교류 분야의 의회 간 협력 확대 방안 등이 논의됐다.

문 의장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공은 안보적인 차원을 넘어 동북아와 극동지역이 새로운 물류와 교역·투자·에너지·인적교류 및 서비스의 중심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양국 의회 간 협력과 관련 양국의 의회 지도자들이 최근 서로 상대 국가를 자주 방문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양국 국회의장이 주도하는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가 이번 9월 네 번째로 개최하게 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문 의장은 “러시아의 기초·원천 기술과 한국의 응용기술이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며 “가스·전력·철도·건설 등 9개 다리 협력사업, 남·북·러 3각 협력, 한·러 지방 간 협력, 한·러 서비스·투자 FTA 등 다양한 영역들에 대해 정치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협력위원회 회의 후 러시아 상원도 방문해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역할을 당부했다.

그는 마트비엔코 상원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남북한을 동시 방문해 한반도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보여줬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러시아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에 마트비엔코 상원의장은 “지난해 10월 한국 방문을 했을 당시 따뜻한 환대를 기억하고 있다”면서 “이번 문 의장 방문이 양국 관계와 양국 의회 간 협력에 새 동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러시아 상원 본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대한민국 국회의장 최초로 러시아 상원 본회의 연설

러시아 일정 중의 백미는 단연 29일 상원 본회의 연설이었다. 문 의장은 한국 국회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러시아 의회 단상에 섰다.

그는 상원 본회의 연설에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해서는 당사자인 남북, 북·미는 물론이고 러시아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협조와 지혜가 필요하다”며 “러시아가 허심탄회한 조언을 통해 북한이 정상국가의 길, 밝은 미래로 나서도록 설득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푸시킨의 시(詩)구를 비롯해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등 러시아 대문호들의 문학 작품을 언급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친근감을 드러내고 한·러 간 친선·교류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언제나 그러했듯, 언제나 그러하듯, 언제까지나 그러하리라’는 러시아 국가(國歌)의 가사를 인용, “한·러 양국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하며 평화와 번영의 길로 나아가자”고 제안했다.

문 의장은 “올해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로 지난 100년을 매듭짓고,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는 중대 분수령”이라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새로운 100년의 출발점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문 의장은 “앞으로도 한국과 러시아가 우호협력을 강화하며 미래지향적인 관계발전을 향해 나아갈 것이란 믿음을 갖고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상회담을 포함한 정부 고위급의 만남과 의회교류 등 정치적 소통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여전히 유효하고 현재진행형”이라고 설명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또다른 새로운 출발”이라며 “현재까지 북·미 모두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보이고 있고, 외교적 해법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북한이 문호를 열면 이는 대륙과 해양이 만나는 길목이 열린다는 것을 뜻한다”며 “한·러 양자협력은 물론 남·북·러 3각 협력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향후 양국 간 시너지 효과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문 의장은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가 유라시아 특급으로 이어지는 시대를 그려본다”며 “해양에서 대륙으로 아시아에서 유라시아와 유럽으로 이뤄지는 이 길은 단순한 교통이 아니라 세계평화와 번영의 레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후에는 모스크바에서 가장 오래된 다닐로프 수도원을 방문해 키릴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와 면담을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가장 오래된 다닐로프 수도원을 방문해 키릴 러시아정교회 총대주교와 면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의장실 제공]

◆30일 에스토니아로 이동…8년 만에 국회의장 발트 3국 방문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친 문 의장은 30일 에스토니아로 이동, 케르스티 칼유라이드 대통령, 헨 폴루아스 국회의장, 미카일 콜바트 탈린시장 등을 잇따라 만나 의회 간 실질 협력 증대 방안을 논의하고, ICT, 전자정부, 혁신산업 등을 중심으로 양국 간 교류 확대 계기를 마련한다. 국회의장의 발트 3국 방문은 2011년 이후 8년 만이다.

31일은 오전 라트비아 리가로 이동해 라이몬즈 베요니스대통령, 크리스야니스 카린스 총리, 이나라 무르니에쩨 국회의장 등 라트비아 최고위급 인사들과 면담을 진행한다.

무르니에쩨 국회의장과는 ‘한-라트비아 의회 간 협력의정서’ 체결을 통해 의회 간 협력을 가속화하기 위한 틀을 합의한다.

다음달 1일에는 라트비아 한인동포들과 만참간담회를 갖고 교민들을 격려한 뒤, 다음날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이동한다.

3일 오전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 사울류스 스크베르넬리스 총리, 빅토라스 프란츠키에티스 국회의장 등과 연쇄면담을 통해 발트 3국 중 한국과 교역이 가장 많은 리투아니아와 양국 간 교류협력 및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문 의장은 리투아니아 일정을 끝으로 8박 10일 간의 공식일정을 마친다.

문 의장의 이번 순방에는 한·러 의원친선협회장 겸 러시아의회 외교포럼 회장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소속 송영길·박재호 의원, 김정훈 자유한국당 의원,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 한충희 외교특임대사, 박재유 국제국장, 권순민 부대변인, 조중희 정무기획비서관 등이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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