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매주 시체를 보러 가는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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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기자
입력 2019-05-1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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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호이의 사람들>의 발로 뛰는 CEO 김호이입니다.

여러분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누군가는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반면에 누군가는 죽음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 때문인지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살을 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죽음에 맞닥뜨리는 순간 후회를 한다고 하는데요.

이번 인터뷰는 살아있는 환자가 아닌 죽은 사람을 만나는 사람, 매주 시체를 보러 가는 사람,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의 인터뷰인데요.

저는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삶과 죽음은 ‘한 끗 차이’라는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이번 인터뷰를 통해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진= 유성호 교수 제공/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


Q,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떠한 일을 하고 계신 건가요?

A.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및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으로서 매주 월요일 부검과 함께 학생 강의와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어떠한 방식으로 부검을 하시나요?

A. 부검은 경찰이 검찰의 지휘를 받아 법원에 영장을 신청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됩니다. 이후 지역 경찰서의 위치에 따라 각 지역으로 할당되면 부검을 하게 됩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은 주변 종로경찰서, 혜화경찰서를 포함하는 8개 경찰서에서 의뢰된 부검을 합니다.

Q. 죽은 자들을 마주할 때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요?

A. 제 임무가 부검을 통해 신원확인, 사망원인 분석 및 사망의 종류 판단이기 때문에 시신을 볼 때마다 이를 충실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물론 사망자에 대한 애도가 우선적으로 수행되고요.

Q. 시체를 본 후에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이 많은데 유성호 교수께서는 이러한 트라우마를 겪은 적이 있나요?

A. 그런 트라우마는 없습니다.

Q. 어떠한 신념과 자세를 가지고 일에 임하고 계신가요?

A. 큰 신념이나 자세는 없지만 제 천직인 법의학의 중요한 부분인 부검에 대해 늘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뿐입니다.

Q. 시체들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가요?

A. 우리나라는 매우 안전한 나라로 타살은 인구 10만명당 1명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부검의가 가장 많이 만나게 되는 사망자는 급작스런 죽음 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죽음으로 대부분 심장질환의 발증에 의한 사망인 경우입니다.

Q. 유성호 교수께서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으신가요?

A.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저 역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만 제 인생의 자연스런 마지막이라고 인식하려고 노력합니다. 유한한 삶을 보다 충실하게 살며 인생의 마지막에 되도록 후회를 줄이려는 마음을 가지고 삽니다.

Q.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한다고 하는데 유성호 교수께서는 자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자살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종결하는 행위로 이에 대한 많은 사유가 역사적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저는 실제 자살이라는 행위가 자신의 최선의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후속 답을 보거나 경험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선택이 제한 받게 되는 행위라고 봅니다.

또한 주변 가족을 포함하는 지인에게 큰 고통과 충격을 준다는 점에서 이기적인 면이 있는 행위라고 봅니다. 권장할 수 없는 행위이지요.
 

[사진= 유성호 교수 제공/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


Q. 올해 초 가장 화제가 됐던 드라마인 에서 남을 짓밟고서라도 가고 싶을 만큼 최고의 목표 그리고 꿈이 되어 버린 곳이 서울대 의대인데 의사라는 가운을 벗고 법의학자가 된 계기가 있나요?

A. 법의학자도 가운을 입습니다. 살아있는 환자를 보지 않을 뿐이지 같은 사람을 다룬다는 입장에서 크게 벗어난 진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Q. 서울대에서 ‘죽음의 과학적 이해’라는 교양강의를 가르치고 계시는데 이 강의의 경우 학생들이 몰려들어 광속 마감이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무엇을 가르치고 계시고 이 강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A. 제 학문의 베이스인 법의학을 근간으로 죽음에 대한 사회적 맥락과 함께 과학적 사실을 전하면서 죽음의 반대편이 삶에 대한 사유를 할 수 있는 기초적 지식을 쌓게 해주려고 노력합니다.

Q. 광속 마감이 돼서 강의를 듣지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 다음 학기에 다시 수강신청을 하는 방법 밖에 없는 건가요?

A. 네.

Q. 우리나라의 법의학자가 40명 정도 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많은 시체들을 40명이 다 부검을 하시는 건가요?

A. 약 6000건의 시신을 50명이 안되는 부검의가 하느라 많은 분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Q. 법의학자가 되려고 하지 않는 건가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우선 경제적인 면을 고려하는 현대 세태에 따라 많은 사람이 선택을 주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자긍심이라는 점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환경과 함께 충분하지 않은 연구비 등이 선택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Q. 법원과 보험회사에서 가장 많은 의뢰가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떠한 의뢰들이 들어오나요?

A. 사망원인과 사망의 종류를 명확히 하고자 하는 의뢰가 많습니다.

Q. 부검으로 죽음의 원인을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을텐데 이러한 경우에는 어떻게 하시나요? 또한 이러한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부검만으로 100% 사망원인과 종류를 알 수는 없습니다. 현대의학의 한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의학이 발전함에 따라 이를 극복하고는 있지만 근원적인 제약은 분명히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과거 청장년급사증후군이라고 불리었던 수면 중 급작스런 사망입니다. 부검을 해보아도 명확한 질병이 없으며, 다만 부정맥에 의한 사망이라고 추정하나 부정맥은 사망 후 진단을 할만한 근거가 아직은 없습니다.

Q, 유성호 교수께서는 연명치료 그리고 생명 연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연명의료 중지에 대해서는 찬성입니다. 즉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서 무의미한 연명 의료는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환자가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있다면 또는 환자가 가족에게 이를 명확히 전달하였다면 연명의료 중지를 해야 된다는 입장이고 현 우리나라 법률에서도 이를 명문화 했습니다.

Q. 기술이 발전하면서 냉동인간이 점점 현실화 되고 있는데 유성호 교수께서는 냉동인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고 과연 이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나요?

A. 냉동인간이 실제 미래에 다시 깨울 수 있을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봅니다. ‘바람직’의 문제는 아니고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고 봅니다.

Q. 교수로써의 유성호 법의학자로써의 유성호 그리고 아버지로써의 유성호 사람으로써의 유성호는 어떠한 사람인가요?

A.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Q. 일을 하느라 많이 바쁘실텐데 평소 취미가 있으신가요?

A. 매주 2-3회 수영을 하고 독서를 즐겨 합니다.

Q. 유성호 교수께서는 죽음에 대해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며 유성호의 삶에 있어서 어떻게 끝났으면 하시나요?

A. 진부한 이야기지만 현재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죽음의 준비라고 봅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인생의 자연스런 마지막 과정으로 인생을 사는 것에 충실하다면 마지막도 좋으리 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후회없는 삶을 위하여 매해 초에 아내와 함께 올해 하고 싶은 일을 정합니다. 모두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연말에 하나씩 반추해보는 것도 즐거움이지요.

Q.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나중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죽음의 측면에서 봤을 때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개인의 선택이라고 봅니다. 꼭 현재의 행복에 목을 맬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사람에 따라 미래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중요시 여기는 것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개인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당장의 행복이냐 아니면 미래의 가치인지를 가지고 논쟁하는 것은 아직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모른다는 방증이라고 봅니다.

Q. 마지막으로 후회 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자신의 삶이 독립적이었다면 죽음도 역시 나만의 것이어야 합니다. 우선 최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충실히 보내면서 멋있는 피날레를 고민한다면 자신만의 멋진 인생 마지막장을 설계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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